탈당 소식은 좀 의아하긴 합니다.
하지만
뭐, 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그렇습니다.
선거의 전부는 아니지만 중요한 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것은 관심과 이슈입니다.
이슈는 관심을 끌어내고 관심은 이슈를 만들어 냅니다.
선거의 모든 것은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슈를 선점하면 선거가 쉬워집니다.
속칭 바람이라고 하죠. 이슈가 여론을 형성하고 마음의 움직임을 끌어냅니다.
따라서 선거에서 가장 불쌍한 후보는 2등 후보가 아니라 '관심 받지 못하는 후보'입니다.
그래서 네거티브를 잘못하면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관심을 선물하는 꼴이 되지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그랬지요.
일부 면에서 보자면 나경원 천사가 박 시장님을 만든 부분도 있었거든요.
국회의원들이 의사당에서 몸싸움할 때 그들이 쪽팔린 줄을 몰라 그러는 게 아니라
(간혹 정말 모르는 이도 있는 듯)
그 행동의 일면엔 그렇게라도 화면에 얼굴 한 번 더 잡히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인지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인 측면도 있습니다.
물론 아주 일부분이겠지만서도...
뭐, 노이즈 마케팅은 비단 마케팅에만 있는 건 아니라는.
그래서 조중동은 정치를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언론을 통해 이슈를 선점합니다.
그 이슈에 대한 여론이 어떻게 흘러가도 이슈 그 자체만으로
'관심 받지 못한 누구' 혹은 '관심 받지 못한 사건' 등으로 누군가를 혹은 무엇을 덮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야권 단일화는 너무 당연시 되지만 선거가 코 앞인데 진전이 없네요.
이러면 대중의 관심은 떨어집니다.
만약 문-안의 대결 구도가 이슈를 만들어 바람이 불면
'관심 받지 못하는 후보'는 누가 될까요?
(아, 생각만 해도 꼬숩다.)
어떤 분이 민주당은 왜 경쟁자인 안철수를 위해 빙신같이 새누리당의 공격을 막아주고 있느냐 하시는데
안철수가 죽으면 단일화 약발은 확 떨어집니다.
안철수가 쟁쟁한 후보가 되어야, 그래서 문-안이 박빙이 되어야 사람들의 관심이 모이고 이슈가 터집니다.
그러면 선거의 스포트라이트가 야권으로 몰리게 되는 것이죠.
단일화는 그 정점에서 해야 가장 파급력이 있겠죠.
저는 개인적으로 박근혜는 한 풀 꺾였다고 봅니다.
물론 막판에 엄청 지저분한 짓들로 발악을 할테고
위기감과 피해의식을 자극당한 보수층(이라고 쓰지만 실제론 그렇게 생각 안 함)이 결집할 수 있는 변수들이 있지만
이미 대세론은 한 풀 꺾였습니다.
그건 박근혜 자체의 한계이기도 하고
안철수의 등장으로 인한 타격이기도 합니다.
이 점에서 저는 안철수가 정치인으로 남든 안 남든, 역사에 큰 몫을 했다고 박수쳐주고 싶습니다.
이미 큰 일 해냈어요.
문재인은 바닥의 지지율에서부터 총선 거치고 후보 경선 거치면서 정말 많이 치고 올라왔습니다.
이젠 박근혜와 양자대결에서도 이기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합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야권 인사 전부를 긁어서 지지율을 합해도
박근혜 지지율의 반을 못 챙겼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삼파전이 되었고 그 중의 둘은 이미 암묵적으로 단일화를 염두해두고 있습니다.
그러니 문-안은 싱거운 단일화보다는 힘 있는 단일화를 해서 저쪽을 날려버려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힘 겨루기와 갈등, 시끄러움 등은 나쁘지 않습니다.
송호창 변호사(왠지 이 호칭이 더 어울려..^^)가 무슨 생각과 어떤 과정, 어떠한 논의 속에서
당적을 옮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크든 작든 이슈가 된다면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인 것은
민주당-안캠의 지저분한 패권 싸움은
오히려 한껏 몰려든 관심을 등돌리게 할 수도 있다는 무서운 사실입니다.
뭐, 지지자들 개인들의 설전 정도는 좀 과해도 괜찮다고 봐요.
그리고 송호창 이적사건보다 더 재미있는 사건들도 좀 더 터져주면 관전 재미 증폭될 듯.
서로 격렬하게 정책 싸움하는 것, 정말 좋은 일 아닙니까.
그것은 정말 전쟁과 같이 박터지게 해야하는 일이고요.
그러니
안캠과 문캠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중심 잡는 게 중요합니다.
여론의 들뜨고 가라앉음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상대에 대한 공격에서도 멀리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지저분하지 않게, 그러면서 치열하게
서로 티나게 친하척 하지 않고, 관중들 떠날 정도로 잔인하지 않게...
그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야겠죠.
조선일보가(그 이름을 타이핑하는 것만으로도 손가락 더러워지는 이 기분...ㅠㅠ)
지난 대선 당시 일찍이 MB에게 줄을 선 후
그를 대통령 만들기 위해 한나라당 경선을 지면에 생중계하다시피 했었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은 자연스레 대세론에 눌린 찌글당으로 조용히 아웃시켰었지요.
그리고 박근혜를 많이 깠지요. MB를 도우려고.
요새 그 기사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답니다.
일종의 역사기행이랄까... 네티즌들이 키득대며 그 기사를 다시 찾아가서 읽고 있다네요.
자업자득이요, 자승자박이지요.
그 때 깐 박근혜가 지금 발바닥에 불 나도록 도와야할 자기 후보가 되었으니...
제가 지금 너무 졸려 글이 왔다갔다 합니다.
콩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면 좋고
아니어도 좋고...
저는 예전에 비해 훨씬 마음에 여유가 생겨서
좀 즐기며 이 대선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몇 달 전만 해도 정말 암울했는데 말이죠.
그리고 제가 정치에 꽤 관심이 많고 선거때마다 흥분하고 그랬는데요,
이 짓도 오래하다보니 뭐랄까 좀 객관화시켜서 감정소모를 덜 하게 되는 내공이 생긴 것 같아요.
결국 중요한 건 누가 대통령이 되고 어떤 당의 정책이 국민의 선택을 받느냐..... 인 것 같지만
더 중요한 건,
나는 얼마나 민주적인 시민이냐... 하는 거더라는 겁니다.
도대체 어떤 놈이 저런 새끼를 뽑았냐 할 것이 아니라
나의 시민성숙도?는 얼마나 되는가를 사람들 스스로 점검하며 살지 않으면
맨날 거기서 그 자리.
그러니 내가 기호 1번에 도장 안 눌렀어도
내(우리) 수준은 이명박이었던 겁니다.
그것부터 부끄러워하고 성찰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이명박은 언제나 튀어나옵니다.
내 손가락으로 이명박한테 표 준 이들 삿대질하지 말고
나는 혹시 이명박의 어떤 측면과 닮아있지 않나 반성해야 합니다.
그러면 사방 일 센치 짜리 습자지 한 장만큼! 우리나라가 좋아집니다.
더 좋아지길 바라면 욕심이고요,
다만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것이 거대한 파도와 같은 현실이 되겠지요.
정말 졸립군요.
글 다듬지 않고 그냥 올립니다.
안녕히 주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