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님들 잘 지내셨어요?
저번에 후기 썼을 때 여전히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셔서 힘이 많이 났답니다.
저는 다시 입원한 지 삼일째 되었어요. 암수치가 갑자기 상승해서 다시 치료 받으려구 들어왔는데 급하게 챙기느라
다른건 나중에 동생이 가져온다고 했고, 일단 노트북과 속옷만 챙겨서 들어왔습니다.
아직 휴학은 못했어요. 강의 첫주라서 아직까지는 빠져도 출석에 타격이 없어서 좀 두고 보려구요.
지난 항암치료에서는 일주일 입원동안 혼자 1인실 쓰면서도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밤마다 많이도 울었더랬습니다.
그때도 가을이었던지 겨울이었던지... 저는 워낙에 가을을 많이 타서 안그래도 싫어하는데, 세상에 혼자라는 느낌과
앞으로의 막막함등등에 한치앞이 보이지 않았지요. 그런데 이제 사랑하는 여름이 서서히 저물어 가는 시점인데 예전같은
외로움은 없네요.
남자친구는 병실에서 출퇴근 한답니다. 다행이 병원과 연구실이 가까워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입니다.
한밤중에 감자튀김이 먹고싶다고 하면 나가서 사오고, 김치볶음밥이 땡겨서 먹고싶다고 하니 연구실에 딸린 부엌에서 볶
아 오네요. 사람일 어떻게 될지 모르고 계속 학교다닐수도 있으니, 수업자료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우리 학교까지 찾아
가서 강의마다 대신 프린트물도 받아오더라구요.
엄마에게는 이렇게 저렇게 막 해달라고 하기 좀 불편했는데 침대를 내려라 올려라 목이 불편하다 어쩐다 마구
시키고 있네요. 다시 건강해지면 은혜 갚아아죠. 얼마전까지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성공했답니다.
"고마워, 니 덕분에 성공하게 되었어."
저 이제 전혀 아무것도 무섭지 않네요.
자기에게 무슨 좋은일만 있으면 제 덕으로 해주니 .... 난 해준거 아무것도 없는데.. ..
새벽같이 나갔다가 거의 밤 11시가 다 되어서 수염이 까실하게 자란채로 들어오는데 퇴근하고 와서 쉬지도 못하고
제 수발까지 드니, 저만 너무 하루종일 누워 편히 지내는 듯하여 미안하기도 해요.
제 집중력은 이미 떨어지고 있고 자주 어지럽기도 하지만,
부모님한테서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 아팠던 유년시절 치유될만큼 이 사람에게서 너무 많이 받고있으니까요.
오래오래 행복하고 싶다고 욕심을 내요. 예전에 댓글 달아주신, 저와 비슷한 경험 하신 분 말씀처럼, 안나아도
괜찮고 또 재발해도 괜찮아요. 죽지 않으니까요.
머지 않은 훗날 결혼하게 되면 82에 잊지않고 꼭 소식 전할게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