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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러운 질문

음식 조회수 : 1,569
작성일 : 2012-08-06 10:06:04

제 자랑 아니니 순수?하게 받아들여 주시기를 바라며 써봅니다.

익명인데 자랑해봐야 또 뭐하겠어요?

저는 초등 둘이 있는 주부고요, 프리랜서로 일 하다가 지금은 짤리기도 했고, 공부를 더 하려고

나름 빡쎈 공부하고 있구요.

이 더운 여름에 많은 분들이 불을 못쓰네, 외식을 하네, 시켜 먹네...들 하시는데

저는 미친듯이 밥을 해요.

일단.. 저희 집은 자랑한다고 욕? 많이 드셨던 그 분 댁처럼 산 앞에 있어서 시원한 편이예요.

맞바람 치는 거실에서 낮잠 자면 한 낮에도 가벼운 모포 덥고 자야할 정도로요.

에어컨 없이 선풍기 두대로 너끈해요.

그리고 제가 살집이 있는 몸인데 의외로 더위를 덜 타구요.

애들이 방학을 했으니 세끼 새로 한 밥은 기본이고, 점심은 애들이 밥 지겹대서 볶음우동, 스파게티..

등등 국수 종류로 해주고요.

7시반쯤 출근하는 남편 시간에 맞춰 아침을 해요. 거의 항상 국 새로 끓이고, 반찬 1-2가지 새로 하고,

무엇보다 아침마다 콩물 만들고, 과일 놓고(은근 시간걸림), 누른밥도 항상 합니다. 요즘은 얼음 넣고 시원하게.

그러고나면 공부좀 하다가 12시부터 준비해서 1시쯤 애들이랑 점심먹고, 공부좀 하다가 저녁에는 또 한 상 차려요.

제철 나물, 닭볶음탕, 고기볶음 .....

비빔밥을 해도 예를들면 고사리도 직접 삶고, 닭볶음탕을 해도 황기, 대추 등등 넣고 푹 고은 국물에 하고.

중간중간 팥도 삶아 팥빙수도 만들고, 빵도 굽고, 마요네즈도 만들고....

거의 대부분을 제가 다 만들어요. 월남쌈을 해도 소스를 꼭 제가 만듭니다.

안그래도 덥다고 찬음료를 달고 살아 국은 냉국보다 뜨거운 국을 끓여요.

찬음료는 당연히 제가 만든 매실액, 복분자 등등 이지요.

남편이 이런걸 바래서 하는 것도 아니예요. 물론 맛있게 먹기는 하지만 항상 저보고 연구대상이래요.

그렇게 열심히 한다고요.

남편이나 아이들은 피자, 치킨, 라면, 짜장면 등 불량식품 진짜 좋아해서 매일 사먹자고 졸라요.

이번 주말에도 금요일 저녁부터 계속 집에서 먹으니 남편과 아이들이 일요일 점심에는 폭발해서 저녁은

무조건 나가서 먹는거라고 시위를 해서 할 수 없이 나가서 먹었어요.

남편은 저녁 먹으며 계속 좋지? 얼마나 좋아, 이렇게 손 하나 까딱 안하고 맛있는거 먹으니까 당신도

사실은 좋지? 이러며 여름만이라도 자주 사먹자고 하는데...

물론 저도 좋기는 한데 아주 좋지는 않고, 여기 82에서 본 것들이 생각이 나요.

이 야채는 제대로 씻었을까? 이 음식은 진짜 조미료 맛이 강하구나, 재활용이겠지? .....

남편은 저보고 82를 끊으라며 다 잊고 즐겁게 먹으라는데, 저는 저 보다도 가족들이 그런걸 먹는게 싫은거예요.

저는 사실 혼자 산다면 아무리 드럽고, 몸에 나빠도 자주 사먹었을 거예요 ㅎㅎ

제 친구들이 저같이 게으른 애가 이렇게 밥 열심히 하며 살지 몰랐대요.

프리랜서였지만 10년 가까이 했던 일도 짤리고, 직업적인 미래도 불안한데 저는 음식을 해서 가족들에게

먹이면 온갖 시름이 사라져요.

남편은 온갖 먹을 것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요리보다는 제가 공부를 많이 했으니 이대로 주저앉지 말고 자아발전을

하라지만 저는 매일 힘들게 스트레스 받아가며 일하는 남편, 성장기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제 자아실현 보다는

가족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게 되요. 남편이 비활동성 만성 간염도 있거든요.

즉, 제가 더 노력해서 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이런 음식하는 활동 보다는 제 일을 더 해야하는데

그러다 남편 간염이 나빠지면 어쩌나? 아이들 키 안 크고, 약해지면 어쩌나? 이런 걱정이 앞서는 거죠.

남편과 아이들, 가까운 친구들이 저보고 하도 별종이라고 해서 한번 여쭤봅니다.

82에는 저같은 주부님들 많으시죠? ㅎㅎ

IP : 123.212.xxx.232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2.8.6 10:12 AM (1.225.xxx.18)

    아줌마아~~ 여기서 뻥치시면 안됩니다아~~~ 하고 싶네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님 별종이세욧!!!!

  • 2. 손이 많이 가죠
    '12.8.6 10:18 AM (211.207.xxx.157)

    저는 어느시기까지만 집중양육 시간을 정해 놓으려고 해요,
    원글님네는 워낙에 외식 안 하셔서 아이들이 피자외식 밝히는 거지, 사실 원글님이 맞아요.
    다 정서적으로도 도움 되는 쏘울 푸드 만들어주시는 거잖아요.
    사회안전망이 얄팍해지고 불안해지니, 아이들 건강이라도 확실히 해주자는 마음도 있고요.
    근데 음식에 제가 조금 느슨해지는 이유는요,
    아이들 나이가 들수록, 내가 고민을 정확히 들어줄 수 있는 의논상대로 남아 있으려면,
    음식보다는 일에 매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어느순간 들었기때문이예요.

  • 3. 코스코
    '12.8.6 10:19 AM (61.82.xxx.145)

    저도 거의 모든것을 원재료부터 다 해요
    어제 팥빙수 해먹을라고 팥 삶았구요
    바나나 먹다남은것 있어서 바나나 초코칩 아이스크림도 만들었구요
    피자도 사먹는것 보다 제가 만든것이 더 맛있다는 남편때문에 피자빵이랑 소스 만드느라 더워서 죽을뻔했구요
    그래도 가끔은 짜장면이랑 맥도날드도 사먹어요 ^^*

  • 4. steal
    '12.8.6 10:21 AM (175.252.xxx.149)

    공부와 일을 하고 싶지만 애둘 키우며 기댈데 없어 한시적 전업하는데요. 전 세 끼 못 차려요. 하루종일 공부하고 밤샘 프로젝트를 하라면 해도 하루 세 끼는
    안되요. 남편은 성인이니 자기 몸 알아서 챙기라고 하고, 애들 키는 유전이니 복불복이고 인스턴트는 몸에 안 좋으니 가급적 좋은 먹거리 간식들 찾아 챙기는 정도네요.

    다행히 남편이 제가 집안일에 적성이 맞지 않은걸 알아서 토닥토닥 다 양해해주고 살아요. 님 같은 분, 어딘가 있겠지 했지만 존경스럽네요ㅠㅠ

  • 5. 존경스럽네요
    '12.8.6 10:26 AM (223.62.xxx.233)

    집안일중 가장 싫어하고 소질없는게 요리예요.
    친정엄마는 대장금 수준이신데 어찌 이런 딸이 나왔는지..
    31개월이랑 돌쟁이 둘 데리고 요리는커녕 누가 차려준 밥 얻어먹기도힘든데 저같은 처지에도 삼시세끼 애들 이유식,밥,간식, 남편밥까지 손수 장만하시는 분들 많겠지~생각하면 가족들한테 미안해져요.
    애들 좀더크면 꼭 매끼 정성스레 진수성찬 차려내리라 다짐해보지만 과연 제가 그리 변할까? 스스로가 의심스럽답니다ㅎㅎ

  • 6. 죄송한데..
    '12.8.6 11:26 AM (121.145.xxx.84)

    일을 굉장히 좋아하시는데..못다한 욕구가 음식으로 간거 같은데요

    아이들하고 남편분이 복 많으시네요..

  • 7. ./..
    '12.8.6 11:29 AM (110.14.xxx.164)

    저도 외식하러 나가는게 더 귀찮고 북적이는거 과식하는거 싫어서 집에서 대충 해먹어요
    주로 한그릇 음식으로요
    사실 아이나 저나 다이어트 한다고 잘 안먹기도 하고요 ㅎㅎ

  • 8. 일단
    '12.8.6 11:58 AM (118.218.xxx.201)

    부지런하시네요.
    근데 정말 어떤 욕구가 있는데 그게 해결이 안되서 음식쪽으로 향한 듯...

    저는 지금 영어공부 해야 하는 상황인데
    너무 더워서 책이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안들어와요.
    그렇다고 마냥 시간을 흘려보내자니 불안하구요
    그래서 집안 일이 몰두합니다.
    머리 안써도 되고 몸만 부지런하면 되니
    열심히 커텐 빨아 걸고, 이불빨래하고, 집안 구석구석 닦고
    음식 만들고, 간식만들고 그래요.

    전 잠시의 불안감이라 아마 찬바람불고 공부시작하면 모든 집안 일에서 손을 뗄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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