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이런 후가를 많이들 가셨는지 그새 또 제 글이 베스트가 되어버렸네요.
원래 제목에서 '놈'자는 뺐어요. 제목만 봐도 괜히 그래서요.
그저 아무 말 없이도 그랬구나..하고 들어주셔서, 그렇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또 더운 하루가 갔네요.
내일은 몸도 마음도 조금은 덜 더웠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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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휴가중이죠.
저는 재빨리 집에 머무르지 않을 여정을 짰어요.
애들이 네살 두살로 어리지만 집에서 심리적으로 부대끼느니
차라리 밖에 나가 몸이 힘든게 더 낫거든요.
그간의 많은 경험으로 남편을 포함해 우리 식구 모두가 집에 머물 땐 결국 싸움으로 마무리 되니까요.
짧은 여행을 다녀왔어요.
2박을 계획했는데 예약과정에 차질이 있어서 1박하고 어제 집에 왔어요.
저는 또 머리가 복잡해지죠. 뭔갈 해야하는데..
생각해보니 아이 수업 보강받을게 있어서 오전에 다녀오고 점심 때 외식을 하고
마트에 들려 장을 보고 저녁은 시부모님과 먹자..고 계획을 짰어요.
오전은 잘 지나갔죠. 저와 큰애가 외출했으니까요.
문제는 자.. 외식부터에요.
큰애가 며칠 전 부터 먹고파한 피자를 먹으러 갔어요.
처음엔 남편도 지극한 가족에의 서비스 정신으로 잘 다녀줍니다.
식당에서 큰애가 넙죽넙죽 안 먹어요, 작은 애는 뭔가 마음에 안 드니 소리를 지릅니다.
남편은 큰애한테 그럴거면 먹지마 하고 작은애를 달랠 줄은 모릅니다.
저 그 자리가 불편했겠죠.
제가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고자 큰애 시중도 들어주고 작은애도 안고 달래는데,
그 사이에 스마트폰만 바라보던 남편은 뜬금없이 직장 동료얘기를 꺼냅니다.
제가 100프로 남편 얘기에 집중하지 못할 상황이지 않은가요.
하지만 최대한 정성껏 들어주며 잘 못 들은 부분을 되물으니 이젠 남편이 화를 냅니다.
자기 얘기를 헛으로 듣는다구요.
애들 먼저 먹이느라 저는 얼마 먹지도 못했지만 그대로 제 배 부르자고 앉아있자니
큰애가 또 저희 눈치만 보고 분위기 더 안 좋아지겠기에 그만 나가자 했습니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집에 왔고 남편은 집안이 떠내려가게 티비 볼륨을 올려놓고 케이블 티비 시청중입니다.
큰애가 둘째와 놀고 저는 그냥 찬거리나 준비했어요.
아주 불안불안한 살얼음같은 침묵 속에 있는거죠.
남편이 워커홀릭이에요. 일 할 때 말곤 아무 재미를 못 찾는 사람이죠.
그래서 휴일이나 휴가 때면 늘 이런 살얼음이에요. 몇년 짼지 세어 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그냥 술 한잔 마시고 화를 내지 않으려 애쓸 뿐입니다.
그렇잖아도 이런 상황에서 스트레스 받을 큰애 생각에
저까지 폭발하면 어찌될까 걱정이 되니까요.
재밌는거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희 남편이 누구냐면요, 엊그제 베스트 글에 오른
택배아저씨한테 과화게 화낸 그 위인입니다.
제가 일일이 댓글을 다시 달 필요는 없겠기에 그냥 보고만 말았는데요,
댓글 중에 약자에게만 그런거 아니냐 하신 분들 계셨죠.
이 사람은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자기가 생각한 바와 다르면 그런 식이에요.
일전엔 엘지카드에서 무슨 업무처린가를 잘못한 적이 있었는데 금융감독원까지 개입시켜
결국엔 잘못을 바로잡은 사람이에요. 그 외에도 숱하게 많아요.
아마 대통령과 통하는 라인이라도 있다면 대통령한테도 통화내역 조회해 보잔 소리 할 사람이에요.
다른 사람 지시받는거 절대로 못해서 잘 다니던 회사 관두고 사업해요.
동업으로 시작했다가 동업자와 자기가 동등한 위치니 그것도 못 견뎌 결국엔 완전독립했죠.
사업은 잘 해요. 자기 직원들도 끔찍히 잘 챙겨줘요.
뭐 하나라도 더 챙겨줄거 없을까 고민하는 사람이죠.
이 사람에게 가족은 그낭 자기를 쉬게 해 주고 말을 들어줘야 하는 존재들일 뿐이에요.
그러니 휴일이면 이런 사단이 나는거죠.
길게. 말해 뭣하겠어요.
그저 제 속으로 당신은 뭔가 문제있는사람, 시쳇말로 미친놈... 그러고 말아요.
지금은 너무너무 답답해서 이렇게 또 털어놓습니다.
알아서 해결하라는 분들도 계시겠죠.
제가 속을 터놓고 얘기할 친구가 없어요.
그래서 늘 82게시판을 친구처럼 친정식구처럼 여기며 한탄하곤 해요.
이것마저도 뭐라하시면 자유게시판에는 뭔 얘기를 적어야 하나요.
아 참.. 택배기사님 관련해서 몇몇 분이 오해하셔서요.
멸균우유 24개짜리 시켜서 그닥 무거운건 아니었어요.
그리고 백개의 택배회사가 있다면 정말 그 기사님만이 문자도 전화도 없이 늘 그렇게 두고 가세요.
제가 주문할 때 배송회사가 그 택배회산걸 확인했다면 아마 안시켰을거에요.
배송현황이 배송중이어서 오늘 중으로 오겠거니 하고 종일 기다리고 있었구요.
그 가격에 그런 서비스 못받는다고 하시는데,
그럼 다른 기사님들은 뭔가요, 다른 분들이라고
그렇게 쉽게 배달하는 방법을 몰라서 미리 문자주시고 전화주시고 집꺼지 올려다 주시나요.
아니잖아요. 날도 더운데 힘든 일 하는 사람 이해도 못하냐는 분들께 여쭙고 싶은거에요.
제가 되물어봤자 논란만 더 크겠지만요,
이왕 한탄하는거 그냥 다 같이 적어봅니다.
아.. 어서 이 주말이 다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비정상적인 상황이 싫어요.
어짜피 남편도 저도 서로를 사랑하진 않아요.
그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있어야 하는 존재일 뿐이겠죠.
참 덥고 싫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