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여름 이맘때 아기를 낳았어요.
아기 낳고 이런저런일들이 있었어요.
특히 남편에게 서운했던 일이 많았어요.
자연분만 했는데 병원에 3일만 있고 조리원 안가고 친정가서 조리했어요.
돈도 아깝기도 했고 친정부모님이 해주시겠다고 해서..
지금 생각하면 후회합니다만..친정엄마만 고생시켰네요 ㅠㅠ
병원에서 3일내내 밤에 잘때만 있었을까요? 밥먹으러 나가고
뭐하러 나가고..병실에 내내 혼자있던 기억..
밥도 같이 한끼 먹지 않았고 저녁에는 아파서 끙끙대는 내옆에서
맥주와 치킨을 혼자 시켜먹더니 드르릉 거리고 잤더랬죠..
저는 그날 저녁에 아파서 진통제 먹고 겨우 잠들었는데...
애기낳을때가 여름이라 너무 덥고 땀나고 회음부는 욱씬 욱씬..
애기낳을때 힘을 줘서 그랬는지 치질이 엄청 심해져서
눕지도 앉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있어야했고 몸을 일으키고 하는게 쉽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소한 잔심부름해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정수기에서 물을 떠다준다던지
밥이 오면 식판을 가져다준다던지 갈아입을 옷을 가져다준다던지 이런거요.
친정엄마는 사위불편할까봐 같이 병실에 안계시고 집에 가셨거든요 ㅠㅠ
나중에 엄마한테 *서방 거의 병실에 없었다고 혼자서 별건 아니지만
뒤처리 다하고 밥그릇 다 가져오고 옷도 다 갖다놓고 쓰레기도 다 버리고 했다니까
놀라면서 엄마가 그냥 있을걸 그랬다며 속상해하시더라구요 ㅠㅠ
산후조리하러 친정에 가있는 내내 남편은 처가가 불편한지
나와 아기 옆에 있어주지 않고 거의 우리 신혼집에 가 있었어요.
밥먹을때만 들러서 밥먹고 사라지고..
저는 그때 젖몸살에 모유수유로 전쟁중이었어요.
아기가 젖꼭지를 물지 않아서 어떻게 모유를 먹여보겠다고
새벽에 두시간마다 깨서 유축을 하고 손목은 나가고
잠도 제대로 못자고.. 아기는 밤마다 울고..
친정엄마는 제대로 앉지 못하는 제 수발에 아기가 울면 안아주시느라
교대로 쉬지도 못하셨는데..
아기는 이쁜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사라지는 남편이 참 야속하더라구요.
그때는 꼭 도와주어서가 아니라 옆에 있어줬음 했어요 ㅠㅠ
지금 생각해보면 별일 아닐수도 있겠지만
그때는 호르몬이 미쳐서 그런지 몸이 내몸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냥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뚝뚝 흐르고 참 서운했어요
근데 그 서운함이 오래가네요.
그뒤에도 여러 사건이 있었지만은 ㅠㅠ
(70일정도 엄마랑 아기를 친정에서 보다가 끝나고 떠날때도
제대로 우리 엄마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안하고 갔어요. 어찌나 민망하던지..
아기 울고 너무 힘들어서 봐주라고 하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고 울게 놔두라던지..
기저귀 한번 갈아준적이 없어요. 아직도..)
병원에 있었던 3일과 산후조리기간에 있었던 일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아직도..ㅠㅠ
한번씩 저때의 병실에서 혼자 덩그러니 남아
회음부 상처때문에 제대로 앉지도 눕지도 못하고 온도는 더워서 끈적끈적하고
밑에서는 울컥울컥 오로가 나오고 우울하고 눈물나고 힘들었던 그 기분..
막막했던 그 기분..
옆병실에는 가족들이 와있고 꽃다발이 즐비한데 병실에 미혼모처럼 하루종일 홀로 있는기분..
전화해서 빨리 들어오라했더니만 삐져서 들어와서는 조금 앉아있다가
다시 밥먹어야 한다고 나가던 남편..
내가 너무 서운해서 같이 밥먹어주면 안되냐니까 병원밥이 맛없다고
기어코 나가는 남편..
그런게 영화처럼 그 상황이 아직도 생생히 떠올라서 미치겠어요.
지금은 몸조리도 잘해서 몸도 회복됐고 아기도 너무 이쁘고
남편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은데
아기를 엄마에게 맡기고
복직해서 출근해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을때도 한번씩 울컥하고..
술마시거나 날씨가 우울하면 한번씩 떠오를때마다 울컥하고..
그래서 한 두번정도 남편앞에서 울고 서운하다고 이야기한적 있어서
남편이 미안해하긴 했지만..(딱히 미안하다. 다시는 안그렇겠다 그런말도 안하고
그냥 미안하냐고 물었더니 응 그게 다예요 ㅜㅜ)
그래도 잊혀지지 않아요. 그냥 없었던 일로 잊고 싶어요.
뒤끝있고 소심한 제 성격이 문제일까요? 원래 아기낳고 서운했던건 이렇게 오래가나요?
어떻게 해야 잊혀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