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돌아오면서 이것저것 고장난 것들 AS기사분 부르면서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재작년쯤, 제 컴퓨터는 조립제품이고 모니터만 LG 것인데
모니터가 좀 이상해서 AS 신청을 했어요.
당시 평일이지만 제가 휴가중이라 집에 있었거든요.
삼복더위가 너무 심해서 기사분이 오전 11시에 오신다고 하기에
에어컨도 틀어놓고, 차가운 병음료도 준비해놓고 있었어요.
조금 있다 기사분이 오셨는데
제 방에 들어가시더니 너무 시원하다고 좋아하시더라구요.
모니터 봐주시고 나셔서 가시면서 에어컨 켜주셔서 감사하다는 거에요.
아니, 더운데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더니
기사분 말씀이 여름에 AS 다니면
켜 놓고 있다가도 기사가 기기 손보기 시작하면
에어컨을 싹 끄고 다른 방으로 가셔서 에어컨 켜놓고 계시기도 하고
너무 더워서 찬 물 한 잔만 달라고 하니까 수돗물 받아다 주시는 분도 계셨다고 해요.
가면 오는 게 있다고, 시원하게 해 드리고 병음료까지 드리니까
제 모니터만이 아니라 컴퓨터까지 싹 손봐주시고,
카드나 파워는 뭘로 교체하는 게 모니터와 더 잘 맞는다고 이야기해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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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출판쪽 일을 할 때 우리나라 여류 수필가 두 분을 알게 되었어요.
저희가 하청업체, 그러니까 '을' 중에서도 '을'인 회사였거든요.
그리고 저는 하청업체의 '말단하급직원'이었구요.
그런데 두 선생님은 말단하급직원인 제가 그분들 사무실을 가도 꼭 일어나서 인사를 해주셨어요.
일 말씀드리려고 하면 추울땐 먼저 따뜻한 차라도 하라고 하시고
더울 땐 시원한 음료수 한 잔 하고 일하라고 하시고....
점심시간 직전에 가면 제 일 끝나고 나면 같이 밥 먹고 가라고 하시고.
그리고 일 마치고 나올 때면 꼭 일어나서 인사하시고
제 담당이었던 과장님 보고 건물 앞까지 나가서
안 보일 때까지 인사하라고 시키셨어요.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하청업체의 한 부속품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 그리고
그분들이 하지 못하는 기술을 가지고 그분들의 일을 빨리 도와주는 사람으로 대우해주셨어요.
두 분중 어느 분 어머니인지 기억 안 나지만
옛날에 집에 거지가 와서 밥동냥을 해도
꼭 작은 소반에라도 밥을 차려서 주고
다 먹고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가면 대문 앞에 서서 거지가 멀리 갈 때까지 배웅하셨었다고 해요.
그 이야기 듣고, 또 두 분 하시는 거 보면서 참 많이 배웠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