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 집안이 아주아주 고리짝 집안인데 (저는 아직 30대 초반이에요)
외가가 애정표현을 아끼지 않고 웃음 많은 집안이라면,
우리 아버지네 가족은 (저는 그 사람들이 제 친척이라고 생각안해요) 최악의 경상도 집안이었거든요.
경상도 통틀어 비하는 안해요. 다만 한 10년간 외부인의 입장으로 살아본 경상도에서는 심심찮게
그런 사람들이 있더군요. 우리 아버지의 엄마 아버지 여동생 남동생을 비롯해서.
사랑이란게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지만, 애들 이뻐하면 버릇 나쁘게 한다고 생각하고 안아주지도 이뻐하지도 않는.
어린애들한테 퉁명스럽고, 퉁박이나 주고 실수하면 비웃고 욕하는 그런 집안.
2.
게다가 딸은 인간으로 안보는 집안에서 둘째딸로 태어나서
어릴적부터 참 이쁨 못받고 자랐어요. 엄마는 아빠 가족들의 그런 공격으로부터 보호해주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아버지 엄마라는 사람을 볼때마다 지적받고 비난받지 않으려고 긴장했던 느낌,
눈치보고 사랑받으려고 노력하다가 그러지 못했을 때의 긴장감, 좌절감이 마음속에 상처로 좀 남아있습니다.
3.
잔인한 세상이니까,
내가 웃으면 세상도 날 위해 웃어주고
나혼자 울고 있어봤자 결국 나 혼자 운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런 상처나 어둠같은 건 저 혼자 보듬고 그냥, 더 잘 살려고 하는 원동력으로 쓰려고 하거든요.
남자친구들한테도 "어린 시절의 상처를 토로하고 위로받으려고 하는"그런건 안하려고 노력하고 삽니다~만~
4.
운좋게 사랑이 참 많은 남자친구를 만났어요.
정말 사랑 많이 받고 자라고 진짜 사랑을 줄 줄도 알고
내가 아프면 내 손잡고 울고 내가 토하면 토한 바닥 거스름 없이 닦아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이 사람 집안은 경제적으로도 유복하고 (아주 부자는 아니지만요)
무엇보다 부모님이 너무너무 사랑이 많으신 분이더라구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노래 부르고 남자친구 남매가 같이 노래부르고 재롱떨면서 녹음한 테이프 들으면서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 사랑받은 얘기 들으면서
난 참 좋은 남자 만났구나 생각을 했어요.
5.
남자친구 집에는 형제가 셋인데
결혼한 형제는 딱 한명입니다. 부모님이 그러신대요.
결혼을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마라. 네가 진짜 하고 싶은거 해라.
결혼한 형제도 애기는 딱 하나.
그런데, 온 가족이 이 애기를 얼마나 이뻐하는지 몰라요.
애기 엄마 아빠는 물론이요
애기 삼촌인 제 남자친구는 아주 조카 얘기만 하면 난리가 납니다. 그렇게 이쁘대요.
애기 태어날때 부터 재롱 부리는 사진을 몇년간 다 모아놨습니다.
이쁜 장난감만 보면 못 사줘서 안달입니다.
애기 할아버지 할머니도 물론입니다.
6.
그렇다고 제 남자친구가 마마보이나 시스터보이는 아니에요.
남자친구 부모님도 간섭 전혀 안하시는 스타일이시고, 한이 맺혀서 남자친구를 조종하려고 하는 분들도 아닙니다.
다만, 조카일만 생기면 온 가족이 총출동하는거죠.
남자친구가 조카 일에 대해서 나서는게 섭섭한게 아니라요.. (저한테는 몇백배 더 잘합니다..)
그 조카카 너무 부러운거에요...ㅠㅠ...
대체 저렇게 많이 사랑받고 자란 애들은 어떤 기분인걸까?
내가 아주아주 어렸을 때 부터 느꼈던 불안감, 두려움, 부적절감, 공포 이런걸 이런 애들은 느끼지 못하겠구나
그 조카 웃는 사진 우는 사진을 보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그 어떤 의심도 없어 보입니다.
그게 정상인건가요?
저는 진짜 어렸을 때 부터 제 존재 자체를 숨쉬는 그 순간순간 의심하고 채찍질하고 살았는데.
더 나아지지 않으면 난 버림받을꺼야.
내가 착한 아이가 되지 않으면 사랑받지 못할꺼야. 뭐 이런거.
7.
가끔 대학교때나 직장에서
너무 당당하고 자기거 잘 챙기고 주장 잘하고 이런 애들 보면서
참 뻔뻔하다는 생각 플러스 , 쟤들은 어쩜 저렇게 스스로에 대해 일말의 의심도 없을까?
이런 생각 플러스 .. 좀 부럽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렇게 사랑 많이 받고 자라면 그런 성인이 되겠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8.
저는 결혼할 생각도 없고 아이를 낳을 생각도 없는 사람이지만
아이 부모님들, 아이 많---------이 사랑해주세요.
아이 많이 낳지 마세요. 둘째딸 같은 존재는 만들지 마세요.. (이건 반은 농담)
더불어 , 이런 감정은 어떻게 치유하면 좋을까요?
많이 고민했고 많이 치유했다고 생각했는데, 그 조카보고 "울컥"하는 제 모습보면서 제가 놀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