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내기 남편이고 결혼한지는 16년차 40대 후반이네요.
전화하는거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 잘 안한다는 거 알지만요.
어제는 어버이 날이었잖아요.
하루가 다 가도록 장모에게 전화하는 눈치가 없습니다.
시어머님께는 토요일에 다녀왔어요.
애들 데리고가서 용돈 좀 드리고 시누식구하고 같이가서 저녁먹고 치우고왔지요.
시어머니는 가까운 경기도 사셔서 가끔 찾아뵙고 애들 데리고 가서 저녁 먹고 옵니다.
제 친정은 좀 멉니다.
제주도라 설이나 명절때 친정가본적 지금까지 딱 한번있었습니다.
다들 친정간다는 말을 할 때마다 난 부러워만 하고 혼자 삭이곤 했습니다.
결혼하고 12년인가 되던해에 설 차례지내고 뒷정리 다 끝낸다음 친정간다고,
나도 친정한번쯤 다녀와도 되지않을까요? 하면서 다녀온적있습니다.
친정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친정어머니는 남동생하고 같이사세요.
해마다 어버이 날이면 동생네로 모이거나 식당으로 모여서 식사를 하곤합니다.
저는 첫딸이면서 맏이인데 멀리 산다는 이유로 어버이날 같은때 식사라도 같이 못하는게
마음에 걸리고 친정어머니를 찾아와서 같이 모이고 저녁이라도 먹고가는 동생들이
고맙고 미안하기만 합니다.
낮에 전화했더니 저녁에 애들 와서 같이 밥 먹기로 했다면서 좋아하시는 마음을 전화로
느끼고 나도 한번 가뵈야 하는데... 하는 마음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저녁 8시쯤 전화했더니 어머니는 당신방으로 가시고 동생들만 모여 맥주한잔 하고있답니다.
동생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못난 언니가 언니노릇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속이 상하더군요.
음식장만한 올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끊었습니다.
남편은 아무생각없이 그냥 지나가는 하루로 알고 보냈습니다.
어버이날인데 멀리사는 장모에게 전화한통이라도 했어?
아니.
다른날도 아니고 연세도 많고 건강도 안좋은 장모에게 이런날 한번정도는 전화 드려야 하는거아냐?
미안해. 당신이 알아서 용돈도 보내고 전화 드리지 그래어?
내가 전화 드려도 딱히 할말도 없고 장모님이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기도 힘들고....
.......
아무말도 않고 일어서서 나오고 말았습니다.
저녁을 먹다가 거의 다 먹을 즈음이었거든요.
물론 저는 저 나름대로 우리어머니에게 가끔 전화해서 이야기도 들어주고 합니다.
그래도 큰 사위가 직접 전화해서 통화하는 거 우리엄마도 바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생각이 들자 전화한통 하지않는 남편이 정말 서운합니다.
1년에 남편스스로 하는 전화 전혀 없습니다.
설 차례지내고 우리엄마에게 전화한통하지?
찔러줘야 마지못해 그래야지 하면서 합니다.
1년에 한두번 내가 친정어머니랑 통화하다가 바꿔주면 나름대로 이해하며 통화하는 사람입니다.
장모가 하는말이 뻔합니다.
자네가 고생이 많다. 차 조심하며 운전하고 내 딸 생각해서 술도 조금 덜먹어라.
자네가 건강해야 내 딸이랑 애들이 살 수 있는거다.
항상 통화할 때 마다 하는말이고 예. 예. 하다보면 2-3분이면 끝나고 길어야 5분 안쪽입니다.
시외 통화라 너무길게하면 전화비 많이 나온다고 얼른끊으라고 하는 장모입니다.
다른 많은걸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전화한통 안하는 남편이 못내 서운하고 슬픈 저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