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이맘때쯤이면 제 자두를 뺏어 먹었던 아줌마가 생각나요.
아주 어렸을 때 초딩4학년이었는데 아마도 어버이날이었을 거에요.
어버이날이라고 학교에서 카네이션을 만들었는데 저는 만들기를 잘 못해서 제 눈에도 제 카네이션이
이뻐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만든 카네이션하고 돼지저금통에 모아뒀던 돈을 뜯어서 시장 과일가게로 갔어요.
저금통에 돈이 얼마 들어 있지 않아서 많이는 살 수 없었고 제가 살 수 있던 것은 자두 5개였어요.
혼자 과일 사러 온 것도 처음이었고 어떻게 고르는줄도 모르고 그 5개 고르기가 힘들었어요.
과일가게 아줌마가 누구 줄거냐고 물어보셔서 어버이날 선물로 엄마아빠 드린다고 하니까
이쁘다고 1개 더 주셔서 6개 받아 왔어요.
봉지에 들어있는 자두를 보면서 나름 뿌듯한 느낌으로 걸어오는데 그때는 시장에서 저희집에 가려면
과일가게랑 생선가게를 지나서 옷가게들이 많았는데 그 옷가게들 사이길을 통과하고 가야 됐어요.
그 옷가게 아줌마들이 저를 부르면서 자두 맛있어 보인다면서 집에가서 먹을거냐고 그러길래 저는 어버이날
선물로 사는 거라고 말을 했는데 그 아줌마들이 선물이면 좋은걸로 해야 하는데 제가 어려서 자두를 모르니까
자기들이 봐준다고 하면서 보여달라고 했었어요
저는 그때 무척 순진해서 보여주니까 아줌마가 한개를 꺼내더니만 이리저리 보다가 그냥 봐서는 모르겠다면서
자기가 먹는 거에요.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저도 놀랬고 순간 크게 울어버렸어요.
제가 우니까 그 아줌마가 자기는 자두를 봐주려고 했는데 애가 운다고 소리소리 질렀고 저는 아줌마한테 자두
내놓으라고 울고 사람들은 다들 저만 아줌마한테 대드는 애로 몰아가고 해서 울면서 집으로 왔어요.
그땐 자두를 뺐겼던 것도 그랬지만 부모님 드리려고 산건데 엄한 사람한테 뺐긴게 더 서러웠었어요.
집에 와서 자두를 씻고 엄마가 퇴근하자마자 카네이션 달아 드렸는데 엄마가 많이 좋아하셨던게 지금도 생생해요.
하지만 제 얼굴은 그닥 좋지 않아서 한눈치 하시는 울엄마의 유도심문에 걸려들어서 엄마가 저를 앞장세워서
그 옷가게로 뛰어가셨어요.
가셔서 "당신들은 자식도 없냐, 내새끼가 어버이날이라고 돼지저금통 털어서 선물을 샀는데 어떻게 그걸
뺐어 먹을 생각을 하냐, 당신들이 사람이냐"등등 한성깔 하시는 울엄마 그 아줌마한테 가셔서 난리 치셨어요.
아줌마는 움찔하고 저는 엄마 옆에 있었고...
시간이 되게 많이 지났어도 항상 어버이날때면 그때 자두 뺏어 먹었던 아줌마가 생각나요.
잊고 싶고 그닥 좋지도 않은 기억인데 저도 기억하고 싶지 않은데 딴건 다 까먹어도 그건 안까먹고 있네요.
애한테 뺐어서 자두 먹던 아줌마...그 자두가 맛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