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5년된 아줌마입니다
저희 남편 공처가, 애처가 이런거랑 거리가 멀고도 먼 남자입니다
한국 남자 특유의 버럭!!!
일년에 한두번 자기가 마음이 동하면 청소기 한번 밀어줄까 말까한 사람입니다
물론 백수일때는 알아서 하더군요
요즘 다들 어렵다보니 저희 남편회사도 좀 힘듭니다
쓰고나서 생각해보니 저희집 형편이 그닥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네요
암튼 아침엔 출근하느라 바쁘니 걍 가고 생일 축하한다는 말도 없길래 까먹었나보다..하긴 15년쯤 됬음 까먹을때도 됬다 싶어서 그런가보다 했더니 다른때보다 훨씬 일찍 들어오길래
"뭔 일 있어?" 했더니
"이제부터 부엌에 들어옴 혼낼거다" 하길래 냅뒀더니 혼자서 지지고 볶고 ..
큰딸 부르고 작은딸 불러서 셋이서 볶닥볶닥...
미역국 끓이고, 불고기 볶고, 밥하고, 오뎅 볶고(제가 오뎅 볶음을 좋아해요)...해서 밥 차려주더군요
작은애는 선물을 준비 못했다며 설날에 받은 세배돈 중에 오천원짜리를 봉투에 담아서
"엄마 용돈이야" 하고 주고..
큰애는 제가 요즘 공부를 시작하려 하는데 문방구에서 스테들러 샤프를 들었다놨다 하는걸 보고 스테들러 샤프를 선물로 주더라구요
남편은 돈이 없어서 선물은 못 샀다고 생일상으로 만족하라고 하네요
설거지도 셋이서 알아서 하고...
살다보니 이런날도 있네요
남들보기엔 궁상맞아도 저는 오늘 참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