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때문에 외국에 삽니다.
머리털 나고 첨으로 투표란거 해봤습니다.
한국 살던 20대에는, 게으르고 무관심해서 안했고, 그 후에는 떠도느라 못했죠. 투표율 저조하다는 20대가 바로 예전 제 모습이구요. 한번도 한나라당을 지지한 적은 없지만, 나꼼수 덕에 뒤늦게 계몽되어서 적극적인 유권자의 모습으로 거듭났습니다.
어제 회사 일찍 마치고 돌아와 인터넷으로 SBS 방송 보면서 그야말로 화딱지가 나서, 무작정 침대에 뛰어 들었지만 내내 잠을 설쳤습니다. 허탈하고, 화도 나고 한숨도 나면서 멘붕상태가 오더군요.
4년 전 이명박이 대통령 됐을때 이민가야되는 건가 고민했습니다. 소위 말하는 선진국을 돌아다니면서 살았지만. 영주권이나 시민권 딸 생각은 한번도 안해봤거든요. 다국적 기업에서 아시아 시장을 대상으로 일하면서 일본도, 중국도 인도 출신도 아니다 보니 오로지 개인적인 노력에 의존해서 능력을 보여줄 수 밖에 없었지만, 한국 출신이라는게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내 나라, 내 말, 내 문화가 자랑스러웠고, 규모의 경제는 이루지 못했어도 나름 어느정도의 경제적 발전을 성취한 고국이니까요.
어제 충격으로 이민에 대한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행사한, 내가 설득한 가족들의 한표 한표가 이어져 제 지역구에서는 야권단일 후보가 박빙 끝에 이긴 것도 조그만 성취라면 성취고, 언젠가는 돌아갈 고국이라면 인내심을 가지고 할수 있는걸 다 해봐야겠다는 생각마져 들었습니다.
한 두 해에 바뀔 민심이 아닌 듯 합니다. 비 수도권 사람들 맘도 움직여야 하고, 공고하다 못해 철옹성을 자랑하는 지역감정도 그렇구요. 그럴러면 일단 대선부터 시작해야겠죠. 대선 전에는 조금 일찍 서울에 도착해서 친구, 지인들하고 공감대도 나누면서 직접 투표할거구요. (해외 부재자투표는 아무래도 불안하기도 하고, 이왕이면 현장에 직접 있고 싶기도 해서요) 언제가 될지 몰라도 전 꼭 한국에 돌아가서 여생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작은 숙제부터 하나 하나 해나가야 겠지요.
그리고, 나의 영웅 나꼼수들이, 씁쓸한 현실을 떨치기 위해 크게 포효하는 웃음이 아니라, 진정 일상의 잔잔한 행복으로 가득한 미소만으로 살수 있는 그런 세상을 오길 기다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