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나이가 꽉찬 미혼처자 입니다.
제 부모님은 어렸을때 이혼하셨구요.
아버지는 재혼하셨는데 한번도 본적 없어요.
저역시 돌아가셨다 생각하고 인연 끊었습니다.
(무책임한 사람...솔직히 미운 감정을 넘어 제 부모로서 인정하지 않습니다)
제 어머니.
키워주신 분.
그나마 외가댁이 98 외환위기 전에 사업을 해서 부유하셨는지라
저와 엄마는 돈 걱정없이 잘 살았어요.
그러다 부도가 나고 집안이 송두리째 망하면서
정말 한 푼도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하위층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렇게 되어버렸어요. 제가 대학교 입학할 시기에.
학교다닐때 공부를 잘하던 편이라 공부 욕심도 컸고 학교 욕심도 컸어요.
지방에 살고있던 전 혼자 서울에서 올라와
성적 장학금 조금 받은걸 제외하면 매학기 학자금 대출로 학교를 다녔습니다.
그렇게 졸업했구요 다행히 이름있는 회사에 취업하여
사회 구성원으로 어느정도는 잘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론 어려웠어요.
아무런 가족이나 주위의 지원도, 버팀도, 여력도 받지 못했으니까요.
홀홀단신 혼자 서야했습니다. 직장 선배는 제게 그런말도 하더라구요.
잡초같다고. 밟아도 다시 일어서는 잡초같다고.
칭찬은 아닌것 같지요?^^;;;
매달 학자금과 이자를 갚아나가기가 버거웠어요.
제가 학자금 받을 당시에는 대출 제도가 잘 되어있지 않아서
보증 서줄 사람도 없었던지라 캐피탈이라 불리던 2금융권에서 받을수 밖에 없었거든요.
생활비에 대출금까지...
하지만 이제는 대출받은 돈도 다 갚았습니다. 작년 말에요^^
돈은 많이 못모았어요. 0원에서 시작한 제 전재산 월셋집 보증금. 부끄러울 만큼 적은 돈이죠.
친척은 저보고 그러더라구요.
집안형편, 분수 생각해서 집근처 고만고만한 대학이나 들어가지
왜 무리해서 서울로 대학 올라왔냐구요.
그런데요 지금은, 물론 몇년...몇년이 아니네요. 십년.
정말 죽도록 고생했지만 저 후회안해요.
제 자신에게 부끄러운짓을 하지도 않았고
기댈곳이나 의지할곳 하나 없는 저는 매일매일 노력했어요.
회사에서 조금 더 나은 인재가 되기 위해. 좋은 마음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되기 위해.
바람 앞의 등불같이 위태롭고 불안했던 사회 초년생을 지나 대출금에서 해방이 되었고
한숨 휴- 하고 쉬며 이제 좀 숨을 쉴수 있겠구나 했습니다.
물론 결혼하려면 돈을 모아야 하겠지만요.
나이는 찼는데, 학력과 직장이 있어도 남들처럼 혼수를 다 갖춰 갈 형편이 못되니
누가 저 좋다고 결혼하자고 할지 솔직히 자신은 없어요. ^^
몸만 와도 좋다는 사람도 몇 분 계셨지만 그건 아닌것 같구요.
물론 저도 욕심나죠.
솔직히 말하면 전 남들처럼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컴플렉스라고 해야할까요? 네... 그런게 있어요.
자상한 아버지에 대한 동경, 평범하지만 행복한 가정에 대한 동경.
대학교 다닐때 부유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친구들의 정상적인(?) 가정과 자상한 아버지와 살뜰한 어머니.
그리고 돈 걱정 없이 마음껏 공부하고 생활하는 모습.
속으로 얼마나 부러워했게요.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취직하고 회사다니고 그랬던것 같아요.
난 그런 가정과 부모님을 갖지 못했으니, 그거라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내가 이런 가정사를 가지고 있지만
저도 그 친구들처럼 좋은 남자 만나고 싶은 마음, 욕심이 있어요.
제 자식들에게는 그런 부모가 되어 주고 싶고요.
그런데 안그래야지 생각하면서도 가끔 제 처지가 너무 비관적으로 느껴져서 우울해요.
사실 오늘 이렇게 넋두리를 올리는 이유이기도 한데요.
오늘 너무나 힘들었거든요.
살아가는데 제일 힘든 부분. 바로 어머니세요.
제게 그 자체로 지옥이신 분이라고 말하면... 저 너무 못됐죠.
어머니는 부유한 부모밑에서 마흔 넘어서까지 기대사셔서
돈의 가치 아니, 돈에 대한 개념이 없으세요.
쉰 이전까지는 돈 벌어보신적도 없으세요.
외할아버지 사업 망하기 전에는 외갓집에 기대서 살았구요.
그 이후에는 남자...엄마의 애인에게 기대서 사셨어요.
애인과 헤어지고 난 이후에 제가 대학교 다닐때는
국가 생활보호대상자 혜택에 기대서 사셨구요.
왜냐면 그땐 자녀인 제가 학생이어서 대상자 지정이 되더라구요.
이젠 저도 취업해서 그 혜택이 없어져서 어쩔수 없이 청소일을 하시구요.
몸도 안좋으세요. 원래 병치레가 많으신분.
건강한 생활계획이나 습관이 없으시니까요.
외동딸이라 애지중지 크셔서 오냐오냐하고 자라셨어요.
밤새고 티비보고 그 다음에 늦게 일어나고 항상 야식먹고
뭐가 또 있지...? 아... 할아버지 그렇게 되시고 난 이후에는
공황장애가 오셔서 신경정신과 약 드신지도 횟수로 10년이 훌쩍 넘으셨어요.
무절제한 생활 습관, 무절제한 경제 습관, 나약한 정신력.
제가 그걸 보고 자랐기에 너무 싫었어요.
전 절대 그렇게 되지 말아야겠다 생각해서
오히려 대학교 진학할때 기를쓰고 엄마 곁을 떠났어요.
애인을 집에 데려와서 저를 너무 힘들게 했어요.
그 얘기는 생각하기도 싫네요. 제 인생에 고통스런 트라우마도 남겼구요.
뭐 요즘 많이 있는 성폭행 까지는 아니고, 가벼운 성추행 정도. 제가 어릴적에요.
다행히 제가 긍정적인 성격이라 그 일에 휘둘리지 않고 살았습니다.
거기에 할아버지 사업 부도후 환경이 급격하게 바뀐 탓인지
성격도 좀 이상하세요.
나는 항상 피해자며 잘못한것도 없고 다 너희들 탓이라는 식이어서
대화가 안되요.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뭐라고 하면 욕부터 하시구요.
엄마와 정상적인 대화 포기한지는 오래예요.
지금은 힘들게 사시는 외할머니 댁에 얹혀 사세요.
청소일 하시면서요.
제가 서울로 모시고 와서 같이 살려고 했었지만
엄마 서울로 온지 한달만에 제가 두 손 두 발 다 들었어요.
물건 펑펑 쓰고, 생활비 펑펑 쓰고
혼자 밖에나가 술 드시고
제 옷이며 화장품, 악세사리, 구두 뒤져서 몰래 짐가방에 훔쳐가고
저까지 정신이 잘못될것 같길래 다시 외할머니 집으로 보냈습니다.
나이 육십을 바라보시지만 아직도 애인 만나시구요
그러다보니 꾸미는거에 관심이 많으세요. 예전부터 그랬지만.
옷사느라 카드 감당 안되게 쓰고 결국 못값아서
엄마가 카드빚으로 감옥 들어가면 좋겠냐고 욕을 퍼부어 저를 보증세우고
제가 그 카드값 갚느라 고생 뼈빠지게 만든건 제 사회 초년생때 일.
지금은 제 물건 뒤져서 훔쳐가거나
오늘 제가 이 글 쓴 일이 일어나게 만들었어요.
동네 옷가게에서 옷값을 200만원이 넘게 외상으로 사가셨다네요.
근데 그걸 안갚아서 외할머니 집으로 옷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오셨대요.
옷가게 주인 아주머니가 딸인 저보고 갚으라는데.
참... 순간 입에서 욕이 나오더라구요.
아무리 엄마지만 너무나도 밉고 싫고 원망스럽고
존재자체가 지옥이예요.
엄마 청소일 하시는거요.
제가 할머니집에 얹혀살지만 생활비도 안내니,
제발 그 돈 모아서 엄마 한 몸 있을만한 단칸방 보증금이라도 모으라고 했었는데
그 돈 족족 쇼핑하는데 다 쓰고 거기에 외상까지.
엄마 일하신지는 일년이 넘어가요.
제가 200만원 소리에 너무 기가차고 코가차서
옷가게 주인 아주머니께 고소하던가 해서 감옥에 보내세요 라고 말했더니
저보고 독한 딸이래요.
가끔 제가 결혼할때 아무 경제적 능력이 없는 엄마가 있는데
어느 남자가 나와 결혼하려 할까.
생각하면 너무 슬프고 답답하고 괴로워요.
사실 재작년 결혼하려고 집에 인사시켰던 남자가 있었는데.
처음 인사온날 우리 엄마.
술 거하게 드시고 취하셔서 인사 받으셨어요.
거기다 어떻게 알았는지 인사드리던 그날 만나기 전에
남자친구 핸드폰으로 전화해서 술주정 부리셨구요.
(아마 명절에 남자친구가 집으로 보낸 선물 택배에 적혀있던 번호를 저장하셨던것 같아요)
뭐 그 이유가 다는 아니었지만 결국 그 남자랑 결혼 안됐어요.
그 남자와 안맞다는 결론이 나서 제가 선택한 결정이지만
엄마의 저런 모습을 보니 다음엔 인사시키고 싶지도 않더라구요.
그리고 엄마는 남자친구만 만나면 제 험담을 하셨었어요.
얘는 원래 이런 애니까 자네가 잘 맞춰주게, 얘는 이런애니까 자네가 고생좀 할거네.
농담삼아 하는말도 한두번이죠.
남자친구가 저와 다툴때 저희 엄마가 말한 부분을 가지고 기정사실화 해서 말하더라구요.
너희 엄마가 너 그런애라고 말하더니 그렇다고요.
상견례는 물론 아예 결혼식까지 꽁꽁 숨기고 싶고 결혼식에 엄마가 없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환경속에서 좋은 남자를 만나려는건 제 욕심일까요?
저희 엄마는 결혼할때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하면 괴롭고
아직까지 철 못들어서 저렇게 다니는 엄마보면 살 의욕이 없습니다.
엄마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맘 같아선 인연 끊고 싶은데 제가 인연 끊어도 엄마가 저를 끝까지 놓아주지 않을 사람이예요.
인생 선배분들이 82쿡에 많으셔서 답답한 제 심정을 올려봅니다.
쓰고보니 글이 너무 기네요.
넋두리하듯 답답한 제 맘을 풀어놓다보니 이렇게나 길군요.
제 한숨처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