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아기를 낳아요
아기 낳아 백일정도 기를 때까지 친정살이를 해야하는 사정이 있구요
친정엄니가 아기 태어나면 당장 쓸것들 빨아주시겠다고 내놓아두라고 하셔서
이것저것 챙겨 내놨어요
친정에는 큰 세탁기 말고도 조심해서 다룰 빨래를 따로 하는 작은 세탁기가 있어서
(주로 손빨래용 빨래들을 빠는 용도예요)
거기에 미리 세준 아기세제 넣고 돌리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죠
저도 전혀 생각도 못하고 당연히 친정엄마도 제가 말씀드린대로만 하셨는데...
문제는
제가 사놓은 아기내복, 저고리, 기저귓감, 좁쌀베개와 모자 따위가 모두 하얀색이고
간간이 오렌지색, 분홍색 빨랫감이 있었다는것...
그리고 그중에 분홍빛 빨래는 특히나 첫빨래를 손빨래로 하지않으면
물빠짐이 있으니 주의하라고 쓰여있었던걸
제가 깜빡했던것 ㅠㅠ
어제 엄마가 아기 빨래를 모두 하셔서 건조대에 내놓으셨어요
방금 빨래 마른것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딩-
본적이 없는 분홍색 턱받이가...
저는 분홍색 턱받이를 산 적이 없어서 놀라 여기저기 뒤집어 보니
제가 임신중에 한땀한땀 수놓아 만들었던 흰색 꽃자수 턱받이가 분홍 빨랫감과 섞여
물든 것이었어요 ㅠㅠ
그러고보니 다른 아기내복이나 아기기저귀팬티, 모자 등도
기성품 오가닉면이라 덜 물들어서 그렇지...아직은 하얀색이지만 솔기 부분에
살짝 분홍기가 돌더라고요.
지나가다 들여다보던 동생은 "분홍색으로 물든 게 더 예쁘네" 이러고 있고 ㅠㅠ
저는 흰색 턱받이가 너무너무 좋아서 일부러 만든 거였는데...
전화 걸어 엄마에게 말씀드렸죠. 엄마도 놀라시고...
색깔있는 옷(그것도 주의사항에 미리 물빠짐을 경고한 옷)을 잊어버리고 함께
내놓은 제 잘못이죠.
다만, 아기를 맞는 첫 과정인 아기맞이 빨래에서부터
이런 나름의 돌발상황(?)이 생기고, 이 작디작은 일에도 낙심하고 마음이 언짢은데
앞으로 겪을 출산이며 아기키우기는 또 얼마나 돌발상황이 많을 것이며
돈도 많이 들 것이며(돌발상황을 해결할 때는 때로 돈이 들어가죠 ㅠㅠ)
쓸데없이 예민하고 철없는 저는 또 얼마나 불안해하고 낙심할지
아휴 혼자 답답하네요.
이런 마음의 상당부분이 그냥 임신중 호르몬이 널뛰어서 그런거면 더 좋으련만...
그나저나 분홍색 턱받이...ㅠㅠ 제가 젤 정성들여 꽃수놓은거였는데...
보고있음 맘 아파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