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남편이 거의 나이 마흔에 소셜커머스 쿠폰을 사요.
그 자체도 그래 뭐 당신은 그런거 좋아하니까 하고 넘기고 있어요.
암튼 소셜 쿠폰을 샀는데 (2만원 짜리;;)
그걸 기한 내에 못 갈거 같으니까 팔겠다고 어디 올렸나봐요.
근데 문자가 와서 입금하겠다고 해서 계좌번호를 가르쳐줬는데 연락이 없었대요.
물론 입금도 안됐고요.
그리고 나서 그 쿠폰이 사용이 된 걸로 등록이 된거에요.
그래서 그 소셜커머스 업체에 항의했대요.
그리고나서 생각해보니 그 입금하겠다는 사람이 이름과 계좌번호를 알고 있으니
그 사람이 가서 썼구나! 하고 추측이 된거지요.
어제 밤에 애기를 데리고 오 그렇구나. 나쁜 사람 잡으러 가야지!!! 누구야 나쁜 사람 잡으러 가자!!!! 하고 안방에서 나가더니 애를 아주머니한테 주고 서재로 가서 뭐라뭐라 통화를 하대요.
계속 통화하는 소리만 들리는데 저는 대체 뭘 저렇게 오래 얘기를 하나 문자 보내서 그 쿠폰 썼냐고 돈 달라고 하면 되지 싶어서
서재에 가봤어요.
남편이 상기된 표정으로 전화에 대고 막 화를 내면서 학생, 학생이 그러면 안되는거 아냐. 알겠으니까 오늘 반성문을 써. 그거 보고 경찰에 고발할지 말지 결정하겠어. 집이 어디야? 하고 있는거에요.
보는 순간, 저게 뭐하는 짓인가, 한심하다 싶었어요.
남편한테 솔직히 한심하다고, 걔가 조폭이면 어쩔거야? 네이트판 같은데 협박했다고 자기 입장에서 글 써서 올리고 문제 커지면 어쩔거야? 강한자한테 약하고 약한자한테 강하고 한거 아니냐고. 지금 그 2만원 때문에 뭐하는 짓이냐고. 그냥 이거 쓴거 알고 있고 씨씨티비로 확인도 되는 부분이니까 썼으면 입금하라고 문자로 해결할 일 아니냐고. 시간이 남아돌아?? 하고 말했더니
남편은 또,
아니 처음에 문자보냈더니 자기 영화본다고 나중에 전화한다고 하고
전화하더니 처음에 거짓말 하려고 해서 화가 났다고,
반성문 받고 만나고 할 생각은 없고 걔도 솔직히 그게 먹고 싶었는데 취업이 안돼서 대학원에 가는데 3월 14일날 쓴거니까 화이트데이에 여친이랑 간건데 어쩌고 그래서 잘 해결했다고, 입금하기로 했다고 자기가 학생, 우리 바르게 살자. 그랬다고, 젊은 애가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까 바로 잡는거고 어쩌고 하는거에요.
그리고 그 쿠폰 쓴 남자애가 또 전화가 와서 자기가 은행을 못 찾아서 지금 입금하겠다고 또 사과하고
남편한테 엄청 긴 장문의 문자를 보내고 했어요.
아마 남편이 경찰에 갈거라고 하니까 겁이 나고 그랬겠지요.
이 모든게 약 한시간은 걸려서 일어난 일이에요.
저는 이 자체가 뭐하는 짓인가 싶고
그 사람이 쿠폰을 훔쳤다고 해도 그걸 갖고 왜 둘이 대화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저런데서 소셜 쿠폰을 사는 남자들의 특성인가 (좀 쪼잔하고 찌질하고 시간 많고...?) 그래서 쪼잔하고 시간 많은 우리 남편과 역시 또 쫀쫀하고 시간 많은 저 남학생이 저렇게 길게 대화를 하게 된건가?
물론 남편이 2만원 잃지 않아 다행이지만 2만원이 뭐라고, 반성문은 또 무슨 소린가, 아무튼 정말 한심해 보인다. 싶었어요.
저희 남편은 와 내가 문제를 잘 해결했다 얘도 나쁜 애는 아니야 뿌듯뿌듯 하고 있고
저는 몸이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여유가 없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그냥, 남편이 한심하게 느껴졌고 아직도 그런 생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