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전에 담답하고 괴로운 마음에 글 남겼다가 댓글이 더 큰 상처가 되어 원글을 지운 일이 있습니다.
비겁하다 예의없다 ... 질책하실까 두렵기도 하지만 ...
오늘도 머리가 복잡해서 글 남깁니다.
남편이 저를 속이고 주식으로 집을 날린지 벌써 5개월이 흘렀네요.
눈을 뜨면 내일이 오지 않을 것 같은 불안과 절망을 부여 안고 보낸 시간들 ..
지금도
길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남편은 한 때의 실수 쯤으로 생각할 뿐 저의 배신감과 분노, 절망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시댁은 아들 기죽는 것이 가슴 아파 말 한마디도 조심스러우신데
엉뚱하게도 며느리인 제게 화를 내십니다.
대인기피증이 생길 만큼 사람들을 만나기도 싫었고
멀쩡하게 앉아 있다가 하루에도 몇번씩 울었다가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그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무력감이 더욱 힘들었습니다.
집에 있으면 하루종일 전화도 받지 않고 최대한 감정을 차분하게 가라 앉히고
아이들에게 내색하지 않는 것이 저의 최선이었어요.
정신 똑바로 차리는 것이 저의 최선이었어요.
그렇게 지내다가 설이 다가 오고 어렵사리 발걸음을 떼어 명절 지내고
시댁에서 손님까지 치르고 나니...
마음이 조금 여유가 생겨 연로하신 부모님 ... 예전같이는 아니어도
주말에 식사 한끼라도 챙겨드리고 반찬이라도 만들어드리자 마음으로 다시 시댁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번 덧글을 달아 주신 어떤 분의 글 ..
기억은 잘 안나지만 ... 그 어떠한 경우라도 시댁을 등지지 말라 하셨던 글이 떠나지 않더군요.
하지만 예전처럼 웃고 떠들고 비위 맞춰 드리고 .... 그럴 수는 없었어요.
마음이 지옥인데 ... 집이 빨리 처분되어야 빚을 갚고 월세라도 구할텐데 ...
남편은 되려 짜증을 내고 오히려 시간이 지날 수록 너무 당당합니다.
자기가 번 돈이고 부모님이 보태 주신 집 담보로 주식한 것인데 .. 니가 뭔 상관이냐며 당당합니다.
이혼을 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
살아야 할지 죽어야 할지
미칠 것 같은데
아이들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지는데
그런데 말이죠.
그 와중에 그동안 안부 전화 안하고
시댁에서 거는 전화 안받아서 화나시고 .. 그리고 잘못했다고 울면서 빌지 않아서 화가 나신답니다.
게다가 시댁에 와서 웃고 비위 맞춰 드리지 않고 밥만 하다 간다고 ... 저더러 독하다며 오지 말랍니다.
얼마전 월세를 구한 후 .. 남편에게 말씀드리라 했더니
40 넘은 저희 부부가 부모님께 상의 안드리고 집 구했다고 화를 내신답니다.
남편은 저더러 어떻게 할지 결정하랍니다.
전 무엇을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어요.
저 몰래 아들에게 뒷 돈 대주시고, 집 날린 아들에게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살라 하시고
머리 싸매고 누워있는 제게 너는 지혜로우니까 당신 아들 기운 빠지지 않게 돌봐주라 하셨는데
그거는 못했습니다. 제 자신 몸가누기도 힘들었어요.
앞으로 두 아이를 키우며 어찌 살아가야 하나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이 엄청난 일을 저지르고도 깊은 반성을 할 줄 모르는 남편을 바라보면 미래가 암담한데
좌절하지 않고 내 마음을 다독이며 조금씩 조금씩 애쓰는데
제가 왜 .... 무엇을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는지
아무렇지 않은 척, 지혜롭고 슬기로운 며느리가 되어 밝게 웃어야 하는지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