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거짓말이 심하다거나 한게 아니구요,
제가 영어도 안 보내고 수학 과외와 자기가 너무 하고싶다고 해서 시키는 피아노와 테니스 정도가 사교육 다 인데요,
지난 주말 수학 과외 숙제를 다 해 놓고 놀으라고 했는데
아침에 저보다 2시간 먼저 일어나서 공부하는가 싶더니 다 했다고 놀아도 되냐고 하더군요.
토요일 혼자 일찍 일어나서 숙제 다 해 놓았다길래 너무 기특해서
친구들을 데리고 자도 되느냐해서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다음날 낮 12시까지 아들 친구 수발을 다 들어 줬습니다.
그리고 일요일 늦은 밤 문득 숙제 체크 해볼 생각이 들어 문제집을 찾았는데
총 3권 중 한권만 보이고(그나마 반도 덜 해놓은) 나머지 2권은 보이지도 않더라구요.
감이 와서 아침에 족쳤더니,
학교 갔다와서 엄마 회사 간 사이에 해 놓으려 했다는 겁니다.
저는 엄마도 자고 있는 아침 일찍 공부를 다 해 놓은게 너무나 기특해서
직장 다니느라 힘든데 주말을 저를 위해 봉사했건만 배신감에 치가 떨리네요.
어찌 생각하면 이제 엄마 몰래 꿍꿍이를 할 나이인것 같은데,
심하게 야단을 쳐야할지,
그리고 아들과는 이제 유아기를 정리하고 좀 서먹해지는 단계가 되는건가 싶어 서글프기도 하네요.
아들 하나라 이제껏 제가 같이 자고 맨날 뽀뽀하고 껴안고 하다가 ( 무섬이 많아 혼자 못잡니다.눈을 감으면 피가 보이는 것 같아 하고 6살때 말해서 그 이후로 계속 자 줍니다) 낯선 아이를 만난것 같습니다.
전에도 몇번 숙제 다 했다고 거짓말 한적은 있어 엉덩이 회초리질 한적 한번 있구요,
뭐, 이해는 됩니다. 지가 한 번 맞고 열심히하면 그게 사람이겠습니까마는,
직장일에 지쳐 아들에게 헌신했는데 배신 당한것같아 화가 많이 나네요.
회초리를 들면 정신 없이 때릴수도 있을 것같은 기분이라
오늘은 꾹 참고 현관 타일바닥에 속옷만 입힌 채로 학교가기 전 까지 무릎 꿇고 손들어 벌세웠습니다.
제가 먼저 다 했다는 숙제를 미리 검토만 하자고 했어도 아이가 거짓말도 못 했을거고 큰 소리나는 일도 없었겠지만,
직장일이 너무 힘들어 집에선 거의 그로기 상태라 ....
자게 영어 공부글 보고 갑자기 숙제 체크 해볼 생각이 난게 화근이네요. ㅜㅜ..
어릴 때는 죽자고 공부해 대학가고,
직장 에서 온갖 수모 겪으며 일하고
집에선 육아에 치이고,
지 공부는 지가 해야지.. 그랬는데 막상 공부 못하니 누구 닮았나 싶어 조바심 나고 한심스럽고,
이제 쟤 공부까지 시키고 나면 전 50 넘은 할머니가 되어 있을텐데 인생이 이리 다 가나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