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 수록 친정엄마에 대한 정이 점점 떨어져요.
그래서 주변에서 친정엄마랑 애틋한 얘기를 들으면 너무 부러워요.
얼마전에 놀러 온 친구는 80이 넘으신 친정엄마가 아직까지 밑반찬 챙겨 주시고
아이들 용돈 주고 보약도 지어준다고 하는데 넉넉한 마음이 부러웠어요.
저번에 저희 동네 사우나 오신 친정엄마는 가방에서
시들거리는 사과 하나를 꺼내 놓으시더라구요.
예전에는 놀러 갈 때 많이 모시고 다녔어요.
해외여행도 두세번 같이 가고요...국내는 아주 많이요...
하지만 가실때 마다 밥 한번 안 사세요.
너희가 알아서 쓰면 내가 나중에 줄께 하신 적도 있지만 달라고 한 적도 없고
알아서 주신 적도 없으세요.
패키지로 가게 되서 팁이나 옵션으로 내야 할때도 저희가 내도 나중에 얼마 줄까
하신 적이 없어요.
제주도 가서 2박3일 동안 식당에서 밥 사먹는데
이쯤에서 한번쯤 밥값 좀 내주셨으면 좋겠다 하는 시점에도
절대로 친정부모님 안 내시더라구요.
아무리 친정부모님께 진심으로 잘 하는 성격 좋은 남편이라도
이제는 제가 보기 민망하고 속상해서 이제는 어디 가려고 하면
그냥 우리 식구끼리만 갔다 오게 되요.
그리고 저도 이제는 같이 여행 가는 일은 절대 안 만들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는 주말에 엄마가 저희 동네 사우나(시설이 좋음)를 오세요.
그럼 저녁이라도 같이 나가서 외식을 자꾸 하게 되고..
집에서 먹더라도 대충 먹을 거 좀 더 신경 쓰게 되는데
아무리 친정엄마지만 거의 매주 엄마를 보니 짜증도 나고 지치게 되요.
엄마가 돈이 없으신 것도 아니에요.
얼마전에 상가를 하나 파셔서 현금을 좀 가지고 계시거든요.
자식들이 그 돈 달라는 것도 아니고 이제 68세시니까
어디 투자 하지 마시고 슬슬 쓰시면서 사셔도 되는데
어디 다른 상가건물 보고 왔다...어디 재건축 물건 보고 왔다...
이러면서 자꾸 자랑이신지..걱정이신지...늘어 놓으시는데
투자 하지 말고 쓰셔라 하는 말도 이제 한두번이지 볼때마다 하는 것도 힘들어요.
저저번주에 사우나, 저번주는 친정엄마 생신,
어제는 또 사우나 오셔서 저도 3주 연속 엄마 보기가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박물관을 갔어요.
사우나에서 오실때까지 기다린다거나 시간 맞춰 오지 못 할 거라 이야기는 했구요.
엄마는 사우나 끝나고 집으로 가셨는데
저녁때 전화 하셔서
"애들 데리고 잘 다녀왔냐? 난 너희가 있어서 행복하다...(울먹울먹)..." 하시는데
전 엄마가 애틋하거나 안타까운게 아니라 짜증이 났어요.
저 못된 딸입니다.
친정아빠도 계시지만 옛날 분들이랑 부부정도 없고
친구들이랑 재밌게 지내지도 못하시는 엄마(엄마는 친구들이랑 놀면 뭐가 재밌냐고...
돈만 쓰고 하나도 재미없다 하십니다.한마디로 돈 쓰는게 싫다는...)가 너무 부담스러워요.
짠순이 친정엄마 보는 거 힘듭니다.
이리저리 우리 가족끼리 다녀보고 싶은데 자꾸 같이 다니고 싶어하시는 거 너무 힘듭니다.
모시고 가도 기분좋게 저녁 한 번 쏘지 않는 부모님이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그동안 정말 엄마한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쌍둥이 아이들 같이 볼때 생활비 100만원씩 드렸고...
(마음이 얼마나 불편했는데 정말 지금 다시 한다면 저 돈 주고 도우미 쓸겁니다.)
해외여행(홍콩,태국,싱가폴,대만,이탈리아)외에 틈틈히 국내여행 많이 다녀드렸고
전자제품도 여러번 바꿔드렸어요.
그런데 이제 못하겠어요.
제가 짜증이 나서 못하겠어요.
엄마가 제게 던졌던 모진말들이 자꾸 떠오르고
힘든 시절 보낸 엄마가 안타까운게 아니라
그 시절 힘들게 보냈던 내 자신이 불쌍해서 못견디겠어요.
초3부터 저녁 먹고 설겆이 하는 내 모습이 자꾸 떠올라요.
지금 제 딸이 4학년인데 어떻게 저만할때 아무리 힘들었어도
딸하나를 그렇게 집안일을 시켰나 싶고요...
제게 어쩜 그렇게 자주 욕을 하셨는지 싶어요.
전 엄마한테 사랑한다는 말을 어렸을때 들은 적이 없어요.
한번은 엄마랑 말다툼을 한 적이 있는데
저런 녀ㄴ을 무슨 대학을 보냈는지 모르겠다고...
상고나 보내서 돈 벌어오게 해야 했다는 말들...
정말 자꾸 삐죽삐죽 올라와서 제 마음을 아프게 해요.
제가 일찍 결혼 한 건 엄마한테서 벗어나고 싶어 그런건데...
아직도 엄마의 그늘이 너무 힘겨워요.
그렇다고 사우나 핑계 대고 오는 엄마를 말릴 수 없어서
어제는 전화기 코드를 빼 놓았다가 양심에 너무 찔려서 다시 코드를 꽂아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벨이 울리면서
"나 너네 사우나 간다.." 하시는데 짜증이 너무 났어요.
남동생들한테만 잘 해 주는 것도 아니에요.
자식들한테는 다 비슷하게 짜게 구세요.
하지만 의지는 하나뿐인 딸인 제게 많이 하시는 거 같아요.
돈도 있으신 분이 궁상스럽게 입고 다니시고
가방 사드린 것 안 드시고 싸구려 가방 들고
사드린 신발 고이 모셔 놓고 헌 신발 신고 나타나시는 거 보면
이제 저도 한계에 부딪혀요.
정말 가지고 계신 거 달라고 안 할테니
조금씩 쓰시면서 사시라고 해도 못하세요.
남편은 친정부모님께 꽃 피면 꽃구경 한 번 가자고 하는데
전 안 모시고 가고 싶어요.
술 드시면 앞뒤 안 맞고...분위기에 안 맞는 엉뚱한 이야기 하시고...
음식이 어떻다고 타박 하는 거 즐기는 친정아버지나...
당신 고생 한 거 알아달라고 자꾸 어려웠던 과거 이야기나
아니면 지금 가지고 있는 돈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랑
같이 다니는게 너무 힘들어요.
딸인 제가 친정엄마에 대해 친정부모님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한다는게
얼마나 나쁘고 인정머리 없고 냉정하다는 걸 아니 마음이 너무 괴로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