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결혼 하면서 인생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는 중이예요 결혼전엔 부모님 울타리 안에서 편하게 살아왔었는데...
전 효자랑 결혼했어요 홀시어머니 계시죠
남편이 효자지만 아내에게 효도를 강요하는 스탈이었음 결혼 안했을거예요
진짜 효자답게 스스로 시어머니에게 잘하고 물론 저희 친정에도 참 잘합니다 잘한다는게 물질적인건 아니지만 소소한 마음 씀씀이가 참 이쁜 사람이죠
근데 제가 가끔 버거울때가 있네요 심적으로...
남편... 아주어릴때 아버지 돌아가시고 시어머니 혼자 힘으로 남매 키우셨는데 자라온 환경이 그렇다보니 남편은 엄마에 대한 책임감이 남다릅니다
엄마인생과 자기 인생을 분리시키는걸 굉장히 힘들어합니다 내가 엄마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옭아매고 그렇게 짐을 지고 있으면서 버거워하고 벗어나고 싶어하고 힘들어합니다
시어머니 또한 의존적인 성격이라 결혼3년간 겪어보니 아들을 자식이 아니라 내 보호자... 내 인생을 책임져줄 남편이자 아버지 같은 존재로 생각하시는거 같네요
손윗시누이가 한명있는데 둘 대하는거 보면 확실히 느낍니다 시누이는 내가 보살펴야할 자식,... 아들은 내가 의지해야할 존재...
전 그래서 남편을 도와주고 싶습니다 인쓰럽고 측은해요 마음으로 의지가 되는 피붙이가 없으니... 그 인생 참으로 외롭고 힘들었겠다... 사는 동안 내가 의지가 돼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남편을 도와주고 싶지만 동시에 나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싶습니다 남편이랑 있으면 사소한 일상들이 참 행복합니다 한집에서 나는 컴터를 하고 남편은 티비를 보고 있는 그런 상황들조자 평화롭고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가 시어머니한테 한달에 드는 비용이 고정적으로 60만원이 듭니다 이 비용은 저희한테는 정말 최대로 해드릴수 있는 금액이고 버거울정도입니다
고정적 비용이니 실상은 그보다 더 나갈때가 많다는 거지요 솔직히 힘듭니다 시어머니 아직 50대 후반입니다
미래가 암울합니다 솔직히... 저희 친정할머니가 연세가 지금 80대중반이십니다 거동이 좀 불편하신거 빼고는 정정하십니다 30년을 시어머니의 인생을 다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직 애도 없는데 숨이 막힙니다
며칠전 남편이 엄마 드릴 카드로 뭘 드릴까 하더라구요 병원비 쓰시라고 카드 드린다구요 그 말 듣는순간 가슴이 콱 막히더라구요
병원비... 한번에 몇만원씩 쓰시는것도 아니고 몇천원 만원 이렇게 나가긴 합니다 한달에 얼마 안되는 금액이죠 하지만...
저희가 이미 드리는돈이 수십만원이고,... 그렇게 이것저것 해달라는대로 다 해주면... 이제 대출내서 집도 살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우리는 애는 언제낳고 언제 노후준비하고 할려고... 가슴이 콱 막히더라구요
남편한테 그랬습니다 며칠을 고민하다.. 어떻게 말할까 고민했죠 한숨 한번 쉬니 왜 그러냐 묻더군요
어머니 카드 못드린다 했습니다 저 원래 말투 무뚝뚝하고 참 정없는 사람인데 결혼하고 정말 많은걸 인내하고 성격도 죽이고 그렇게 돼더라구요
최대한 부드럽게 그러나 제 의사를 확실히 전달했습니다 카드 못드린다 우리가 드리는 돈만 달에 60이 들어간다 우리가 어머니의 인생 전체를 다 책임질수 없다... 아직 연세도 50대후반이고 그 나이면 나가서 아줌마 소리 듣지 할머니 소리들을 나이 아니라고...
60만원 이외에 자잘하게 나가는 돈은 알바라도 하셔서 충당하시라고 하라구요 울동네도 백발 할아버지도 편의점 알바 하신다... 하루 네다섯시간... 몸에 무리 가는것도 아니고 그정도 하면 한달에 이삼십만원이라도 벌수 있다고..
아예 생활비 안드린다는거 아니고 그거 드리면 우리 이제 집도 사고 해야 하는데 더는 절대 못한다고... 애라도 낳으면 만약 애가 아프면 그 생활비 조차 못드리게 될수도 있는데 그때가서 어머니 아무 준비도 안하고 계시면... 어쩔거냐고요
아직 살날이 몇십년 남았는데 조금씩이라도 홀로서기 하셔야 한다고 했어요
다행히 남편도 제 말뜻을 이해했고 한달에 드리는 고정적 비용 빼곤 드리지 않기로 했어요
효자남편 수위 조절하는거 힘드네요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매정한 며느리도 아니거든요 시댁가면 맛있는거라도 더 사드리려고 하고 시댁갈때도 거의 빈손으로 간적도 없고... 때로 영화도 예매해서 남편 한테 어머니랑 둘이 데이트하고 즐겁게 지내고 오라고 하고 그래요 잘한다고는 할수 없지만 기본은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혼하고서 정말 이젠 내손으로 직접 헤쳐가야 하는게 인생이구나 뼈저리게 느낍니다 결혼생활하면서 일방적인 희생을 할 생각은 없지만 남의 고민을 나눠 가진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은것을 피부로 직접 느껴보니 만만찮네요
정말 내가 결혼생활을 죽는날까지 잘 해낼수 있을지... 확신도 없고 불안하지만 그래도 이왕 결정한거...
그래도 십년을 알아오면서 결혼은 삼년뿐이 안됐지만... 어쨌든 권태기 한번 없이 늘 한결같은 남편이 있어서 제인생이 풍요로워졌으니 내 자신이 더 행복한 인생을 살수 있도록 노력은 해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