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 주일.... 부부쌈을 했는데, 서로 말을 안 합니다(뭐 이런 일 새로울 것도 없고 종종 있는 일입니다)
딴 부부님들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얼마 전 결혼 11주년이었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고 ㅠ.ㅠ;; 애도 둘이나 있는데
둘다 철이 덜 들었는지...
사연인즉슨...
지지난 주 토요일. 애 둘 데리고 친정 갔다가 전날 약간 갈듯말듯한 아보카도를 먹은 게 아마도 장염 원인인듯한데 암튼 제가 장염에 걸려 죽다 살아났습니다
친정 부모님께서 애 둘 하루종일 봐주시고(매주 토요일 봐주시죠), 몇 시간 동안 수 차례 토해대고 기진맥진한 다 늙은 딸(저입니다) 약 사 먹이고 죽 끓이시고 병수발 들어주시고 ㅠ.ㅠ;;;
토요일도 보통 11시 넘어 퇴근하는 신랑.. 그래도 좀 일찍 오라고 문자했더니 7시 미팅이라고 해서 미팅 끝나고 다른 날보다는 좀 일찍 와달라고 다 죽어가는 소리로 말했습니다
10시쯤 도착하더니 걱정스러워 하는 장인 장모님 얼굴 보고 감사하다 죄송하다 말한마디 없고(뭐 그동안 애 들 봐주실 때마다 그런 말 한번 없던 인간입죠), 얼굴 반쪽 돼서 내내 누워있다 일어난 저 보고
"왜 아프고 그래?"대뜸 하는 소리입니다... "그러게 면역 약해지지 않게 비타민 잘 챙겨먹지... 도대체 뭐 잘 못먹어서 그래?"
엄마께서는 괜히 친정에서 뭐 잘못해 먹여서 애가(제가) 아픈 건가 싶어 괜히 사위보기 더욱 미안해 하시고....
ㅠ.ㅠ;; 울 부모님 앞인데 참... '내 딸은 사랑받지 못하고 사는구나'고 느끼셨을 듯합니다
암튼... 그러고 겨우겨우 운전해서 집에 갔습니다
(원래는 다리도 후들거리고 어지러워서 운전 못하겠다고 했더니 제 차 가지러 자기가 또 (친정에)와야 하냐면서 애들만 자기 차에 태우고 저 보고 당연히 차 몰고 오랍니다.. )
뭐 그정도야 참을만했죠... 바쁘고 혼자만 중요한 일 하는 신랑을 그 이른 시간인 밤 10시에 불렀으니 말이죠... 제가 죽을 죄를 지은 거죠... - -;;
사건은 다음날입니다..
다음날인 주일. 외출하려고 신랑 차에 애 둘 태우고 저도 타고, 신랑은 어젯밤 지상에 세워둔 제 차를 지하에 주차하러 갔는데, 신랑 차에 애들과 앉아 있다가 너무 추워서 운전석으로 가서 시동 걸어놓고(가끔 신랑이 시동 좀 걸어두라는 요구도 하고 그럽니다) 앉았다가 앞문 소지품 칸에 못보던 스맛폰이 있어서 만지작댔습니다
신랑 회사가 앱개발도 하는 회사라.... 여러 가지 기종을 집에 갖고 와서 보여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냉큼 집어서 파워 열심히 찾아 켜보고.. 하는데 주차 마친 신랑이 오더니 뭐하냐면서 왜 함부로 만지냐고 하더군요
좀 기분 나빴습니다.. 며칠 전엔 새로운 거 샀다면서 싫다는 절 보고 써보라고 들이댔으면서....
안 보던 폰이라 좀 만져봤다. 그거 새로나온 소니에릭슨폰 같은데 전에 것보다 굉장히 슬림해서 그랬다고 했더니 회사 테스트폰이라면서 자기 껄 왜 뒤지냐고..
(평소 기계치도 아니고 관심도 있는 저한테 의견을 구한다거나 하는 일이 자주 있는 터라 전 당연히 제가 만져보면 의견을 구할 줄 알았습니다. 그 폰은 당연히 회사 테스트폰이겠거니..)
제가 작정하고 뭘 의심해서 뒤진 게 아니고.. 아이들도 새 휴대폰 보면 막 만지듯이 그런 기계 만지는 거 좋아하는데 그런 쪽으로 관심이 있는 편인 저는 오죽했겠습니까? 제 성향을 모르는 사람도 아니고
(근데 생각해보면 이런 식으로 자기 물건을 뒤진다고 한 적이 몇 번 있네요. 내 껀 아무렇지 않게 만지고 뒤지고 하면서)
그러고선 계속 얼굴 찌푸리고 짜증내더군요... 민망하기도 하고 부부인데 가족인데 뭐가 그렇게 맘에 안 드는지 이해도 안 가고 기분도 좀 안좋아졌습니다
암튼 계속 신랑 태도가 계속 기분 나쁜투로 틱틱거려서 저도 기분 팍 상해서 '뭐야 내연녀 폰 아냐?'그랬습니다
(아 이건 예전에 차에서 모르는 립스틱이 나온 적도 있고 아침 7시 즈음 회사 여직원한테 늦는다고 문자온 적이 있고(아니 그 시간에 유부남이면 아내랑 같이 침대에서 자고 있을 시간 아닌가요? 일부러 그런 건지..) 그 여직원은 지금은 퇴사했다고 하는데 남편 말로는 쭉쭉빵빵이라나... 암튼 남친도 있는데 남친과 싸워서 울 때 자기가 달래줬고 어쩌구... 뭐 이런저런 껄끄러운 일이 좀 있은 전적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제가 괜히 의부증이 아니고;;)
요즘 항간에 상간녀 얘기도 돌고 그래서 가볍게 던졌습니다 그랬더니 웃기는 소리 하고 있다고 한소리 하더니 아예 말을 안 하더군요
사실 회사 테스트폰이라는 건 예상했는데, 기존 테스트폰 만질때는 그렇게 예민하게 굴지도 않았는데...
안그래도 장염이 덜 나아서 몸도 안 좋은데 꼭 그런식으로 굴어야 했는지... 게다가 차 타기 전 보니까 신랑차가 꽤 심하게 긁혀있더군요
워낙 운전을 잘하기 때문에 자기가 긁은 적은 한번도 없는 사람이고, 제 차는 조금만 긁혀도 제가 이유를 말하기도 하고 신랑이 묻기도 하고..
그래서 이유를 물었더니 대충 얼버무려서 또 그 성질에 맘에 안 들게 운전하는 차 하고 질주를 하면서 긁혔나 걱정이 돼서 또 물었더니 짜증내면서 알거 없다고.....
그냥 이건 이래저래 해서 생긴 거다. 하면 저도 몸 조심하고 안전운전 하세요~~ 하고 그만뒀을텐데(평소에는 그렇거든요) 뭘 그리 꼬치꼬치 묻냐는 식으로 툭툭 던져댑니다, 가족 아니면 아내 아니면 누가 그렇게 걱정하고 묻겠습니까?
아픈 것도 참고 그저 신랑 사고 싶다는 그 뚱뚱한 배에 어울리지도 않는 코스트코에서 팔지도 모른다는 스키니 바지 사는 곳 따라 나섰는데 마눌한테 할 태도입니까? 게다가 노총각친구 집 앞까지 데리러 가서 몇 십분 기다려서 같이 쇼핑할 거라면서 집에서 가까운 상봉코스트코를 놔두고 일산 코스트코까지 가는데 말이죠...
중략하고....
일산 코스트코 가서도 전 기분 나쁜 내색 팍팍했고, 신랑은 전혀 자기는 잘못 안 했고 제가 도대체 왜 기분 나빠하고 화내는지 오히려 더 웃긴다는 식으로 제 짜증에 자기도 맞받아 소리치고..
(자기한테 그런식으로 대꾸했으면 인간다운 대접을 안 한다는둥, 사람 말이 말같지 않냐는둥 왜 그렇게 대답하냐는둥 했을 거면서 저한테는 그렇게 막 해 놓고는 ... 제가 기분 안 좋다고 했음에도 자기는 자기 친구하고 얘기 삼매경에 전 방치상태.. 그저 친구 앞에서는 금술좋은 부부인척 하고 싶었던지... )
전 그 사이좋은 부부놀이 해주기도 싫고 장염이 덜 나아서 배에 통증도 오고 죽하고 물만 조금 먹어선지 서 있기도 힘들고 무엇보다 기분이 너무 상한 상태라... 혼자 택시 타고 올테니까 더 쇼핑하고 놀다 오라고 했더니 자기도 갈 거라면서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물론 기분 좋은 말투 아니고, 차갑고 비꼬는 듯한..... 자기들끼리 밥은 먹고 온 상태고)
그래서 같이 타고 가기 싫다니까, 뒤에 앉아만 있으래서 그것도 싫다고 했더니 차비 있냐고 해서
있다고 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내가 번 돈이야"더군요. 기가 막혀서 저도 너 놀 때 내가 번 돈으로 살았잖아 했어요
(이건 그냥 나온 말이 아니고 항상 자기가 뼈빠지게 일해서 번다는 식인데, 세상 어느 가장이 가족을 위해 뼈빠지게 일 안 하며, 돈 안 벌어오겠습니까? 이 인간은 어찌 그런 것에까지 생색인지... 애들 책 사는 몇 천원은 아끼면서 자기 명품이며 고가 자전거며 등산복이며... 암튼 자기한테 드는 돈은 전혀 안 아깝고... 사고 싶은 건 반드시 사야하는 지라..
내가 번돈으로 니가 왜 여기서 거기까지 비싼 택시 타고가서 택시비 들게해? 이건 그사람의 진심입니다)
암튼.. 제 눈에 불이 뿜어져 나오고 씩씩대면서 혼자 택시타고 왔더니 44,000원 ㅠ.ㅠ;; 전날 봐둔 통삼중 소테팬 가격이 딱 그가격인데(이노무 아줌마근성)
내리면서 미터기에 찍힌 삼만구천몇백원 보고 사만원 냈더니 톨비까지 43,000원이라고 해서 만원 더 냈더니 택시기사분 슬쩍 잔돈에서 천원을 덜 내주더군요. 팁까지 받아야 겠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냥 모른척 더주고 내렸습니다...
열받아서... 내리 기 한 5분전인가 참다참다 주절주절 택시 기사한테 신랑 흉좀 봤습니다
그 기사.... 저 듣기 좋으란 말만 잔뜩 해주긴 하더군요. 그래놓고 돈 더받아내고... 암튼 민자고속도로(외곽? 길치라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달려서 20분만에 도착했는데, 택시비는 아깝고 신랑이란 인간한테는 열받고,,,,
그래놓고 몇 시간 뒤 애들하고 그 친구하고 밥 잘 먹고 쇼핑 잘하고 와서 자기가 더 화났다고 문 쾅쾅 닫고 일부러 쿵쿵 걸어다니고... .암튼 그 이후로 서로 말 안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까지만해도 발렌타인데이라고 맛있는 초콜릿 사놓고 하트 모양 틀에 이쁘게 담아줘야지 했는데 화딱지 나서 다 버렸습니다..
애들한테는 괜히 미안해서 더 잘해주고는 있는데... 이노무 인간이 철이 덜 들어서 제가 손 내밀기 전까지는 한달이건 두달이건 결코 화해 안 하거든요
(예전 큰애가 태어나서 한달 조금 지났을 때 큰 수술하고 처음 집에 온 날..... 저도 산후조리 못하고 집에 왔는데 싸우고 두달 동안 말 안 해서 제가 참다못해 화해 이메일 보냈거든요....제목에 "누구(큰애 이름) 아빠에게" 하면서 사랑스러운 내용을 담뿍 담아서.... 그랬더니 그제서야헤헤헤.... 한마디로 인간이 가족에게만 독하고 안 지려고 합니다.....)
그래놓고 지난 주 주말 회사 엠티라고 1박하고 왔는데, 가는 날도 와서도 오히려 더 쌩.... 다음 주에는 필리핀 출장이라고 또 며칠 집 비우는데 역시나 그럴 것 같고 이번 주 큰애 유치원 졸업식에 다음주 초등학교 입학식 있는데 당연히 모르고 있고(오로지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인지라...자기 입고 먹고 사는데밖에 관심이 없어요) 알려준다고 가서 같이 축하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애들 생각하면 자꾸 눈물만 납니다
그제는(토요일) 너무 속상해서 82에서 글 읽다가 부부쌈하고 잠깐 나갔다 오셨다는 글 읽고 저도 다음날인 주일에 아침부터 나가봤는데 우선 아침에 1부 예배 드리면서 맘 좀 가라앉히는데 눈물만 나와서 동네 극장 가서 영화 한편 보고 더이상 갈 곳이 없더군요. 그래서 언니한테 sos 쳤더니 밥 먹자고 오라고 해서 친정 근처 갔다가(부모님께는 걱정 끼칠까봐 언니만 만났다가) 서점 들러서 책 좀 보고... 까페마다 주말이라고 앉을 자리가 없더군요.. 그래서 결국 친정 들어가서 몸 좀 녹이다 왔는데....
지금 싸우고 말 안 한지 9일째입니다(예전엔 두달도 그랬고 일주일은 그냥 넘기기도 하지만) 너무 힘듭니다
큰애 입학이니 졸업도 있고, 이번에도 또 내가 굽혀야 하는 걸 아니까 화가 나고 열받고 숨 쉬기 힘들정도입니다...
사실 이번 하나만 보면 서로 죽이고 싶을 정도의 일도 아니고 정말 사소한 일이라 뭐 이런 일 갖고 싸우고 고민하고 웃긴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런 일이 매번 쌓이다 보니까 참다참다 폭발한 것 같아요..
기도해도 안 되고, 기다려도 안 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굽히고 여보~ 우리 화해하자~ 그러면 100% 술술 잘 넘어는 가요... 근데 정말 그러기 싫어요...
그렇게 되면 자기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고 당연히 제 잘못이 되고 다음에도 또 그런식으로 저한테나 애들한테 상처 줄 테고... 그때마다 전 또 제가 화해해야하고...(지금까지 그런 편이라)
결혼 11년차면 어느 정도 연륜이 쌓였지 싶은데, 아직도 결혼 생활과 부부 관계는 어렵고 힘들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큰애 유치원 보내고 둘째 뽀로로 켜 놓고 저 혼자 방문 잠그고 이 글 쓰다가 통곡도 해보고 그래도 너무 마음이 아파요
제가 또 신랑 달래서 화해하고 그래야 할까요??
; 제가 너무 바보 같고 별 일 아닌 일로 오버한다고 생각하실 지는 모르겠지만 전 너무 심각해서...
고의적으로 상처 주는 댓글쓰시는 분들은 자제해 주세요... 안그래도 맘 아픈데 더 상처 받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