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34개월 채운 저희 큰 딸,
예전엔 내 딸이라 내가 잘 알지.. 싶었는데 요즘에는 도통 애 속을 알 수가 없어요.
일단 제가 생각하기에 저희 딸은 사람 낯을 가려서 밖에 나가면 붙임성 좋게 인사하거나 말 거는건 못해요.
낯선 환경을 맞닥뜨리면 그 분위기 적응하는 동안 얼음이 되어있거나 일부러 어깃장을 놓거나 하지요.
그러다가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사람을 자주 보면 긴장을 좀 풀어요.
돌 무렵부터 문화센터 종류의 수업을 다니는데
처음엔 잘 적응하지 못하고 선생님 따라하지 않고 하는걸
원래 이 아이 성격이 그런 것을.. 강요해서 뭣하리.. 하고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 아니면 굳이 잔소리 하거나 하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이제 곧 세돌이고 내년 봄이면 어린이집에도 보내볼까 하는데요,
여전히 그 성격이 변하지 않아서 요즘같아선 아이와 함께 지내는게 좀 버거울 때가 있어요.
예를 몇개 들어보면..
1. 문화센터 수업의 경우 준비체조 - 인사 - 놀이활동 - 정리 - 헤어지는 인사, 대충 이런 순서지요.
기분이 아주 아주 좋은 날을 제외하고는 선생님을 따라 율동하지 않고
일어서라면 앉고, 앉으라면 일어서 있고, 제가 뒤에서 선생님 따라해야지.. 하면 빽- 하고 성질내고 울 때가 있어요.
놀이시간에도 선생님이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설명해 주고 가지고 놀게 해 주면
제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 다른 애들은 곧잘 선생님 설명대로 따라 하는것 같은데
저희 애는 자기가 생각하는 방식으로만 가지고 노는 경우가 많구요.
어제는 바퀴달린 썰매 비슷한 것을 가지고 노는 시간에,
선생님이 앞에서 알려준 방법은 가로로 앉아보기 세로로 앉아보기 게처럼 옆으로 서서 밀어보기.. 뭐 이런건데
저희 애는 바퀴 달려서 잘 굴러가니까 짐 싣고 가는 기차라고 ;; 이리 저리 손으로 드르륵 드르륵 밀어냈지요.
다른 애들 피해 주는건 아니니 어느 정도는 마음껏 가지고 놀게 뒀는데 선생님 눈에는 그게 띄었는지
저희 애 앞으로 오셔서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다 - 하면서 손을 잡고 설명해 주니까
애는 그게 무안했을까요, 마음에 안들었던걸까요, 수업 끝날 때 까지 거의 꺼이꺼이 울더라구요.
2. 간단하게 미술 체험을 하는 시간도 있어요.
스케치북에 미리 그림이 약간 그려져 있고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시거나 완성된 그림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해 주고
그 이야기에 따라서 그림을 그리거나 뭘 만들거나 하는 활동인데요,
오늘은 '사자'에 관련된 이야기여서 스케치북에 사자를 그리기 위해 동그라미가 하나 그려져 있었어요.
저희 애는 '햇님' 이라면서 사자 얼굴 대신에 그 동그라미에 노란색을 칠하고
햇님 아래 꽃이 폈다고 분홍 꽃 그리고 하늘에 구름이라고 파란 구름도 그리고 완전히 자기 창작 활동을...;;;;
이것도 역시 여러 아이들이 같이 듣는 수업인데 슬쩍 슬쩍 보니 다른 애들은 다~ 선생님 따라서
사자얼굴 그리고 몸통 그리고 있더만.. 왜 저희 아이는 끝끝내 햇님 얼굴이라고 하는지....
3. 수업 중에 두 아이가 한 책상을 쓸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을 도와 테이블을 옮기는 동안 저희 아이가 이미 두 아이가 앉아있는 책상 앞에 앉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이 책상엔 oo 것이 없으니 저기 다른데로 가자, 한 책상에 두명씩 앉는거래 - 하면서 살살 말해도
아~주 요지부동, 고집도 고집도 그런 고집이 없이, 미동도 않고 자기는 그 책상에 앉아야겠대요.
아이구.. 저 같으면 그래 너도 여기 같이 앉자 .. 하겠는데 먼저 앉은 아이의 엄마들은 점점 인상이 굳어져가고
저희 애는 제 말은 귓등으로도 안듣고 꼼짝않고 '여기서 할거야!' 외치고 있고.. 진땀이 났어요.
어찌어찌 어르고 달래서 다른 책상에 다른 아이와 둘이 앉기는 했는데,
이미 기분이 상한 저희 딸은 만들기도 하는 둥 마는 둥.. 뭐 제가 다 작품활동하고 왔지요.
어제 오늘 일만을 생각하니 이렇네요. 이런 경우가 아주 많아요.
이제 34개월 된 아이가 무조건 선생님 말을 잘 듣고, 율동을 똑같이 따라하고, 얌전히 잘 하는건 무리겠지요.
그런데 요즘에 종종 드는 생각은.. 이런 성향이 고쳐지지 않으면.. 앞으로 어린이집이며
학교를 다닐 때 어쩌나.. 싶은 걱정이 들더라구요.
어느 정도 엄마 욕심에 애가 선생님 말을 잘 들어줬으면 하는 답답한 마음도 있구요.
아 그리고 솔직히 애가 선생님 따라 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로 하면서 뻣대고 있으면 .. 으음.. 좀 민망하기도 해요 ㅠ.ㅠ
낯선 사람을 처음보고 인사를 먼저 하지는 않지만 얼굴이 익숙한 사람에겐 인사도 하고
선생님이 수업 중에 이게 뭐니 저게 뭐니 어떻게 생각하니 - 이렇게 개별적으로 물어보면 제법 크게 대답도 잘 해요.
그런데 사람이 많아지거나 기분이 안 좋은 날엔 돌부처처럼 꼼짝않고 있거나 일부러 떼를 쓰니.. 이거 참..
아이의 이런 성격은.. 어느 정도까지 고쳐줘야 하는걸까요.
아직 함께 어울리는 것에 대한 개념은 없겠지만
그래도 앞으로 어린이집에도 가고 할 것을 생각하면
너무 선생님 눈 밖에 나거나 다른 아이들과 동떨어진 행동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요.
남편은 그러면서 창의력이 늘어나는거라고, 아직 어느 틀에 애를 가두기엔 좀 이르지 않냐고 하지만
주로 제가 데리고 다니면서 관찰하다보니 저는 남편처럼 그렇게 관대한 시선을 두기가 어렵네요.
타고난 천성이 있기도 하겠지만 좀 둥글게.. 무난하게.. 잘 섞여줬으면 하는건 제 욕심일까요.
아니면 다른 애들도 사실은 다 이 비슷한데 제 눈에만 얘가 왜 이러나.. 싶은걸까요.
내년엔 더 좋은 엄마, 더 착한 엄마, 덜 화내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아이를 키우면서 드는 의문사항은 점점 더 늘어나고만 있으니..
정말 아이를 키우는건 힘들고도 힘든 과정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