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남편의 주사

남편아 조회수 : 1,963
작성일 : 2011-12-15 21:45:53

내 남편의 한결같은 주사가 있습니다.

술이 일정 이상으로 들어가면 꼭 김광석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듣습니다. 목청 세워 따라 부르기도 합니다.

노래방을 가도 절반 이상은 김광석을 부릅니다.

하도 많이 듣고 불러 그런가 몇곡은 제법 잘 부릅니다. 음치를 겨우 벗은 수준임에도요.

거기서 술이 좀 더 되면

항상 노통이 나오는 동영상들을 찾아 틀어놓고 봅니다.

그리고 웁니다.

 

노통 가신 뒤 한번도 둘이 붙들고 울어보진 못했습니다. 늘 따로따로 자리 피해서 웁니다. 서로가 운다는 걸 압니다.

노통 영결식날 다녀와서 남편은 목욕탕서 울고 전 거실에서 그렇게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요..

너무 저러니까 좀 이제 쳐연타 못해 청승맞은 생각까지 듭니다.

30대 아직도 힘이 펄펄해야 할 남자가 저리 술 마실 때마다 코 들이삼키는 모습 자주 보여주는 것도 그렇고요.

아니, 그것도 그렇고, 저를 매번 다시 울리는 것도 싫네요.

저는 서재방에 있고 남편은 거실에서 노트북 켜놓고 있어요. 휴지 뽀시락거리며 코맹맹소리 내는 거 보니 오늘도 역시나입니다.

지금도 거실에서 노통이 '타는 목마름으로'...를 후보 시절에 열창하는 목소리가 들리네요.

부살갈매기, 사람사는세상 다 듣고 이제 저거마저 듣나 봅니다.

목이 아픕니다.

노통이 노래 마치고 묻네요.

"저는 할일이 많습니다. 여러분은 뭘 할겁니까?"

 

남편아, 이제 김광석도 노통도 적당히 듣자.

씨바, 졸라 슬프다.ㅠㅠ

IP : 211.41.xxx.1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내비도
    '11.12.15 9:56 PM (121.133.xxx.110)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ㅠㅠ

  • 2. ..
    '11.12.15 9:59 PM (221.139.xxx.20)

    그런 주사라면 전 평생 받아줄 각오가....;

  • 3. 오달
    '11.12.15 11:14 PM (219.249.xxx.52)

    일단 웃었어요. ㅎㅎ 뭐라고 표현하기가...짠하네요.

  • 4. ....
    '11.12.15 11:50 PM (58.143.xxx.27)

    제 남편의 얼마 전까지 주사와 같네요...
    이제는 나꼼수를 스피커에 연결해서 들어요...
    코 골아도 끄면 안돼요...
    바로 깨서 꼬장부려요...
    남편아. 우리도 할 일이 많단다...
    그래도 그 마음이 너무도 잘 이해 되어서 야단은 못 치겠어요...

  • 5. 플럼스카페
    '11.12.15 11:57 PM (122.32.xxx.11)

    제가 쓴 줄 알았어요. 똑같습니다.
    저 김광석씨 노래 좋아하던 사람인데 남편때매 지긋지긋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6242 윤거니가 이 판국에도 의료개악 못놓는 이유 .... 14:04:00 374
1666241 무선청소기 가성비 이와중에 14:02:42 90
1666240 전국민 스트레스 지수어마어마 ... 14:02:09 236
1666239 미국에 제일 투자를 많이 한 나라가.. 2 oo 14:01:37 389
1666238 관상 믿으시나요? 1 관상 13:56:47 339
1666237 냉동식품) 애슐리 통살치킨 맛있나요? 5 원뿔 13:54:46 207
1666236 열살연하한테 고백 받았어요 3 ..... 13:54:41 564
1666235 남태령 물품은 너무 많다고 보내지 말래요 10 .. 13:51:59 1,323
1666234 슬라이딩문(미닫이) 단점이 있을까요? 3 ... 13:51:26 235
1666233 남자쪽 부모님이 이혼가정이고 노후가 안 되어있으면 10 .. 13:49:35 855
1666232 현남태령..30대 남자 엄청 많아요 13 ... 13:49:16 1,469
1666231 이번 시위는 여성분들이 많네요 16 .. 13:41:19 834
1666230 심란하고 기분이 우울해요 1 13:39:16 645
1666229 수습기간중인데 퇴사를 못하게 하네요 4 d 13:38:06 864
1666228 양상추 푸른잎 2 ..... 13:34:36 350
1666227 고현정이 또...고현정, 반복된 촌극 8 역시나 13:33:52 3,131
1666226 나경원 “尹은 내란죄 확정받은 형국, 국힘은 공범 됐다” 24 하늘에 13:33:29 2,008
1666225 일상글) 집안일 계획을 못 세우겠어요 ㅇㅇ 13:29:39 427
1666224 요즘 2월에 졸업하는 학교는 거의 없죠? 7 졸업 13:27:15 663
1666223 남태령 막은 주체 9 내란괴수 13:24:25 2,068
1666222 조진웅 배우 멋진발언!!! 4 000 13:23:54 1,086
1666221 법안공부 4 깨시민 13:22:37 245
1666220 남태령역 가고있어요 8 .. 13:21:14 946
1666219 집회 현장에 2,30대 남자들은 정말 숫자가 적어요 44 …. 13:19:26 2,237
1666218 전농TV 남태령 집회현장 실시간 생중계 3 ㅇㅇ 13:15:29 8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