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남편이 회사 여직원(아가씨 2명)들과 밤새 술마시고 노래방 다녀왔네요.
회사에서 자리 이동이 있어서 친하게 지내던 여직원들 밥 사주고 오겠다고 했을 때,
쿨한척 '음, 맛있는거 사주고 와~' 했는데,, (저도 얼굴 알고 몇번 본적있는 여직원들)
점점 늦어지더니.. "오늘 늦어질것 같아. 미안해" 라고 전화했더라구요.
"그럴 줄 알았어, 알겠어요" 하고 말았는데,,,
너무 늦어져서 (4시) 여기는 서울에서 한시간 거리인 곳이라서
회사 주변 싸우나에서 자고 출근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알겠다고 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저는 이제 2~3주 있음, 출산!!)
출산후에 시어머니가 집에 오실 것을 대비해서 하루종일 냉장고정리,
베란다 정리, 청소, 빨래 하며 남편 퇴근을 기다렸는데,,
평소보다 늦게 온 남편이 집에와서는 회사에서 있던 일들을 이야기 하며 짜증(?)을 부리네요.
(업무 스트레스를 잘 참지 못하는 성격) 3살 위의 남편이지만, 동생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살고 있어서,,
평소 그럴경우에는 잘 다독이며 긍적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도와주곤 했는데,,
어제는 저도 너무 속상하더라구요. 외박하고 집에와서 만삭 부인에게 한다는 소리가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아서 미치겠다는.. 소리만,, 하고...
남편 샤워하는 동안 소파에 멍하니 앉아 이런생각 저런생각을 하며, 조용히 앉아있으니,,
남편이 나와서는 '화났어?' 라고 묻는데...
"아니... 화날일이 뭐 있어!" 라고 대답했어요,, (사실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 이후에는 아무일 없는것 처럼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 갔지만, 남편이 제 눈치를 조금
보는것 같더라구요.
샤워하고 나오니 이미 자리에 누운 남편,
(제가 배가 불러 함께 자는게 불편하더라구요. 남편은 바닥에서 저는 침대에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왜이리 눈물이 나오는지,,, 그냥 너무 서럽더라구요.
하루종일. 아니 이틀동안 남편만 기다리는 바보같은 제 자신도 너무 싫고,
남편처럼 나가서 친구들 만나면서 놀 성격도 못되는 저도 너무 싫고,
훌쩍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자?" 하고 묻네요.
"응" 하고 대답했는데,,, 벌떨 일어나더니,,
제 뒤에 와서 눕네요. "미안해.. 내가 더 잘할께, 그런데 왜 울어? 응?"
"그냥, 서러워,,, 당신만 기다리는 나도 바보같고, 당신처럼 스트레스 풀 곳 없는 것도 바보같고,
집에와서 회사 이야기만 하는 당신도 밉고,,," 하고 엉엉 울었는데..
꼭 안아주며, "미안해... " 하네요. 그러고는 잠들었어요..
밤새도록 뒤척이며, 잠을 못잤는데,,,
아침챙겨주며 "어제 노래방도 갔어? 가계부 쓰게 영수증 있음, 줘.." 했더니..
노래방도 갔고, 영수증 다 버렸다네요... (평소 꼭 챙겨오는데...)
미안하다는 말에,, 기분 풀릴려고 했는데..
노래방 갔고, 영수증은 없고, 내역 궁금하면 핸드폰 보라는데..
자존심인지, 핸드폰은 안열어 봤어요..
출근시키고 나니,, 왜 또 주르륵 눈물이 나는지...
임신중이라서 그런건지, 여자의 직감으로 불안한건지..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일기를 여기에 쓴것 같네요.
하소연 할곳도 여기 뿐이고요.
--------------------------------------------------------------------------------------
자고 일어나니 '많이 읽은 글'에 올라갔네요.
일일이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어제 남편 퇴근후 남편 뉴스보는 동안 방에 들어와 컴퓨터 켜서 게시글 보는데..
남편이 '뭐 해?' 하면서 방으로 들어오네요. 저도 모르게 창을 내렸는데..
내려진 창에 보이는 '남편이 회사 여직원~' 이것을 보더니....
'저거 뭐야? 올려봐~' 라고 하더군요.
남편이 제가 올린 글이란것을 알고는.. (창을 올렸으나 한글자도 읽지 않고)
"여기 아줌마들이 왜? 나 바람 난거래?" "이혼하래?"
- 평소 82에 올라오는 이야기들을 가끔 남편에게 해 준적이 있어요.
저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다른 여인네들의 이야기에 놀라워하고,
저와 다른 생각의 반응들이 놀랍기도 해서요.
저는 "아니, 그런거 아니고.. 내가 글 올렸더니 여러가지로 충고해 줬어. 한번 읽어볼래?"
(정말 어렵게 이야기 꺼냈어요. 저는 제 마음을 이야기 할때 눈물이 많은 편이라서...
차라리 제 맘을 글로 쓴것을 읽어보는게 더 좋을것 같아서요..)
남편이 갑자기... "너 도데체 왜 화난건데? 나 의심해?" 하더니 표정이..... -_-;;
제가 갑자기 남편을 의심하는... 나쁜 마누라가 되는것 같았어요.
"아니,, 나는 지금 화 안났어. 단지 내가 서운해서... 그래서 내 맘이 어떤건지 당신이 읽어보라고..."
남편은 한숨을 푹. 쉬더니 방을 나가네요... -_-;;
그리고는 "피곤하다. 나 먼저 들어갈께." 방으로 들어가길래..
저도 거실불끄고 쪼르륵 따라 들어갔어요. 따로 누워 (바닥, 침대) 불을끄고 누웠지요.
남편이 조용히 이야기 합니다.
"00야, 요즘 내가 회사 입사하고 나서 이렇게 힘든적이 처음이야.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네...
거기에 마누라까지 날 이해 못해주니.. 내가 좀 힘들다."
남편의 그 말 한마디에... 왜 전 또 눈물이 주르륵. 결국. 회사일로도 너무나 힘든 남편,
믿어주지 못하고 스트레스를 더 안겨줘서 미안하다고 했네요.
(남편을 의심하는게 아니라, 내가 당신의 마음속 순위에서 밀려나서 그게 슬퍼서 그랬다고.. 이야기 했어요.)
(남편은 그런 생각 하게 해서 미안하다고 앞으로는 그런생각 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저는 현재 결혼 4년차입니다.
결혼은 참으로 인내와 배려, 사랑이 없으면 힘들다는것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어떤 분이 '헌신하면 헌신짝 된다' 말씀해 주셨는데,,, 그말도 어느 부분 맞는 말일 수있겠으나,
저는 최대한 배려하면서, 이해하고 살기로 했어요.
결혼 초부터 계속되는 감정의 줄다리기 끝에. 저는
'그래 이혼할 꺼 아니면, 서로 맞춰나가면서, 길들이면서, 배려하면서 살자.' 라고요.
아직 결혼에 있어서는 햇병아리고, 앞으로 더욱 큰 시련들이 생기겠지만,
긍정적으로 살기로 했어요!! 행복한 하루하루에 감사하면서요.
힘이되는 댓글, 솔직한 댓글, 뜨끔한 댓글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글 수정하기 전에 힘든 남편에게 힘이되주지 못해 미안하고, 앞으로 태어날 아기 생각하며 힘내라고 문자
보내니, 남편도 전화와서 고맙다고 하네요. 그말에 또 눈물이 주르륵.
항상 남편에게 먼저 업드리는 작은 마누라지만,,, 전 또 이러면서 행복느껴요.
어리석다, 바보같다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살고 있는 사람도 있답니다.
모두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태교를 위해서라도.. 모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제 출산가방 싸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