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자사고 상산고가 결국 재지정 되었다 . 말도 탈도 많았던 이번 사태 관련해서 , 당사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 전북교육감은 상산고가 다양한 교육이 아닌 입시 명문고일 뿐이라며 2019 년 의대 진학생이 275 명에 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 프레시안 > 이 이와 관련해 상산고에서 공부한 졸업생의 글을 보도했다 . 개인 신변 등을 고려해 이름은 가명으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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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고 ] 졸업생의 증언 " 상산고는 의대사관학교 , 교육 다양성 없었다 "
이민영 상산고 졸업생
2019.06.28 14:26:23
" 저 상산고 나왔습니다 . 어떻게 보냐고요 ?"
제가 상산고를 다니면서 체험한 것은 왜곡된 학벌주의 의식과 경쟁의식이었습니다 . 인 (IN) 서울 대학의 대학서열 소위 'SKY대학과 서,성,한,이,중,경,외,시 …등의 대학 ' 이렇게 민망하고 참담한 서열은 이제 대학을 넘어서 고등학교에서도 매겨지고 있습니다 .
민사고 , 외대부고 , 하나고 , 상산고 , 하늘고 , 현대청운고 등 전국 자사고에 대한 서열은 어느덧 사회적으로도 통용되고 있습니다 . 우리 사회 대학들이 소위 ' 지잡대 ' 와 인서울로 나누어지고 , 인서울 안에서도 견고하게 서열이 매겨지는 양상이 고등학교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
자사고가 열린 교육의 장이라고 홍보하지만 막힌 교육입니다 . 전국의 고등학교는 일반고 - 자사고 - 특목고 등으로 나누어지고 이는 또 철저히 서열화 됩니다 . 특권학교는 대입을 넘어 고등학교까지 학벌주의와 무한 입시경쟁화 하고 있습니다 . 고등학교에 있어서 학벌주의가 발현된다는 것은 자사고와 특목고가 분리교육기관임을 방증합니다 . 현재 자사고와 특목고는 상위권 성적과 상층의 사회 · 경제적 지위를 향유하는 계층의 학생들을 따로 모아 교육하는 기관입니다 .
자사고를 두고 ' 전국에서 모인 인재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열린 교육의 장 ' 이라고 학교를 홍보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성을 찾기는 힘듭니다 . 제가 다닌 상산고의 경우에는 구성원이 서울 , 부산 , 제주 , 광주 , 강릉 , 전주 등의 다양한 데서 온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었지만 , 그 구성원은 전국구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정도로 획일화되어 있습니다 . 한마디로 , 상산고 재학생들은 의대 진학을 통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중산층 가정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었습니다 .
이는 물론 ' 의대사관학교 ' 라는 상산고의 별명에 정확히 부합하는 조합입니다 . 오로지 의대 진학을 목표로 모인 획일화된 학생들의 공간인 상산고에서는 다양성은커녕 학벌주의와 대입에 찌든 경쟁적 사고만이 가득했습니다 .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경쟁과 대입압박에 상처받고 패배감을 느끼는 것은 대다수 학생들에게 일상이었습니다 .
상산고 졸업생 대다수는 재수 , 삼수 , 그리고 사수도 불사합니다 .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유행어처럼 썼던 말이 하나 있습니다 . 바로 " 너 그러다 재수한다 ." 였습니다 . 우리 학교 앞에는 PC 방 , 노래방 , 영화방 등이 있어 놀기가 좋았습니다 . 그래서 학생들이 이따금 그곳에서 여가시간을 즐기며 놀 때면 옆에서 누군가 수군댑니다 .
" 쟤 저러다 재수한다 ."
이런 말을 듣는 것이 정말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 그 구성원들 모두가 . 그리고 매번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보면서 발표된 등급들 , 수행평가 점수들을 보면서 스스로 서열화했고 친구들과의 경쟁의식을 느껴야 했습니다 . 이는 곧 패배감으로 돌아왔습니다 . 전국에서 1, 2 등 한다고 했던 학생들이 꼴등이 되어 앉아 있는 것은 정말 큰 상처들로 자리 잡았습니다 .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 상산고 졸업생들 대다수는 재수 , 삼수 , 그리고 사수도 합니다 . 의대를 가기 위해서입니다 . 얼마 전에 삼수를 해서 소위 ' 스카이 ' 대학교에 들어간 제 친구는 반수를 한다고 합니다 . 의대에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 끊임없이 학교 내에서 인정 투쟁의 일환으로 있었던 의대 입학을 위해 , 의대 타이틀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착취합니다 . 그것이 다 상산고라는 공간 내에서 만들어진 패배감과 경쟁의식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혹자들은 말합니다 . 이런 분리형 교육을 통해 특성화된 교육과 인재양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하지만 실상은 극대화된 EBS 풀기 교육인 ' 수능교육 ' 입니다 . 이를 두고 특성화된 교육 인재양성이라고 운운합니다 . 이것은 도저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
자사고와 특목고의 특성화 교육은 획일화되고 편협한 입시 ' 기계 ' 를 양성하고 있습니다 . 이를 결국 계급의 재생산 , 혹은 중산층 가정의 꿈같은 ' 신분 상승 신화 ' 를 떠받쳐주는 것밖에 가능하지 않습니다 .
교육개혁 첫 단추는 특권학교 폐지입니다 .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특정 계층에게만 열려 있는 신분 상승의 사다리가 아닙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신분상승이 불필요한 평등한 사회입니다 .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특성화 교육을 통한 엘리트 양성이 아닙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벌주의 입시경쟁의 극복과 이를 통한 학생 개개인 모두가 특성화되는 교육입니다 .
교육개혁의 첫 단추가 바로 특권학교 폐지라고 확신합니다 . 전국의 자사고 특목고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 자신의 모교가 사라진다는 불안감과 집단의식 아래 진정 필요한 우리 사회의 개혁을 무시하지 맙시다 . 자신의 미화된 고등학교 학창시절을 경험을 근거로 특권학교 폐지에 반대하지 맙시다 . 우리 모두 출신학교와 그 안에서의 경험에 대한 자기객관화를 통해 무엇이 정녕 필요한 것인지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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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5년 후 이런 일이 반복될 것입니다.
정답은 자사고 특목고 등을 일괄 폐지하는 것입니다. 현실에 맞게 고교체제를 다양화하고 평준화고교도 혁신하여 우리의 동량들을 일률적으로 점수로 계량화하지 말고 다양하게 평가하는 시스템 확보가 급선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