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는 교사가 교과서로 학생을 가르치는 곳이다 .
중학교까지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지만 고등학교에 와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 대입준비를 위해 수능 위주의 교육을 해야 하는 고등학교에서는 예전부터 각종 문제집이 교과서를 밀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
고 3 교실에서 교과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 EBS 교재의 수능 연계 비율이 높아 고 3 교실에서 수능과목은 EBS 교재가 교과서 자리를 밀어내고 있다 .
교과서만 가지고 수업하자는 주장은 아니니까 교과서를 그리워한다는 뜻이 아니다 . 교과서를 유일한 학습 수단으로 삼아 교사가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그런 수업은 21 세기에 맞지도 않다 . 필요하다면 이런 참고서도 보고 저런 자료도 보면서 다양하게 전개되어야 하는 게 수업다운 수업이라는 건 모두 알고 있다 . 문제는 애를 써서 만들었고 비용을 들여 구입한 교과서가 그냥 버려진다는 데 있다 .
교과서에 대한 여러 비판은 있지만 '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 를 놓고 어른들이 치열하게 논쟁하는 것만 봐도 교과서는 대단히 의미 있는 교재다 . 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다시 돌리자는 문제도 그랬고 , 어느 출판사의 교과서가 과연 우리 학생들에게 가르칠 만한 교과서인가를 놓고도 , 사회적 논란과 공방이 많았다 .
교사들은 고 3 수험생은 EBS 교재가 수능에 연계되기 때문에 수업할 때 100% EBS 교재를 쓸 수밖에 없고 , 또 고 3 이니 교과서에 나와 있는 활동 위주의 수업을 하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
수능 연계 EBS 교재가 공교육 정상화에 역행하는 측면도 있다 .
EBS 교재가 수능에 반영되기 전과 후를 비교하면 , 사교육 시장에 대해서 어느 정도 대책은 될 수 있다고 본다 . 하지만 문제는 그 역기능에 있다 .
EBS 교재에서 수능시험문제의 70% 가 나온다고 하니 안 할 수도 없고, 모든 과목을 다 하려다 보니 공부 양은 너무 많아진다 . 그러다 보니 학생들 개인적으로 공부하게만 둘 수 없으니 , 이제 학교 정규 수업시간에까지 교과서를 제쳐놓고 EBS 교재를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렇게 EBS 교재로 수업을 하니까 인터넷 강의를 듣겠다며 학교 수업을 소홀히 하는 학생도 생기고 . 공교육 정상화라는 기준으로 보면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다 .
버릴 교과서는 왜 사게 하나 ?
무슨 일이 있어도 가만히 있는 걸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참 착하다 .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는 고등학생들이 거리로 나서서 사립대가 없어지고 모두 국립화 된 곳도 있는데, 우리나라의 고등학생들은 모두들 목소리를 잃어버린 것 같다 .
고등학교 3 학년 교실 수업시간에는 수능에 연계된다고 모두 다 EBS 교재 일색이다 . 교과서는 아예 안 쓰고 받자마자 버리거나 어디 처박아두었단다 .
교과서는 사라니까 샀단다 . 수업 시간에 들어오지 않는 운동부까지 사는데, 안 산다고 하다가는 찍힌단다 . 어디 학교에선 ' 교과서 물려주기 운동 ' 을 공약으로 걸고 학생회장에 당선된 친구도 있는데 , 선생님한테 불려가서 한마디 듣고 그 공약 그냥 접었다고 한다 .
버려지는 교과서 , 버려지는 돈
우리나라 고 3 학생수를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재학생 응시자가 50 만 명 정도로 잡고 계산하면 고등학교 3 학년들이 사야 하는 교과서 대금은 학교마다 약간 차이가 있다 .
교과서는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공급되다가 2010 년 가격 자율화 정책이 도입되었는데 , 이러면서 한 권에 2000 원 , 3000 원 하는 교과서 값이 1 만 원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
그래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2014 학년도 고 3 교과서 대금의 평균이 8 만 4000 원쯤 되었으니까 ,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보니 수능을 준비하는 전국의 고등학생 50 만 명이 8 만 4000 원씩 ' 버리거나 처박아두는 교과서를 사는 데 무려 420 억 원이 허비된다 ‘ 는 계산이 나온다 .
더 큰 문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 현재 고등학교 2 학년들 또한 내년에 똑같은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 내년 교과서 주문은 이미 올 3 월에 끝났다고 하니 취소할 수도 없고 답답할 노릇이다 . 이렇듯 큰돈을 그냥 교과서와 함께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안 되잖은가 ..
하지만 이것도 안 된다면 내년부터라도 바꾸면 안 될까 ? 내년도 입시 체제가 현재와 같을 거라면, 내년에 2 학년이 되는 학생들에게 고 3 교과서에 대해서 자율선택제를 할 수 있도록 하면 안 될까 ? ' 아예 펴보지도 않을 ' 교과서니까 살지 말지를 선택하는 권리를 학생들에게 주자는 말이다 . 420 억 원을 버리는 것이 매년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
비정상의 정상화를 꿈꾸는 대한민국의 학생들이다 . EBS 교재를 확 줄이든가 , 교과서를 안 살 수 있게 하든가 .
그렇지 않으면 아예 수능과 연계를 하지 말고 국가과외교재 EBS 교재를 없애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