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래미가 작은녀석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습니다.
두녀석이 고구마를 캐면서 한껏 신이 났습니다.
저 엉성한 보금자리에서도 새들은 훌륭하게 자라 어른이 되었습니다.
보편적인 관점에서 우리 아이들은 낙제생이 되어야 합니다.
한참 공부해야 할 시간인 저녁 여덟시에 침대에 누워서
누나는 동생에게 만화책을 읽어주고
동생녀석은 심각한 표정으로 글과 그림의 상관관계를 떠올립니다.
휴일에는 공부대신 지들이 좋아하는 감자캐기 고구마캐기는 물론이고
숲속에서 닭들과 고양이와 개들과 지칠때까지 뛰어 놉니다.
시키는 일은 맘에 들어하질 않습니다.
멀쩡하게 닭들에게 포도며 오이에 방울토마토에
지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따다가 던져주다가도
"얘들아~ 윗밭에 방울토마토 전부 따다가 닭들한테 줘라~"
하면 딴청을 피우다가
"...... 닭들에게 주면 어떨까?"
라고 말하면 앞다퉈 방울토마토가지가 다 찢어지도록 난리법석을 떠는 웬수바가지들~
흔히 먹을 수 없지만 그래서인지 지들이 무쟈게 좋아하는 쏘시지~ 인지 쏘세지인지도
개들에게 고양이에게 나눠주고
작대기로 메뚜기를 잡아다가 닭들에게 던져주다가도
뜬금없이 불쌍해서 놔줘야겠다는 녀석들~
아이들이 침대에서 덮고있는 이불은
30년 전쯤 딸래미의 나이때 아내가 덮고 있던 이불이라고 합니다.
고이 간직하던 장모님이 결혼후에 아내에게 전해준......
아들녀석의 모자는 누나가 쓰던 것인데
그건 이종사촌언니가 쓰던 것이고
딸아이가 쓰고있는 모자는 이모의 모자인가? 그렇습니다.
이렇게 무심하고 무식한 부모밑에서도
아이들은 제 몫을 충분히 소화하며 즐거워 합니다.
학원에 다니지 않아도 과외를 하지 않아도 늘상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합니다.
아내와 제가 하는 성적은 1등, 2등 이런것이 아니라
그저 평균90점만 유지하면 된다~ 라는 거~
성적에 앞서 성숙한 인간이 되라는 거~
그덕에 허구헌날 놀면서도
평균성적은 최소 95점이상이 넘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면 학교에서 인기 짱~ 이라고......
저렇게 허술한 둥지속에서도 새들이 훌륭하게 자라나는 것은
새들이 훌륭한 것인지
아니면 저 허술한 둥지가 훌륭한 역할을 하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