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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학교 가기 싫은 아이

| 조회수 : 2,355 | 추천수 : 160
작성일 : 2010-04-13 07:31:28
한국에서 지내던 때에 아침마다 막내를 데리고 나가 유치원 버스를 기다리다 보면 버스를 타지 않겠다고 울며 떼를 쓰다가 간신히 타고 가거나 갖은 애를 써도 안가겠다고 엄마에게 매달리는 바람에 결국에는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게 된다. 안가겠다는 아이도 날마다 보통 힘이 빠지는 일이 아닐 것이고 엄마의 입장에서도 갖가지 생각이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내가 뭘 잘못 시키는 건 아닌가 부터 시작해서 유치원을 잘못 선택한 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생겨날 법도 하다. 특히 첫 아이를 키르는 엄마라면 그렇지 않아도 아이를 처음 떼어놓는 일이 힘겨운데 아이가 호응해주지 않으니 죄책감에 빠지는 일도 종종 있다.

나이가 좀더 들은 초등학생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엄마들끼리 모일 때마다 아침마다 아이들이 일어나서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는 시간 동안의 갈등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들이 나오게 마련이다. 아침 시간에는 아이나 어른이 모두 잠이 덜 깬 상태이기 때문에 가뜩이나 신경이 날카로와져있게 마련이다. 아이의 등교준비 때문에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하며 기분이 상하다 보면 아이가 나간 뒤에 마음에 남는 자책감과의 싸움도 만만치가 않다. 그렇게 시작된 하루는 아이에게나 엄마에게나 건설적이 되기 어렵다.

등교 준비로 애를 먹이는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엄마가 감정을 조절하고 말을 절제하는 것이 필수이다. 바로 코 앞에서 나의 감정을 건드리며 화를 돋구는 아이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고만 있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아이를 대하고 비효과적인 잔소리를 늘어놓을수록 아이의 행동도 변화되지 않고 아이와의 관계도 영향을 받게 된다. 아이를 변화시키려면 우선 무엇보다도 부모와의 관계가 건강하게 서있어야 한다.

등교 준비에 관한 문제는 사실상 아이의 평생에 걸쳐지게 될 책임감의 문제와 깊이 연관되어있는 문제이다. 지금 현재에는 그저 제 시간에 학교에 가주는 것만이 목표이겠지만 그것이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아이는 훗날 어른이 되어서 출근시간을 못 맞추어서 경고를 받을 것이고,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제 시간 내에 결제서류를 완성하는 것도 힘겨운 사람이 된다.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해 남편과 아이들을 줄줄이 지각하게 만드는 주부가 될 수도 있다. 지금 나이에는 엄마의 확고한 결단만 있으면 많은 것이 변화될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수록 노력에 비해 이루어지는 변화는 감소된다.

감정조절과 말의 절제를 기본으로 해서 우선 아이들의 나이에 걸맞게 세부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유치원생들의 경우에는 아직 규칙이나 체계가 확립되지 않은 나이이므로 아이의 '환심'을 사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아이와 함께 한 주간의 행동을 기록하는 표를 만들고 아이가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여서 표시하게 한다. 한 주가 끝나면 스티커의 갯수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대로 상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이가 제대로 못하는 것을 골라서 야단을 치는 것보다는 단 한가지라도 잘한 것에 상을 주는 것이 몇배의 큰 효과를 가져온다. 이 나이의 아이들에게 있어서 성취감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시기에 얼마나 많은 성취감을 맛보는가에 따라 건강한 자아의 형성여부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유치원생보다는 다소 확고한 원칙을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이 나이의 아이들(만 육세에서 열두살까지)은 학교에 지각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것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학업에 대한 의지에 영향을 미치는 가정환경을 가진 아주 특별한 경우(심각한 결손가정이나 극도의 저소득층 가정)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제 시간에 학교에 가서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공부하고 싶어한다. 지각을 해서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고 다른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벌을 서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봐야 한다. 아무리 엄마 앞에서는 꼼지락거리며 등교준비를 서두르지 않는 아이라 할지라도 마음 속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 단, 마음 속의 의지와 겉으로 나타나는 행동은 별개의 것이기에 엄마의 임무는 그 의지가 행동에 반영되게 해주는 것에 있다.

우선 아이들을 불러서 앞으로는 엄마가 너희들을 깨우고 잔소리를 하면서 등교준비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통고를 한다. 알람시계를 맞추어 제 시간에 일어나고 세수하고 옷 입고 아침먹고 제 시간에 집을 나서는 모든 준비과정을 각자 스스로 알아서 하지 않으면 지각을 한다 해도 할 수 없다고 설명을 해준다. 물론 필요에 의해 전날 밤에 입을 옷을 꺼내놓는다거나 아침을 식탁에 차려놓는 정도의 일은 엄마가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제 시간 내에 움직여주지 않는다 해도 엄마는 절대로 말로 아이들에게 시간을 알려주거나 잔소리를 해서 아이들을 서두르게 해서는 안된다.

시간은 가고 있는데 아직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아이들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이 너무 어려운 일이라면 엄마는 다른 방으로 가서 커피를 마시거나 잠시 누워있다 나오는 등 자리를 피해서라도 말을 아껴야 한다. 제 스스로 챙기지 못한 외투나 장갑 등도 절대로 알려줘서 챙기게 해서는 안된다. 극도로 심한 추위라서 아이의 안위가 염려될 정도가 아니라면 그대로 두어서 아이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좋다. 외투를 입지 않아 추워 본 아이는 다음 날에는 꼭 외투를 준비하려고 할 것이다. 몇날 몇일을 외투를 가져가지 않는다면 아마도 추위에 강해서 외투가 필요없는 아이인지도 모른다.

학교에 가져갈 준비물의 경우도 아이 스스로 준비해서 가방에 넣지 않았다면 절대로 아이에게 일러주지 말아야 한다. 담임 선생님과 사전에 대화할 시간을 가지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간단히 집에서 만든 쿠키라도 포장하여 찾아가서 아이가 스스로 준비하는 버릇을 가르치려 한다고 말한다면 대개의 경우 선생님도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이따금 아이가 스스로 챙기지 못해 준비물을 가져가지 않았다 하더라도 집에서 부모가 무관심하여 아이의 준비물을 챙겨주지 못한다는 비난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준비하지 못한 준비물을 엄마가 챙겨들고 아이의 교실로 달려가는 것은 지금 당장에는 아이를 도와주는 사랑의 표현으로 보여질지도 모르지만 긴 안목으로 보았을 때에는 엄마가 아이의 자립능력을 아예 무시해버리는 일이다.

아이들이 제 나름대로 일어나서 준비를 할 때에는 '절대로' TV 를 켜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다 해도 등교준비가 다 되지 않았다면 보게 해서는 안된다. 아예 아침에는 TV 를 켜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필요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엄마가 녹화를 해서 귀가 후에 보게 할 수 있다면 더 좋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 중에 절대로 엄마가 등교준비에 관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아무리 게으른 아이라도 엄마가 완전히 문제에서 빠져주고 아이가 스스로 하게 해서 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일관성을 올바르게 유지한다면 일주일이면 아이가 변할 것이다. 일주일이면 닷새를 학교에 가야 하는데 일주일에 다섯번을 지각하면서도 행동 패턴이 바뀌지 않는 아이는 매우 드물다.

경우에 따라서 엄마를 원망하는 아이도 있을 것이다. 날마다 지각을 해도 괜찮다는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이러한 말은 사실은 진심과 거리가 먼 얘기라는 것이다. 엄마를 원망하긴 하지만 아이는 그것이 누구의 책임도 아닌 자기의 불성실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아도 잘 알고 있다. 아이가 아무리 어리다 해도 초등학생들의 인지 능력은 부모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지각을 해도 괜찮다는 아이는 사실은 그것이 괜찮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말한다. 정말로 괜찮은 아이는 아예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부담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엄마에게 말로 표현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어떤 말로 원망을 해도, 그다지 큰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것같아도 아이에게 아무 내색도 하지 말고 그러냐, 알았다 고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하며 지속적으로 가다보면 아이는 엄마의 기대를 넘어서는 변화를 보여줄 것이다. 아이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영향을 받는 엄마일수록 아이와의 게임에서의 실패는 이미 보장되어 있다. 아이가 어른이 되어 부모의 품에서 완전히 독립을 하기 전까지는 아이와의 게임에서 먼저 승자가 되지 않으면 안된다. 승자라고 해서 무조건 아이를 제압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말과 행동에 정서적 감정적 영향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아이의 부정적 말이나 행동 하나 하나에 다 영향을 받고 괴로워하다보면 아이는 어느새 엄마가 뒤따라가지도 못할 속도로 저만치 달려가는 뒷모습만 보여줄 것이다.

지금은 중학생이 된 우리 집 셋째도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지 한 달 정도 지나더니 아침에 학교에 가는 일로 애를 먹이기 시작했었다. 아침마다 깨우는 것도 큰 일이려니와 큰 아이들과 등교시간이 다르다보니 그렇지 않아도 분주하기만 한 아침에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담임 선생님께 미리 말씀을 드려 양해를 구하고 다음 날부터 아이에게 일체 간섭하지 않겠다고 통고를 했다. 아이는 영문도 모르고 좋아라고 하며 자기 혼자 알아서 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쳤다. 다음 날부터 사흘을 연속으로 지각을 하고 나더니 제딴에 충격을 받은 것같았다. 날마다 아이들이 벌써 다 와서 앉아있는 교실에 혼자 뒤늦게 들어가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던 것이다 (담임 선생님께서 전화로 상황을 알려주셨다).

네째 날에는 제 방에 있는 알람도 모자라서 언니 방에 있는 알람까지 가져다가 머리맡에 놓고 그래도 불안했는지 언니들마다 찾아다니며 언니가 일어날 때 자기도 제발 좀 깨워달라고 부탁을 했다. 귀찮아하는 언니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제 용돈으로 사탕을 사서 환심을 얻기도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꾹 참고 어떻게 하나 지켜보기만 했다.

알람 두 개와 사탕을 얻어먹은 언니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제 시간에 일어나더니 또 지각을 해서는 안된다는 불안감에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데도 빨리 가야 한다고 집을 나서더니 오후에 돌아와서는 자기가 교실에 제일 먼저 가서 앉아있었다고 자랑을 했다. 그 날 이후 셋째는 깨우지 않아도 일어나고 제 스스로 준비를 해서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고 다니고 있다.

나는 우선 나부터도 잠이 제대로 깨지앟은 상태에서 아이들과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극도로 피로한 날을 제외하고는 아이들보다 한 두시간 정도 먼저 일어나서 새벽기도회도 다녀오고 차분한 마음으로 혼자서 커피를 끓이고 하다 보면 잠이 덜 깨어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짜증은 절반 이상이 줄어든다는 것을 느꼈다. 새벽기도회에 다녀온 뒤, 한 시간 정도의 혼자만의 시간동안 책도 보고 그날의 계획도 짜다보면 어느 새 아이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고 분주한 하루가 시작된다. 내 경험에 의하면 아이들과 함께 일어나 허둥지둥 움직이는 것보다는 미리 일어나 모든 준비가 다 끝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게 무언의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변화란 변화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부터 변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이가 변하길 바란다면 엄마가 먼저 그 상황 내에서 변화를 몸소 보여줘야 한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기 때문이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말랭이
    '10.4.13 10:34 AM

    늘 좋은 글귀 잘 읽고 있습니다,,,,

  • 2. sugar
    '10.4.13 5:33 PM

    저한테 너무나 필요한 글이네요.
    아이가 하나이고 전업맘이라 아이의 학교 준비를 같이 하는 것이 오히려 기쁨으로 다가오는 제 양육 방식이 오히려 아이를 자라지 못하게 하고 자립 의지를 꺽는 제 양육 방식을 반성합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 보았었는데 아이는 지각해도 아무렇지 않다고 하여서 정말 그런줄 알았더니만 그렇지 않나 보네요.
    아이 학교에서 지난 학기부터 지각생이나 결석생이 가장 적은 반에게 'special treat'을 해주겠다는 공문이 와서 이제 연대 책임이 되어 버렸거든요. 그래서 아이의 지각에 특별히 더 신경을 쓰느라 분주했었는데 말씀을 새기고 중심을 좀 잡아야 하겠어요.
    '너로 인해 너희 반이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것은 다른 아이들에게 상당히 미안한 일'이라고 아이게게 책임론을 강조해야 겠어요.
    그리고 엄마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아이를 여유있게 맞아 주면 아이에게 많은 무언의 영향을 끼친다는 의견에는 정말 동의해요.
    밥은 건너 뛰어도 잠은 절대 건너 뛰지 못하고 일주일동안 '잠의 분량 불변의 법칙'을 나름 세우고 있는 -네, 다른 말로는 잠이 많고 게으른거지요ㅠㅠ-저로서는 힘든 과업이기는 하지만 아침을 여유롭게 준비하면 아이에게도 한결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에 100% 동감이에요.
    다음주부터 개학인데 이번에는 마음 약해지지 않고 꼭 실천해야 겠어요(의지 불끈!)

  • 3. 동경미
    '10.4.15 8:48 AM

    말랭이님,
    늘 읽저어주셔서 감사해요^^

    sugar님,
    고맘 때가 한참 그럴 때지요.
    아무래도 누울 자리 보고 다리 편다고 아이들이 엄마의 약한 점을 너무나 잘들 안답니다^^
    저희 셋째도 어려서 제가 엄마가 제일 걱정하는 게 뭘가 했더니 '나 학교 안가는 거' 이렇게 맹랑한 대답을 해서 놀랐어요.
    네가 학교 안가는 게 왜 엄마가 걱정하는 거니 네가 걱정할 일이지, 했더니 엄만 우리 걱정도 대신 해주는 사람이라고 해서 기가 막히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맞기도 해서 웃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이들이 자신의 행동이나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게 만들어주는 게 초등학교까지 엄마가 해주어야 하는 milestone이랍니다. 몰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초등학교까지 기초가 잘 되지 않으면 나중에는 잡기가 너무 힘들거든요.
    아이 보내고 조금 더 자더라도 (근데 또 막상 학교 데려다 주고 들어오면 잠도 안오지요^^) 일찍 일어나서 제 스스로 준비하게 기다려주면서 훈련을 시키다 보면 잘 될 거에요.
    sugar님의 아드님은 워낙에 영민한 아이라서 엄마의 뜻을 잘 알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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