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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실패해 본 아이가 성공의 맛을 안다

| 조회수 : 2,925 | 추천수 : 175
작성일 : 2010-04-05 11:24:15
요즘 큰언니의 이런저런 활동을 뒷바라지하느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엄마에게 항의라도 하듯 셋째 킴벌리가 학교에서 받게 될 상장 소식을 내밀었다.
"엄마, 내가 이렇게 상을 많이 받고 있는데 잘 모르고 있었죠?"
대학 입시와 교외활동으로 바쁜 언니에게 쏠리고 있던 관심이 사뭇 서운했는지 입술을 내밀면서 말하는 킴벌리가 귀엽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숙제를 하고 있던 언니들도 다 나와서 들쳐보니까 500 명 정도의 전체 학생들 중에서 6,7,8학년 모두를 합해서 40여명 정도에게만 주어진 열심상 (commitment to excellence) 이라는 상의 희소성에 대해 열심히 자랑을 했다.
"이것만이 아니에요. 자, 2탄이 나갑니다" 하더니 학업우수상도 꺼내 보여주었다.
미국 교육이 한국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상을 줄 때 절대로 전교생을 모아놓고 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상 받는 아이들만 따로 모아놓고 주어서 상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한다는 배려이다.
열심상은 방과 후에 수상자들에게만 따로 연락을 해서 수상식을 가지고 학업 우수상도 이렇게 따로 시간을 정해서 수업 시작 15분 전에 모이게 해서 상장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심지어 졸업식때에도 절대로 전교생이 다 모인 자리에서는 학업상을 주지 않고 봉사활동상 등 학업과 덜 관계가 있는 상들만 대외적으로 수상을 한다.

작년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면서 중학교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수학 월반 자격시험이 있었다.
일정 성적이 되는 아이들을 우열반 중 우반으로 가게 해주는 시험이었는데, 평상 시에 수학이라면 누워서 떡먹기라고 자신만만하던 킴벌리가 보기좋게 낙방을 하고 말았다.
남에게 지는 거라면 절대로 허용을 안하는 무적의 용사라는 애칭(?)을 가진 킴벌리로서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쓴 잔이었고, 여름 방학 내내 혼자 좌절도 하고 화도 내고 후회도 하면서 새학년에 대한 각오를 다졌었다.
나도 엄마 입장에서 처음에는 실망도 되었고, 언니들보다 더 잘하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라서 걱정도 되었는데 이것도 아이가 자라면서 지나가야 할 하나의 좋은 과정이려니 하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스리고 별다른 책망을 하지 않았다.
워낙 교육열이 높은 다른 동양 엄마들은 5학년 초부터 시험 준비를 시킨다고 학원들을 수소문해서 알아보고 하는 걸 보면서도 나는 새내기 중학생을 그렇게까지 들볶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학교 공부만 충실히 하라고 했었다.
제 딴에는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는지 여름 내내 시무룩해있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위로 두 아이들을 키우면서 내가 언제나 깨닫는 것은 자라면서 실패를 경험하는 아이들이 오히려 더 단단하고 성숙하게 자란다는 진리였다.
재작년에 둘째가 수학 우반에서 보통반으로 옮겨졌을 때에 둘째도 나도 마음이 상해서 여름을 힘들게 보냈었던 기억이 난다.
큰 아이때에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더 실망스럽고 마치 큰 일이 난 것처럼 걱정스러워 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둘째에게 그 경험이 꼭 필요했던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난 좀 놀면서 해도 다 따라갈 수 있어...하고 자만하던 둘째가 그 일을 계기로 한시도 마음을 놓고 태만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게 된 것은 아이의 인생의 큰 전환점이었기 때문이었다.
킴벌리도 초등학교 내내 난 뭐든지 다 잘할 수 있어...라고 자만하던 토끼처럼 지내다가 수학 시험 결과를 받고 정신이 번쩍 났었다고 했다.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내내 우반에 가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찌릿거리고 아프다는 소리를 할 때마다 엄마인 내 마음도 아팠지만 그렇게 아파하는 그 마음이 한편으로는 대견하고 기특하기도 했다.
그런 사연을 거쳐서 공부한 킴벌리가 받아온 All A 학업 우수상 (Proncipal's Honor Roll) 은 아이가 그동안 받아왔던 그 어느 학업우수상보다도 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수학 과목도 낙방을 계기로 해서 열심히 한 덕분에 내년에는 두 반을 월반해서 갈 수 있게 되었다면서 하마터면 열등생으로 낙인찍히고 큰일날 뻔했다고 익살을 부리는 바람에 다같이 웃었다.

며칠 전 회사 일로 모 명문 대학 관계자와 회의 중 아이들의 입학 사정 기준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명문대학일수록 단순히 아이들의 학업 성적과 입시 성적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인생에 있어서 실패나 좌절을 경험해본 일이 있는지, 그것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를 본다고 했다.
그 경험이 아이들로 하여금 리더쉽은 물론이고 갈등해결방식과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주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를 했다.
인생을 살면서 겪어야 할 고난과 넘어야 할 산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 고난과 산들을 부모가 일일히 다 대신 넘어줄 수도 없고 그때마다 함께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면 아마도 산넘고 파도를 지나칠 때에 따뜻한 말과 가슴으로 아이를 품어주는 정도가 아닐까.
저마다 겪는 고난의 종류가 다르고 해결방식도 같을 수가 없지만 지치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어깨가 있다면 우리 아이들은 또 새로이 기운을 얻어 일어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킴벌리가 지난 한 해 동안 느꼈던 좌절과 새로운 각오를 다지느라 애태운 시간들이 하나도 헛되지 않기를 오늘도 기도해본다.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말랭이
    '10.4.5 5:32 PM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저두 제아이 실패의 경험을 위해 노력하고있어요
    엄마가 해결해줄수 잇지만 실패의 쓴맛을 알고 성취의 기쁨을 알게 해주고파서요,,,

  • 2. 삔~
    '10.4.6 11:11 AM

    동경미님의 글은 늘 생각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조바심을 내어 제 아이를 실패하지 않는 아이로 과잉보호하여 키운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됩니다.
    앞으로는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어야겠어요...

  • 3. sinavro
    '10.4.6 11:43 PM

    동경미님께서 자녀를 잘 키우고 계셔서 부럽습니다.

    말씀대로 누구든지 경험이 필요하지요. 저의 집 둘째 녀석도 이제야 공부를 시작하네요. 해 보니 재미있고 성취를 하니 좋은 도전이 되는 것이지요.

    저의 아이는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상은 항상 같이 모인데서 주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못타는 학생과 부모들은 안 가게 되고.

  • 4. 동경미
    '10.4.7 12:53 PM

    말랭이님,
    실패를 겪으면서 혼자서 힘들어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엄마의 마음이 참 아프긴 하지만 그게 아이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경험임에는 틀림이 없지요.
    쓴 맛을 본 아이들이 나중에 달콤한 성공을 건강하게 만끽할 수 있답니다^^

    삔~님,
    실패하건 성공하건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기 힘으로 일어나는 모습을 변함없이 바라보고 지지하고 있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참 행복한 아이들이지요.

    sinavro님,
    아이들이 공부에 눈뜨는 시기가 저마다 있는 것같아요. 일단 그것만 되면 그 다음부터는 제가 알아서 하지요.
    저는 상 줄 때 따로 모아놓고 주는 게 참 마음에 들어요.
    상 못받고 싶은 아이는 하나도 없을텐데 그거 보고 박수쳐주고 있다고 동기 부여가 더 되는 것도 아니고 전교생 앞에서 준다는 건 못 받는 아이들에게 자괴감만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이에요.
    단, 공부상은 쉬쉬 (^^) 하면서 주지만, 커뮤니티 봉사상은 어느 학교든지 전교생 앞에서 성대하게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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