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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글 입니다 - 잠시 시간을 내려 놓고 1st
늦동이 |
조회수 : 2,045 |
추천수 : 244
작성일 : 2010-02-19 16:34:26
생각의 좌표 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합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잘 던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많으면 사는 게 피곤하니까. 게다가 사람의 생각은 여간해서는 바뀌지 않으니까요.
이 책의 저자 홍세화씨는 이렇게 말하죠.
사람은 합리적 동물이 아니라 자신의 기존 생각을 합리화하는 동물이라구요.
생각은 나의 부단한 성찰로 얻어낸 것이 아니라, 밖에서 던져진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대부분이라구요. 그러니 다시 한번 묻는 것입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을까?"
내가 주체적으로 걸러내지 못한 부모의 요구나 주류 사회의 통념이
내 생각의 자리에 대신 똬리를 틀고 들어서 있는 것은 아닌지,
저자는 지금 가진 생각이 다음의 네 가지 경로를 통해 얼마만큼 내 것이 되었을까를 생각해보자고 권합니다.
첫째, 폭넓은 독서, 독서란 저자의 생각을 주체적으로 참조하는 것이죠,
둘째, 열린 자세의 토론, 토론이란 동시대 사람의 생각을 열린 자세로 주체적으로 소통하는 것이구요. 셋째, 직접 견문, 직접 견문은 경험과 여행을 통해 직접 겪고 느끼는 것, 마지막으로 성찰, 성찰이란 독서와 토론, 직접 견문을 통해 만나는 뭇 생각들이 내 안에서 서로 다투고 비벼지고 종합되고 정리되는 과정입니다.
독서, 토론, 직접 견문, 성찰, 이 네 가지가 진정한 자유인을 형성하는 통로라는 것.
그러니, 이 네 가지를 완벽하게 빼앗고 오로지 문제풀이 능력으로 줄을 세우는 지금의 교육제도부터 저자는 맘에 들지 않습니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학습이라는 말은 배우고 익힘을 말합니다.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습..즉 익힘입니다.
아무리 좋은 가치라고 해도 몸에 익히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일.
하지만 우리 학생들은 좋은 가치에 관해서는 어쩌다 배울 뿐이고 일상속에서는 그 반대를 익힙니다. 남과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공동체 의식, 연대의식을 어쩌다 배우지만 일상에서는 남을 누르고 혼자 이기는 것을 익히지요. 인권의식에 대해 이따금 배울 뿐이고 일상에서는 인권 침해를 몸에 익히지요. 자유,평등의 가치를 어쩌다 배우고 일상에서는 억압과 차별을 몸에 익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누구나 어느 바닥에서나 경쟁력을 이야기하는 시대,
학벌체제가 오히려 경쟁력을 후퇴시킨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학벌체제야말로 모든 사회구성원들에게 평생 교육을 멀리 하게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만 18세에 인생의 서열이 거의 정해졌기 때문에 그 이후에 공부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것. 일생에 기껏해야 두 번 공부하는 한국인은 대학입시를 위해 한번, 임용이나 취직을 위해 한 번, 남과 벌이는 경쟁에서 이기려고 두 번 긴장할 뿐 자기 성숙을 위한 모색과 긴장은 거의 죽은 사회라는 것이지요.
어렸을 때부터 학습 노동으로 지칠대로 지쳤기 때문에
공부가 이미 즐거움이 될 수 없는 사회.
학생들이 학문을 즐기지 않는 대학에서 학문 경쟁력이 나올리 없다는 그는
서열화된 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쟁이 거의 마감되는 구조와
평준화된 대학에 입학하면서 경쟁이 시작되는 구조 중에
어느 쪽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를 묻습니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하게도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의 현재모습에 두지 않고
자신이 선망하는, 욕망을 가지고, 속해있고 싶은 신분과 동일시 경향이 있어서
자신을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다는 진단도 새겨들을만한 이야기입니다.
서민들이 서민들을 위한 당과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 아이러니한 현실,
개천에서 용이 난다 하더라도 그 사람이 개천의 사람들을 대변하지 않는 현실,
현재의 처지가 아니라 사장, 빌딩 소유주, 종부세 대상자라는 미래의 입장에 자신을 투사하는 일이 그래서 일어난다는 거죠. 나는 왜 나의 존재를 거스르고 타인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가, 주인없는 생각이 넘쳐나는 세상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점점 심해지는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려면 나눔과 분배가 이뤄져야 함에도
시혜나, 온정, 선행의 '나눔'에만 호소한 채
분배를 제도화하는 것에 대해 외면하는 현실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합니다.
나눔이 사적인 영역이고 시혜와 베품의 의미를 가졌다면,
분배는 반대로 공적 영역이고 제도에 의한 강제성을 갖기 때문이지요.
시혜와 온정만 강조할 뿐 약자들을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않는 사회는
절뚝발이일 수 밖에 없다는 것.
한국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 이어지면서
저자의 날카로운 일침 하나하나가 비수처럼 아프게 와닿습니다.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생각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책,
이 책은 생각의 길을 잃어가는 이 땅의 벗들에게 보내는 일종의 편지같은 느낌입니다.
날카로운 비판이 살아있는 책이지만 결국 저자는 나직하고 따뜻한 목소리로
수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에 품었던 생각들이 세월과 함께 빛이 바랬다하더라고
그래도 성찰의 자세를 보여주고 더 비인간적인 사회로 가려는 강력한 힘에 안간힘으로 맞서준 사람들 덕에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하고 다독입니다.
'나만 살고 보자''내 것은 무조건 지키고 보자'는 기름진 생존을 넘어
우리가 함께 사는 인간적인 삶을 되찾기 위해
나의 막힌 생각의 길을 터주고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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