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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8) 남이 가진 것과 비교하지 말아라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기억하면 좋을 12가지)

| 조회수 : 2,652 | 추천수 : 162
작성일 : 2009-12-27 16:45:42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게 마련이다.
가족, 친구, 동료, 이웃, 선배, 후배, 학교 동창, 그 외에 곳곳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수많은 인연들 속에서 인간은 평생을 이리저리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때로는 상처를 주기도 하고 때로는 그들로부터 상처를 받기도 하면서 우리는 하루 하루 앞으로 나아간다.
그 수많은 관계 속에서 언제나 기억해야 할 것은 남이 가진 것과 내가 가진 것을 비교하지 말라는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소유를 비교하고 그 속에서 알게 모르게 상처를 받아 관계가 깨어지는 진통을 겪는지 모른다.
남의 떡은 언제나 커보이게 마련이다.
남의 집은 언제나 내 집보다 좋아보이고, 남의 남편은 내 남편보다 더 자상하고 능력있어보이고, 남의 자식들은 내 자식들보다 더 고분고분하고 공부도 잘하는 것같고, 남의 시댁은 나의 시댁보다 더 며느리를 아껴주는 것같고, 남의 친정은 나의 친정보다 더 시집간 딸에게 살뜰한 것같다. 남의 상사는 나의 상사보다 부하직원의 능력을 잘 인정해주는 것같고, 남의 자동차는 늘 나의 차보다 비싸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성능도 더 좋아보인다.
이것뿐이겠니? 비교를 하려고 작정을 한다면 사돈의 팔촌까지 다 비교를 해도 모자람이 없고 증조할머니의 할머니로 거슬러올라가도 끝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나 변함없는 진리는 그 모든 비교의 끝에는 어김없이 관계의 단절과 내 삶의 불행이 있다는 것이다.

엄마는 어려서 가난을 경험하면서 사춘기를 보냈다.
아버지의 거듭된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지더니 나중에는 학교 등록금을 제 때에 가져가는 것이 소원이 되어버릴 정도로 어려운 형편까지 가게 되었다.
아침 조회 때 등록금 미납자들을 일으켜 세우면서 언제 가져올 것인지를 묻는 선생님이 원망스러웠던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정도로 엄마의 사춘기는 가난으로 인한 암울했던 기억들이 있다.
그렇게 어렵고 힘들 때 천사처럼 엄마의 벗이 되어주던 친구가 바로 너희들도 잘아는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인 쥬디 아줌마란다.
가진 돈이라고는 달랑 집과 학교를 오가는 버스 회수권이 전부였던 엄마는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한번 사먹는 것도 하늘에 별을 따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
그럴 때마다 쥬디 아줌마는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이 엄마에게 그랬다.
"내가 빌려줄테니까 우리 떡볶이 먹으러 가자!"
그럴 때면 엄마는 뾰루퉁해서 갚을 능력이 없으니 빌릴 수가 없다고 대답을 했지만 쥬디 아줌마의 대답은 언제나 똑같았다.
"누가 당장에 갚으래? 갚는 건 나중에 아주 나중에 돈 생기면 갚아!"
그리고 엄마의 손을 억지로 끌고 가서 떡볶기를 사주면서 얘기보따리를 풀곤 했던 아프고도 아름다운 추억이 엄마의 가슴에 남아있다.
자존심 강한 친구의 마음을 다칠까봐 이리저리 궁리 끝에 생각해낸 친구의 사랑이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는 그 친구를 정말 많이 부러워했었다.
유복한 가정 환경도 부러웠고, 화목한 가정도 부러웠고, 엄마와는 다른 활달한 성격도 부러웠고, 둘이나 되는 여동생과 남동생도 부러웠다.
대학 시절에도 엄마는 학비와 책값을 충당하느라고 늘 아르바이트를 다니고 대학시절의 낭만을 즐길 여유가 없이 살았다.
어둑어둑해지는 골목에서 아르바이트로 가르치는 과외 학생들 집의 벨을 누를 때마다 엄마는 그 집들의 여유를 정말로 부러워했었다.
대부분은 매우 여유있는 가정들이었고 엄마는 그들의 부유함이 참으로 부러웠다.
날마다 모자라는 생활비로 쩔쩔 매는 우리 엄마도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엄마들처럼 화려한 홈드레스를 입고 여유있게 각종 모임에 나가면서 인생을 즐기면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공상을 수없이 해보았다.
짬짬이 학교 앞 커피 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에는 공강 때마다 뛰어와 커피를 나르고 시간당으로 수당을 받는 나와 한가롭게 커피를 사마시면서 한없이 행복해보이는 친구들을 비교하면서 마음이 헛헛해지기도 했었다.
엄마는 겉모습 밖에는 볼 줄 몰랐던 것이다.

그렇게 엄마의 젊은 날은 늘 부러움과 목마름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같다.
적어도 엄마의 삶에 만족하는 것을 배우기 전까지 엄마의 삶은 얼마나 많은 부러움과 질투와 미진함으로 힘겹고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그런 마음으로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서 엄마는 그 모든 부족함과 욕심을 남편이 다 채워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같다.
건강하지 못한 하늘만큼의 기대는 언제나 불행을 가져오게 마련이지.
결혼 전에는 내 부모가 모자라보엿던 것처럼 결혼하고나니 남편이 또 부족해보이는 것이 정상이 아니라 큰 마음의 병임을 알기까지 엄마와 아빠는 힘든 결혼생활을 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엄마도 아빠도 인생 공부를 많이 해야 했던 시간들이었지.
그 시간을 지날 때에는 뼈를 깍는 것처럼 가슴이 아프고 시렸는데 지나고 보니 그 얼마나 값진 경험이었는지 모르겠다.
아픈 시간을 지나고 나서 엄마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돌이켜보면 그렇게까지 아프지 않고 배웠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또 하나의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도 하지만...그래도 평생 죽을 때까지 모르고 살다가 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늦게라도 깨달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엄마 아빠는 축복받은 사람들이 아닐까.

사랑하는 딸들아,
내가 가득 차있어야 내 주위도 다 가득 차게 보이는 거란다.
내 마음이 비면 빌수록 자꾸만 곁에 있는 사람들로 나의 마음의 빈 곳을 채우려고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거든.
마음이 빈 것은 결코 눈에 보이는 것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법이지.
나이 사십이 다 되어갈 때까지도 엄마는 감사하는 법과 내가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살고 있었다.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헤아리기보다는 나에게 없는 것을 바라보는 일에 더 익숙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빠의 사업이 승승장구하면서 꽤 성공한 사업가라는 소리를 들을 때에도, 뒤늦게 시작했던 심리학 공부에서 나름대로 결실을 얻을 때에도, 엄마의 커리어에서 이런 저런 성취를 얻을 때에도, 엄마는 늘 목이 말랐다.
내가 이루어 낸 것보다는 실패한 것이 더 잘 보여서 가슴 한 곳이 늘 시려오곤 했었다.

그렇게 살아가던 엄마가 지난 몇 년 간의 시련을 겪고 지나가면서 이제는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다 적으려고 해도 종이가 모자랄 정도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엄마의 인생은...처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부족함이 없었다는 걸 이제는 안다.
엄마가 때로는 애증의 마음으로 바라보기도 했던 부모님들도...꼭 그 분들이 나의 부모님이었어야만 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부모님들이었기 때문에 오늘의 엄마가 있는 것이니 말이다.
엄마가 가난때문에 가고 싶은 대학을 포기하고 장학금을 주는 학교를 선택했던 것도 오랜 동안 엄마에게는 상처였다.
그러나 이제 생각해보면 엄마에게는 가장 적합한 선택이었다.
그곳에서 엄마가 배우고 깨달은 것들은 그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었던 귀한 것들이었다.
다른 곳에서는 아마도 꼭같은 것들을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이제는 든다.
엄마는 그 때 꼭 그 곳에 갔었어야만 했던 것이다.
오랜 동안 비교하고 부족하다고 느꼈던 남편도 나에게는 과분하도록 좋은 사람이었다.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면서 겪었던 수많은 갈등들도 결국은 남편의 문제때문이었다기 보다는 엄마의 부족함이 곁들여져 일어난 것들이었다.
그 남편이 나에게는 가장 맞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결국 엄마의 인생은 그다지 부족한 것이 없었던 맞춤형의 완벽한 인생이었다는 것을 무지한 엄마는 지난 사십 년 동안 부인하고 있었다.

남의 것과 내 것을 비교하지 말아라.
비교한다고 그것들이 너희들의 것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비교의 과정에서 소중한 관계들이 깨져나가는 고통만큼 아픈 것이 없기 때문이다.
비교당하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생각 깊은 여인이 되어라.
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가장 쉽게 범하는 실수가 아마도 남편과 자식을 남들과 비교하는 일인 것같다.
엄마도 오랜 동안 범해온 치명적인 실수였음을 고백한다.
내 딸들은 현명한 여인으로 자라서 그와 같은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길 엄마는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가슴에 밑빠진 독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늘 남과 나를 비교하면서 살아가는 슬픈 삶을 영위한다.
아무리 채워넣어도 결코 채워지지 않는 삶처럼 슬픈 인생이 있을까.
그리고 그런 사람 곁에서 살아가는 가족들은 또 얼마나 고통스럽겠니?
남편도, 자식도, 남들의 재산도, 지위도...그 무엇도 비교하지 말아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은 다 이유가 있어서 주어진 것들이고 꼭 필요해서 주어진 것들임을 잊지 말아라.
내 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인정하고 끌어안지 못하는 사람은 그 어는 것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는 사람이란다.
내 남편, 내 자식, 내 부모, 내 능력, 내 집, 내 경제력...나의 모든 것을 우선 사랑해주어라.
그로 인해 너희들의 인생이 몇 배로 풍요로워지고 행복해질 것이다.

나의 딸들아,
엄마 아빠는 참으로 부족하기만 한 부모들이란 것을 날마다 매 순간 깨달으면서 살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아름다운 딸들을 얻었음이 너무도 신기하고 과분한 축복에 감사한다.
부모가 자식을 선택할 수 없었듯이 너희들도 부모를 선택하지 않고 어느 날 우리는 부모와 자식으로 만난 인연들이다.
엄마 아빠의 부족함으로 너희들이 가슴아플 때가 없기를 바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기에 그런 일이 있을 때에는 상처를 가슴 속에만 묻어두지 말고 얘기해주렴.
다른 좋은 부모들을 바라보면서 비교함으로 목마름을 키워가지 말고 주저없이 말해주기를 바란다.
엄마 아빠는 고치려 애를 쓸 것이고 또 너희들은 엄마 아빠의 부족함을 위해 언제나 기도해다오.
날마다 삶을 이어갈 때마다 조금씩 더 나은 엄마 아빠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엄마도 아빠도 약속하마.
남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비교하는 바보같은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엄마 아빠에게는 꼭 너희들이었어야 했단다.
꼭 너희 네 자매였어야만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질 수가 있었음을 잊지 않을께.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토요
    '09.12.28 4:52 AM

    남과 비교하는 순간 자기의 불행은 시작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고는 많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이렇게 동경미님의 살아오신 길을 글로써 읽으니 더 절절히 가슴에 깊이 와 닿네요 넓고 좋은 가슴으로 쓰신 글들 잘 읽고 실천하고자 노력합니다.감사합니다.

  • 2. uzziel
    '09.12.30 10:06 PM

    참 어려운 일인거 같아요.
    누군가와 비교한다는 것이 사람의 마음을 지옥으로 만드는 것 같아요.
    어렵지만 노력하다보면 제 마음은 천국이 되겠죠? ^^*

    17개월 아들을 보고 주변의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것을 보면...
    저도 벌써 비교 들어가나 봅니다. --;;

    동경미님의 글 읽고...복사해서 읽고 또 읽고 합니다.
    주변 아기엄마들에게도 읽어보라고 하구요.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3. 보리
    '10.1.4 8:39 AM

    풍족하게 키워주지 못한 부모님, 잇따른 사업실패로 좌절감을 느끼게 했던 남편, 더 유명한 대학을 갈 수 있음에도 형편상 낮춰서 진학해야만 했던 대학도 다 그 때는 그랬어야 했고 나에게 꼭 필요했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깨닫기까지 힘들게 살았을 동경미님께 박수를 보내고 싶고, 이 글에서 희망을 느끼는 저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남이 가진것을 부러워 하지 말고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동경미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 4. 동경미
    '10.1.4 4:52 PM

    토요님,
    모든 불행의 시작은 비교라는 걸 저도 늘 실감합니다.
    삶으로 경험하면서도 저도 늘 깜박 잊을 때가 많아요.

    uzziel 님,
    나의 삶을 남과 비교하는 것보다 더 힘든 건 아이들을 비교하는 거랍니다.
    남편과 아이만 남과 비교하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의 삶의 질이 아주 많이 달라질 거에요.
    17개월 아기라면 더더욱...비교하지 마세요 ^^
    제 글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리님,
    안녕하셨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저도 희망을 품으시는 보리님께 박수를 보내드릴께요.
    보리님도 저도 올 한해도 또 남과 비교하지 않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풍성한 해가 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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