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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7)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여라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기억하면 좋을 12가지)

| 조회수 : 2,746 | 추천수 : 211
작성일 : 2009-12-20 07:34:21
너희들이 유치원에 다닐 무렵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규칙 중에서 엄마는 지금도 잊지 못하고 마음에 잘 넣어두고 지키려고 애를 쓰는 것이 있다.
바로 "You get what you get, you don't throw a fit! (주는 대로 받아라, 그리고 심술 부리지 말아라)" 이다.
간식 시간마다 제각각 취향이 다른 다섯 살 박이들의 아우성이 있을 때면 선생님이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시키면서 이 얘기를 하시곤 했다. 어떤 아이는 쵸컬릿 쿠키를 먹겠다고 하고, 어떤 아이는 쵸컬릿 쿠키는 싫으니 바닐라 쿠키를 달라고 하고, 또 어떤 아이는 쿠키는 싫고 젤로를달라고 저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고 원하는 대로 줄 수 없을 때마다 선생님은 한결같이 이 말을 외치시면서 너희들을 잠잠하게 만드시는 것을 보고 엄마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하도 신기해서 주문처럼 집에서도 너희들에게 엄마가 이 말을 써먹으니 신기하게도 불만스러운 표정들을 거두고 나름 수긍하곤 했던 것을 잊지 못한다.

긴 인생길에서 때로는 어른들도 꼭같은 상황에 부딪치곤 한다는 것을 어린 너희들은 몰랐을 것이다.
내가 그토록 원하는 바닐라 쿠키를 맨 손에 쥐려고 하는 그 순간에 바로 내 앞의 누구가가 마지막 바닐라 쿠키를 손에 쥐게 되고 나는 어쩔 수 없이 쵸컬릿 쿠키를 들고 돌아설 때의 그 기분을 엄마는 너무나 잘 알지.
때로는 화가 나서 쵸컬릿 쿠키를 바닥에 내동댕이쳐버리고 싶기도 하지만 결국에는 나만 손해라는 것을 엄마는 유치원이 아닌 한참 뒤에 다큰 어른이 되어서야 깨달았단다.
주는 대로 받아서 그 나름대로 감사히 먹을 줄 아는 사람의 인생은 다소 편안하다.
나혼자만의 편안함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의 편안함을 나누어 줄 수 있는 넉넉함이 생겨나게 마련이다.
주어진 쿠키에 대해 내가 처음부터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화를 내고 바닥에 내동댕히친들 내가 원하는 쿠키가 내 손에 새로 쥐어지는 것도 아니다.
내 마음의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늘은 내가 원하지 않은 쵸컬릿 쿠키를 받았지만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바닐라 쿠키를 받을 그 날도 꼭 오리라고 믿으면서 오늘 받은 쵸컬릿 쿠키를 맛있게 먹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그보다 더 나아가서 오늘 내 삶에는 바닐라 쿠키보다는 아마도 쵸컬릿 쿠키가 꼭 필요했기에 나에게 이것이 왔구나...하고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길 엄마는 기도한다.

엄마의 인생에도 여러 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었단다.
원하는 대학도 가정형편이 어려워서 가지 못했고, 유학을 가고 싶었지만 학비 부담으로 갈 수가 없었다.
장학금은 받았지만 대학 생활 4년, 대학원 2년 내내 수많은 아르바이트로 책값과 부대 비용들을 감당해야 했던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남들이 다들 대학 시절을 만끽하면서 들로 산으로 놀러다닐 때 엄마는 중고등학생 과외 선생님으로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녀야 했었다.
그때마다 친구들의 형편과 엄마의 형편을 비교하기도 했고 좌절에 빠진 때도 많이 있었다.
왜 나에게만...하필이면 왜 나만...이런 질문이 엄마의 젊은 날을 가득 채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의 인생에는 정해진 길이 있고 아주 약간의 변수가 있다는 걸 엄마는 깨달았다.
나에게 주어진 부모, 형편, 나의 능력 등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부모도 자식을 선택해서 세상에 내놓지 못하듯이 자식도 부모를 선택해서 세상에 나오지는 못한단다.
나에게 주어진 형편을 원망하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그래도 가장 최상의 것을 얻으려는 마음이 훨씬 건설적이다.
마흔하고도 꼭 중간에 와있는 지금, 엄마는 그런 생각을 한다.
지금의 엄마가 되기 위해서 엄마의 과거의 모든 것들은 하나도 버릴 것이 없었다고 말이다.
지금 이순간 사랑하는 네 딸들과 세상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한 남편을 가질 수 있기 위해 엄마가 지나온 모든 고난은 축복이었다고 믿는다.
그 모든 아픔들이 하나 하나 날실과 씨실처럼 엄마의 인생에 꼭 필요한 요소였단다.
그 중에 단 하나라도 빠져서는 안되었을 아주 중요한 것들이라는 것을 엄마는 깨달았단다.

아빠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아빠와 이별을 하고 엄마의 재혼으로 얼룩졌던 엄마의 사춘기, 그리고 돈을 벌어가면서 공부해야했던 가난했던 대학시절, 기내통역관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시야를 넓혔던 직장시절...돌아보면 무엇 하나 엄마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주는 데에 도움이 안되었던 것들이 없다.
우리는 누구나 내가 겪어 본 고난에만 전문가가 된다,
엄마도 지나온 시간들의 아픔들을 바탕으로 사람들을 이해하고 같이 아파해줄 줄 아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렇지 않았다면 엄마는 기고만장하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앗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혼 가정의 아픔, 싱글맘의 어려움, 싱글부모와 자라는 아이들의 고충,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 부모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아이들의 마음을 엄마는 그래도 나름대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남들이 아무 생각없이 손가락질 할 수도 있는 여러가지 처지에 놓여진 사람들을 보면서 엄마는 쉽게 손가락을 내밀지 못한다.
왜냐하면, 엄마의 인생에서도 그들과 비슷한 시간을 보낸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도 때로는 피눈물을 흘리면서, 냉수를 마시면서, 매를 곯기도 하면서, 그래도 나는 살아가겠다 하고 결심했던 그런 시간들이 잇었기 때문이다.
그 바탕이 있기에 누군가가 엄마를 찾아와 무슨 말을 꺼내기 전에 눈물부터 핑 돌면 엄마의 가슴이 먼저 무너진다.
그가 말하려하는 문제가 무엇인지 알기도 전에 엄마는 그 사람의 고통의 무게가 느껴져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선영아, 은선아, 영은아, 은영아,
엄마와 아빠는 매우 부족한 부모라는 것을 날마다 인정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의 부족함으로 인하여 너희들이 더욱 꽉찬 사람들로 자랄 것이라고 믿음을 가져본다.
주어진 상황에 순응하여라.
참 힘든 일이라는 것을 엄마는 누구보다 잘 안단다.
인생에서 누군가를 원망하고 그에게 책임을 묻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아마도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을 좋은 것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부족한 부모, 넉넉치 않은 환경,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도 언제나 명심하거라.
지금 이미 받은 복을 헤아려라.
가정 힘들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에도 사실 너희들의 주변에는 이미 받은 복으로 가득 차있는지도 모른다.
감사함으로 상황에 순응하여라.
그래도 견디기 어려울 때에는 엄마 아빠에게 달려와라.
함께 얼싸 안고 울어제끼고 나면 또 조금 생각이 정리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러나 그러고 돌아서면 새롭게 명심하거라.
지금 나에게 주어진 상황이 나에게는 최상이라는 것을.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미라벨
    '09.12.20 5:30 PM

    좋은 글이예요..
    아이들에게 항상.... 늘 감사해라... 오늘 네게 주어진 것이... 늘 당연한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고
    얘기해 주지만... 모든것이 풍족한 요즘.. 그걸 깨닿게 해 주는게 쉽지 않아요...
    주변을 둘러보고...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갖도록 해주야 하는데 말이지요...
    아이가 좀더 크면 봉사로 조금이나마 나누는 것임을.. 내 상황이 얼마나 감사한 것임을 알게 해 주고 싶어요....

  • 2. 동경미
    '09.12.22 6:14 AM

    미라벨님,
    이미 받은 복을 헤아릴 줄만 알아도 세상이 그리 어둡지는 않은데 그게 참 어려운 일이에요.
    저는 마음이 좀 어려워질 때마다 감사의 목록을 적어보면서 다스리려고 해요.
    갖고 싶은 게 많지만 사실 따져보면 이미 받았는데도 감사 없디 지나가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요.
    감사하는 삶을 잘 가르쳐서 세상에 내보낸다면 조금 어려운 일을 만나도 또 그 감사하는 마음이 힘이 되어 지나갈 수 있을 거에요.
    저희 큰 아이가 노숙자 봉사와 가정폭력 희생자들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와서 참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하더군요.
    자기는 너무 너무 가진 게 많은데 몰랏다는 얘기도 하는 걸 보면서 아이에게 사회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 3. sugar
    '09.12.22 8:56 PM

    아이가 하나인데다가 늦게 나은지라 물불가리지 않고 사랑하는것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또 실제로도 그게 가장 편안한 육아였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원하지도 않는데도 장난감을 쥐어주고 저희 수준보다 항시 과하게 하려 노력했어요.
    어느날 그런 제가 아이를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후로 저와 제 아이가 유혹에 부딪힐 상황에 노출되면 둘이 한 목소리로 복창하는 것이 있어요.
    '세상의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도 없지만 가질 필요도 없다'
    아이가 제 마음을 항시 따라주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저에게도 필요한 말이기 때문에 꼭 되뇌어요.
    자족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쇠를 먹는 불가사리처럼 점점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되고 나중에는 만족과 감사가 없어지고 가진 것에 대한 교만과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불만이 함께 공존하게 되더라구요.
    동경미님의 좋은 말씀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 봅니다.

  • 4. 동경미
    '09.12.23 5:52 AM

    sugar님,
    외동아이이니 당연히 얼마나 더 귀하겠어요. 전 이해가 가요.
    저도 외동딸이었던지라 저희 어머니도 과보호하시면서 키우셨거든요.
    중학교 갈 때까지 찬 밥 먹으면 안된다고 엄마가 학교로 도시락 싸서 가져오셨는데 그 때는 그게 그리도 싫고 부끄러웠어요.
    어려서 몸이 약한 것도 이유였는데 엄마와 도시락 때문에 많이 싸웠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슴 한켠이 아리면서 엄마한테 미안하고 감사하고 그래요.
    sugar님의 아이도 엄마 아빠의 사랑을 많이 받아서 마음이 따뜻하고 건강하게 잘 자랄 거에요.

    자족하는 법을 잘 가르쳐야 세상에 나갔을때 내 맘대로 안되는 수많은 것들로 인해 가슴앓이하고 옆지기를 괴롭히는 일도 안하는 건강한 어른이 되지요.
    저도 평생 계속 배우고 또 배우는 항목이랍니다.
    욕심이 화를 불러일으킨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잊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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