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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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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옳지 않은 일에는 용기있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어라 (내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도 기억하면 좋을 12가지)

| 조회수 : 2,102 | 추천수 : 190
작성일 : 2009-12-14 23:39:27
세상에는 언제나 옳은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게 마련이다.
이 세상은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이 어우러져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옳은 일에 앞장 서는 사람은 복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복은 반드시 세상에서 말하는 풍요로움과 형통함이 아닐 수도 있다.
옳지 못한 일들이 범람하는 세상에서 어떤 상황에서는 옳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불이익을 겪는 때도 많단다.
옳은 일을 한다고 해서 그 일을 한 사람에게 꼭 좋은 결말이 오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옳은 일을 한 사람들에게 때로는 어려움이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고 말하는 편이 더 맞다고 해야 할지도 모른다.
너희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너무나 다른 세상이 너희들 앞에 펼쳐진다 해도 두려워하지도 말고 실망하지도 말아라.
옳은 일에 앞장 섰다는 이유로 당하는 어떠한 고난도 사실은 먼 훗날에는 복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겪어가는 그 순간에는 후회를 할 수도 있고 쓰러질 것같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는 너희들이 어둠에 서지 않고 밝음에 속한 삶을 살기로 작정했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임을 엄마는 믿는다.

그러나 너희들이 옳은 편에 서기로 작정했다는 이유로 너희와 같은 편으로 선뜻 오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지 말아라.
자신의 바운더리를 잘 아는 사람은 나의 바운더리를 가지고 남을 판단하는 잣대를 삼지 않는 지혜로운 사람이다.
너희가 선택하는 가치관을 남들에게 강요하고 그것으로 관계를 위태롭게 하지 말아라.
그들은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그것들을 위해 무언가 희생할 것이고 그것이 너희들이 선택하는 것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누군가는 그른 사람인 것이 아니다.
세상에 절대진리는 없기 때문이란다.
너희가 옳다고 생각하는 어떤 것들이 그들에게는 그릇된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는 오히려 너희들이 이상한 사람으로 보여질 수도 있단다.
나의 옳음으로 남을 힘들게 하지 말아라.
그래야 진정으로 옳은 사람이 될 수 있단다.

엄마가 한국에서 다니던 회사에서 여자로서는 드물게 부사장 직함을 가지고 일하면서 아주 많은 성취감도 맛보았고 어쩌면 엄마가 일했던 분야에서는 꽤 자리가 잡힌 거라고 생각을 했으면서도 돌아보면 그곳에서 일할 때처럼 마음이 불편했던 시간들이 없었단다.
모두들 엄마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에서의 경력도 다 인정받으면서어떤 편의든지 다 보아주었고 잘 대해주는 업무환경이었으니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대우의 직장을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지금도 가끔 해본다.
그런데 엄마가 맡아 일하는 부분에 재정과 회계 부분이 포함되어있었는데 미국에서 일한 엄마로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큰 문제들이 있었다.
한국의 대부분의 회사들에서는 아무 문제를 삼지 않는 것들이었는데 엄마 생각에는 기업의 윤리에 어긋나는 것으로 보여서 많은 갈등이 있었다.
생각다 못해 사업주에게 의견을 말하면서 개선방안을 제안했는데 한마디로 거절하면서 엄마가 미국에서만 일을 해봐서 너무 순진한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한국의 기업 풍토에서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누구나 다 하는 약간의 편법인데 그것을 문제 삼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투명한 재정을 고집하는 것은 너무나 어리석은 경영방식이라는 얘기였다.
미국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서 그렇게 사업을 하다가는 망하기 십상이라면서 엄마를 세상물정 모르는 사람 취급을 하는데 얼마나 마음이 먹먹했는지 모른다.
그날부터 엄마가 몇 달 동안을 더 고민해야 했었다. 당시 아빠의 사업이 힘들대로 힘들었던 시기라서 엄마는 수입이 꼭 필요했고 더구나 그 회사만큼 호의적인 대우를 해줄 회사를 찾기가 어려울 것임을 너무나 잘알고 있었기에 더 어려운 결정이었다.
단순히 돈 계산만 한다면 엄마는 배부른 고민을 하는 것이었고 그 생각을 하면 너희들의 얼굴이 하나씩 떠올랐다.
그렇지만 엄마의 양심을 생각해도 너희들의 얼굴이 다 떠올랐다.
엄마가 한순간의 물질적인 편안함을 택하는 것으로 인해 너희들에게 알게 모르게 내려가서 전해질 것이 틀림없는 마비된 양심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회사를 떠나는 것이 맞는 일이었다.
엄마가 얘기하지 않고 숨긴다 해도 너희들을 스폰지처럼 다 흡수할 것임을 엄마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에 너무나 힘든 결정이었다.
반 년을 고민하다가 결국 엄마는 사표를 내고 우리 가족 모두는 미국으로 돌아오는 힘겨운 결정을 했다.
회사를 그만두면 자연히 회사에서 지급되던 외국인학교 학비도 중단이 되는 것이었고 한국 학교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면 너희들 모두가 반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선영이가 많이 반대를 했었던 것이 떠오른다.
미국을 떠날 때도 친구들과 떨어지는 것이 속상해서 많이 울고 힘들어했는데 그나마 한국에 와서 2년 동안 한국 학교에 다니면서 사귄 한국 친구들과 외국인학교에 가서 사귄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또 다시 힘들었던 게지.
그런 선영이에게 왜 엄마가 그 후한 대우의 회사를 그만 두고 어려움이 기다리는 미국으로 돌아가자고 했는지를 어떻게 다 설명할 수가 있었겠니.
엄마 마음이 너무나 아팠던 그날의 기억이 지금도 되돌아보면 눈물이 핑 돌만큼 가슴이 아리게 남아있구나.
그러나 엄마는 방마다 잠든 너희들을 바라보면서 마음을 다지고 또 다졌다.
우리의 마음은 한없이 약하디 약한 것이기에 한번 마음의 문을 눈꼽만큼이라도 열어주면 그 작은 틈으로 바깥 세력들이 물밀듯이 밀고 들어오고 결국에는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들어올 수 밖에 없단다.
아마도 엄마의 마음 속에는 부조리한 회사 운영을 못본척 넘어감으로 인해 엄마에게 안락한 삶이 보장되어 시간이 갈수록 그 잘못된 안락함에 익숙해지고 그 편안함에서 점점 벗어나기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는 엄마의 마음이 두려웠던 것같다.
아빠도 한순간 엄마의 결정을 이해해주지 못했단다.
회사를 경영하는 데에 있어서 어느 정도 한국의 실정에 맞출 줄도 알아야지 무조건 원칙만 따지는 것은 오히려 유연성이 결여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으니 좀 더 깊이 생각해보자는 걱정어린 조언도 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막 실력을 인정받고 경력을 쌓아가는 엄마를 걱정하는 아빠의 마음이지 당시의 부조리한 회계 실정에 대한 전면적인 이해는 아니었다. 아빠는 행여나 엄마가 회사를 그만 두는 결정으로 인해 훗날 후회할까봐 걱정이 많았었다.

이런 저런 고민과 갈등 끝에 엄마는 결국 모든 경제적 안정을 포기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경영인이 되자는 어찌 보면 철없고 비현실적인 결심을 하고 회사를 그만 두었다.
마음 한편에서는 이렇게 의로운 결정을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 상으로 아마도 더 좋은 회사에 취직되지 않을까 하는 어렴풋한 기대도 있었던 것같다.
그러나 삶은 결코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에 미국으로 돌아와서 1년이 넘도록 엄마는 취직을 못했었다.
아빠도 사업이 줄곧 어려워서 2년이 지나고서야 간신히 취직이 되었고 그 때까지 우리 가정의 재정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다.
그때마다 아무에게도 표현하지 않았지만 전기세를 못내어 전기가 끊어지고 수도세를 못내어 물이 끊기기도 했던 그 어려웠던 시간을 지나면서 엄마도 가끔은 후회를 했었다.
나혼자 잘난 척하면서 청렴결백한 척하다가 이렇게 고생하는 걸까.
그냥 한번만 눈 딱감고 남들과 같이 살았으면 눈에 넣어도 안아픈 내 새끼들에게 이런 고생 안시킬 수도 있었던 건데 내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린 걸까.
진정으로 회사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나의 자기의에 사로잡힌 거였던 걸까.
원칙을 중시하는 나의 교과서적인 사고방식이 사실은 잘못된 게 아닐까.
정말로 내가 옳은 것이었다면 왜 이렇게 힘든 시간이 있는 걸까.
내가 보란듯이  더 좋은 회사에 취직이 되든지 아니면 아빠의 사업이 불같에 일어나야 내 맘속에 그래 역시 의로움이 이기는 거다 라는 확신이 생길텐데 말이다.

그런 아픈 시간들을 보내고 아빠가 취직을 하고 엄마도 지금 다니는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우리 가정이 요즘에는 그야말로 재벌이 된 것처럼 평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 꿈만 같다.
지금에 와서는...비로소 그런 생각이 든다.
그때 그렇게 어려운 결정을 해서 그곳을 떠나왔던 것이 정말 잘한 일이라도 말이다.
그로 인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그래도 돈에 지지 않았다는 것이 얼마나 엄마 스스로 다행하게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돈에 매여서, 돈의 노예가 되어서 나의 양심도 잠시 눈을 가려놓는 삶을 사는 것보다 몇 배나 더 값진 삶을 엄마는 상으로 받았다는 생각이 이제는 비로소 든다.

사랑하는 딸들아,
너희들이 옳은 일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어쩌면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지도 모른단다.
그렇다고 해서 뒤로 물러나지 말아라.
그 어려움이 경제적인 것이든 마음의 것이든 지지 말고 견딜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옳지 않은 것을 보았을 때, 나 하나쯤 어떠랴 하는 생각을 하거나 남들도 다 그러는데 하고 생각하지 말아라.
남들이 다 그렇게 해도 너희 한 사람이라도 그렇지 않은 사람의 대열에 선다면 참으로 값진 결정이란다.
아무도 너희가 옳다고 말해주지 않을지도 모른다.
오히려 유난스러운 사람이라도 비난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그럴지라도 끝까지 물러나지 말고 용기있는 목소리로 반대의견을 낼 줄 아는 사람이 되어라.
모든 사람들이 다 너희들을 비난한다 할지라도 세상에서 꼭 두 사람, 엄마와 아빠는 늘 너희들의 결정에 기립박수를 보낼 것이다.
그리고 함께 눈물을 흘려줄 것이다. 자랑스러운 우리의 딸들을 위해서 엄마와 아빠의 눈물샘은 영원히 마르지 않을 예정이란다.

보석같은 우리 딸들아.
무엇이든지 너희가 옳다고 결심한 일이라면 흔들리지 말아라.
엄마처럼 바보스러운 후회도 하지 말아라.  
꿋꿋하게 너희의 자리를 지켜라.
사람으로부터 상을 받을 것을 기대하지 말아라.
그 순간이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이든지 상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란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sugar
    '09.12.15 8:51 AM

    예전에 저희 아버지가 캄캄할때 담배 피는 교복입은 아이들을 보면 큰 소리로 호통을 치시곤 한다고 그러다가 큰 일 당한다며 엄마는 그때마다 만류하시곤 했어요.
    어릴적에는 그런 엄마가 비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제가 같은 상황에 부딪히면 저도 열가지 이유도 더 대며 만류할 듯 싶어요.
    결코 쉽지 않은 상황에서 네 아이앞에 정말 떳떳한 결정을 하신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 2. uzziel
    '09.12.15 10:56 PM

    그러나 너희들이 옳은 편에 서기로 작정했다는 이유로 너희와 같은 편으로 선뜻 오지 못하는 다른 사람들을 정죄하지 말아라.

    이 부분에 참 가슴에 와 닿습니다.

    그러지 못하는 부분이라서 그럴까요?

    동경미님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늘 공감하면서도 댓글을 처음 다네요.

    저희 아들에 대해서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서 해답을 주신거 감사드립니다.

    저는 간절히 바랍니다.
    저희 아들이 이 글의 제목처럼 옳지 않은 일에는 용기있게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으로 자라기를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3. 동경미
    '09.12.16 12:10 PM

    sugar님,
    아이들 앞에서 용감하기가 참 어렵다는 걸 날마다 실감하면서 삽니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 것보다 더 무서운게 아이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느냐니 말이에요.
    아이들의 롤모델이 되기가 참 만만하지 않은 세상입니다.

    uzziel님,
    내가 옳다는 이유로 남들을 정죄하기가 참 쉽지요.
    저도 기질적으로 옳고 그른 것을 꼭 따져야 하는 성격이라서 남에게 나의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 것이 늘 힘들었어요.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것...나 하나만 잘해도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평생 배우고 또 실습해야 하는 부분인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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