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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공부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다

| 조회수 : 4,055 | 추천수 : 204
작성일 : 2009-11-22 14:40:13
미국에서 아이를 기르면서 내가 한 일중 가장 잘한 일은 아마도 잠깐이나마 큰 아이와 둘째를 사립 초등학교에 보냈던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공교육이 고등학교까지 무료인 미국에서는 사립초등학교를 보내는 이유가 꼭 공부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공부나 성적만으로 본다면 공립학교들이 더 치열한 면이 있고 경제적 형편도 공립학교를 보내는 가정들이 꼭 사립을 보내는 가정의 수준보다 낮아서도 결코 아니다. 여러가지 다양한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개의 가정들은 사립학교들이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더 치중하고 그것을 위해 아이 하나 하나에 더 관심을 쏟아준다는 까닭에 선택을 한다고 한다.

우리 가정도 예외가 아니어서 무조건 어려서부터 성적에 더 많이 관심을 쏟는 공립보다는 그래도 조금은 여유가 있어보이는 사립에 마음이 갔다. 학급 싸이즈도 작고 각 학년마다 반이 두 반 밖에 없는 작은 학교였는데 선생님들 한 분 한 분이 아이들에게 쏟아주는 관심은 때로는 엄마 아빠보다도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8학년까지 있는 이 학교에 만 네살부터 큰 아이를 처음으로 학교에 보내기 시작했는데 아이가 첫날 학교에 가니까 8학년 언니 오빠들이 교실로 와서 부모들을 일일히 안내하면서 학교의 이곳 저곳을 설명하고 각종 잔심부름을 군소리없이 하고 있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어른들에게도 어찌나 공손한지 백인 아이들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학부형들에게 친절하게 봉사를 했다. 당시만 해도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미국에서 자리를 잡은지 몇 년 되지 않았고 이제 막 첫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새내기 학부형인 나에게는 틴에이저들이 그렇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나름대로 학교의 여러가지 시스템이 만족하면서 아이를 보내고 있는데 어느 날 큰 아이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이 면담을 요청했다. 일년에 두 번씩 정해진 면담이 있었지만 선생님이 먼저 개별적으로 만나자는 것을 보니 뭔가 안좋은 이유인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과 마주 앉자 대뜸 하시는 말씀이 큰 아이가 겸손해지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느닷없이 겸손의 훈련은 무슨 말인가 했더니 우리 아이가 학과 성적은 전체적으로 월등히 높은데 자기보다 학업이 뒤떨어지는 아이들에 대한 배려나 참을성이 많지 않아서 그런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 소지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한국에서 모든 교육을 받았던 엄마의 귀에는 딱히 이해가 가지 않는 단점이었다. 성적이 높다는 좋은 얘기인 것같은데 그거야 혹시라도 미국 아이들에게 뒤떨어질까봐 엄마가 선행학습을 많이 시켜서 그런 것이니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닌데 이제 1학년인 아이가 겸손이 부족하다는 건 또 무슨 얘기인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나의 그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자초지정을 물으니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보다 공부를 잘해서 공부가 좀 떨어지는 친구와 같이 앉히고 친구를 좀 도와주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좀 도와주는 것같았는데 이제는 대놓고 친구를 무시하고 귀찮아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몇 번 주의를 주고 귀찮을 수는 있지만 남을 가르쳐주는 것도 네 공부에 도움이 되니까 친구를 너무 무시하는 내색을 하면 안된다는 얘기도 했다고 하셨다.  

엄마의 마음은 아이편인지라 살짝 고깝게 들리기까지 했지만 알았다고 하고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다시 물어보았다.
"선영아, 네가 옆에 앉은 친구를 공부 못한다고 무시했니?"
"네."
너무나 간단하게 대답하는 것에 놀라서 쳐다보니까 제가 스스로 설명을 했다.
"선생님이 지미한테 덧셈을 도와주라고 했는데 지미가 너무 바보같이 아무리 말해줘도 모르잖아요. 그래서 내가 바보같다고 했어요. 근데 원래는 그럼 안되는 거에요. 바보 소리 들으면 기분 나쁘잖아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까지 분석을 하면서 아이는 또박또박 얘기를 했다.
"그런데 네가 네 공부만 하기도 바쁜데 친구를 도와주려면 좀 귀찮은 것도 사실이잖아."
엄마의 마음에는 남의 아들이 도움을 받는 것보다 제 몫을 하기도 어린 내 아이가 남의 몫까지 해주는 게 못마땅해지기 시작했다.
"엄마, 나두 첨엔 그랬는데 선생님이 나는 수학에 영재이고 지미는 친절함의 영재래요. 수학을 잘하는 사람이 친절하게 남을 잘 대하는 사람보다 더 잘난 게 아니고 둘 다 잘하는 게 다른 것뿐이라고 하셨어요. 우리 학교 애들은 모두 다 영재래요. 우리 반 스테이시는 정리정돈을 잘하는 영재에요. 그리구 저번에 우리 집에 왔었던 테일러는 종이접기의 영재에요. 그러니까 내가 잘하는 걸 남이 못한다고 뭐라고 하지 말아야 한대요."
내 자식만 보고 있는 엄마에게 큰 아이가 일장연설을 하면서 선생님의 가르침을 전해주는데 아이에게 부끄러워졌다. 학교의 방침 자체가 그런 것을 알고 보내기는 했어도 이정도인줄은 몰랐기에 한편으로는 신선함까지 느끼면서 아이의 말에 수긍을 해주었다.

한 두 해가 가면서 나에게 놀라운 것은 점점 늘어갔는데 대부분의 것들이 나의 가치체계와 반대의 것들이었다. 아마도 그 기간동안 우리 부부는 한국에서 가지고 왔던 성적우월주의들을 다 청소해야 하는 목적이 있었던 것도 같다. 우선 이 학교에서는 매 학년 아이들에게 각종 상을 주는데 성적이 우수한 상은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주지 않고 반드시 우편으로 집에 보내주었다. 무슨 시험을 보든지 서로가 서로의 점수를 물어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그렇지만 남을 잘 배려한다거나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거나 친구를 잘 도와주었다거나 하는 태도에 관한 것들은 공개적으로 크게 상을 주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성적이 월등하게 좋은 아이라도 태도에 문제가 있으면 그다지 어깨를 펴고 학교에 다니기가 어려운 분위기였다. 공부를 잘하면 웬만한 다른 결점은 그냥 지나가주는 우리의 생각과는 아주 반대가 되는 학풍을 겪으면서 남편과 나는 비로소 아이들의 인생에 곡 필요한 것을 배우는 귀한 시기임을 깨닫고 감사하는 마음이 되었다.

미국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이면에는 엄청난 보수의 물결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처음으로 보고 들었다.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여자아이들의 치마 길이가 무릎을 넘어올라가도록 짧으면 당장 부모에게 전화를 해서 아이가 집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다시 오게 조치를 취했다. 액세사리는 일체 허용이 되지 않았고 욕이라도 한 마디 하면 부모에게 전화로 알려주었다. 시험에 빵점을 받은 아이보다 더 나쁜 아이는 친구를 무시하고 왕따를 시킨 아이였고 일단 그런 아이로 인식되면 아무리 공부시간에 좋은 점수를 받아도 아이들이나 선생님들에게 그다지 호평을 듣지 못했다. 우리 부부는 지극히 한국적인 사고방식의 부모인데다가 동양인이라고는 전교 500명중에 두 가정 밖에 안되었는데 그나마도 아빠는 미국 사람이고 엄마만 중국 사람인 가정이니 우리 부부와 사고가 비슷한 사람은 하나 없었다. 몇 년간을 그 속에서 단련이 되었는지 3학년에 들어가서부터 큰 아이는 드디어 친절한 아이로 인식이 되기 시작했는데 우습게도 우리 아이가 시험을 백점을 맞았을 때보다 그 칭찬을 들었다는 소리를 들은 날이 더 마음이 놓였다. 방과 후에는 누구나 다 자기 책상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검사를 받아야 집에 돌아갈 수가 있었는데 옆 자리에 앉은 남자 아이가 쩔쩔매는 것을 보고 정리를 도와주고 상을 받은 일도 있고, 수학이 한참 뒤떨어지는 친구를 도와주어서 곱셈을 마스터할만큼까지 가르쳐준 공으로 큰 부상까지도 받았다. 아이는 하나씩 적응하면서 뿌리를 내리는데도 엄마 마음에는 미련이 남아 이렇게 하고 공부는 언제 하나 하는 철없는 생각도 숱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형편이 어려워지면서 계속 다니지는 못했지만 그곳에서 아이들과 같이 배웠던 여러가지 가치들은 우리 부부가 아이들을 기르는데 소중한 자산이 되어주었다

얼마 전 고등학생 딸 아이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엄마를 만났다. 수학 문제를 잘 못푼다고 해서 엔지니어인 아빠가 도와주기로 했는데 다른 숙제를 먼저 한다고 시간을 보내더니 뒤늦게 아빠가 잠자리에 들 무렵이 되어서야 숙제를 가지고 왔다고 했다. 그래서 왜 이렇게 시간을 오래 끌고 오느냐, 진작에 수학을 먼저 할 걸 그랬느냐고 핀잔을 했더니 벌컥 화를 내면서 수학책을 책상에 쾅 소리가 나게 내려놓으면서 그럼 도와주지 말고 자기가 나쁜 성적을 받게 내버려두라고 쏘아붙였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랬다가는 당장 대학에 갈 때 영향이 있을 게 뻔하니 안되겠어서 화를 꾹 참고 아이의 수학 숙제를 도와주는데 화가 가라앉지를 않아 얼굴이 벌개진 남편이 안쓰러워 몸 둘 바를 몰랐다고 했다. 자기가 시간관리를 잘못한 것이니 그럴 때에는 안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물으니 손사래를 치면서 대학 입시에 지장이 생기면 절대 안된다고 한다. 그래도 부모님에게 대한 자세가 잘못되었을 때에는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지를 얘기하니까 원래는 순하고 공부를 잘하는 아이인데 그 날 짜증이 나고 피곤해서 그렇다고 했다. 이런 저런 얘기 끝에 곁에서 듣고 있던 아빠가 참다 못해 그날만 그런 것이 아니라 수 년간을 뭐라고 야단을 치면 자기는 그러면 공부를 안하고 성적을 못 받아오겠다는 야릇한 협박을 하면서 반항을 한다고 털어놓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왜 그런 걸 받아주는 지를 물으니 그저 어떻게  해서든 대학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그 때까지는 그저 참아보려고 그랬다고 대답을 했다. 아이의 그런 무례한 태도에 대해 부모의 인내심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 것인지를 엄마와 아빠가 다 자신없는 목소리로 모르겠다고 한다. 그저 대학만 잘 가준다면 다른 것은 문제가 아니라는 부모의 마음이 알게 모르게 아이에게 전달되고 그러다 보니 아이는 대학이라는 무기로 부모를 마음껏 조정할 수 있게 된 상황이다.

공부하는 학생에게 공부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없다. 학생의 본분을 가장 잘 지키는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해 다음 목표로 전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성장기를 통해 공부만큼이나, 아니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나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이다. 나에게 태도의 문제가 있다면 나를 낳아주고 길러준 부모는 안간힘을 쓰고 참아주고 받아줄지 몰라도 막상 사회에 나오면 상황이 달라진다는 차가운 현실을 파악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우리집에서는 공주처럼 왕자처럼 자랐을지 몰라도 남에게도 공주와 왕자취급을 받게 될 가능성은 희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주와 왕자로 자란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생존 능력에서 어마어마한 차이를 보일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유추된다. 대학에 가서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오늘 아침 아이들이 아침을 먹다가 저희들끼리 까르르 웃어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옛날에 다니던 학교에서 얘기하던 영재의 정의에 관해 얘기하다가 웃음보가 터진 것이었다.
"엄마, 사람마다 다 잘하는 부분이 다르게 있다고 했잖아요. 공부 영재도 있는 것이고, 다른 영역의 영재도 있다고요. 그러면 막내는 삐짐의 영재이고 셋째는 엄마 어깨 맛사지의 영재이고 둘째는 어지름의 영재이고 나는 짜증의 영재인가 봐요. 엄마 아빠는 무슨 영재에요?"
서로 놀리면서 웃느라고 요란한 아이들을 보면서 대답을 한다.
"엄마 아빠는 너희들한테 맞는 벌칙 찾아내는데에 영재다, 왜!"
험한 세상에 내놓을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싸아해오는 귀한 아이들이지만 공부만 잘해가지고는 하루도 살아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에 더불어사는 기술을 잘 가르쳐서 내보낼 생각에 어깨가 한없이 무겁기만 하다.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크롱^^
    '09.11.23 3:18 AM

    더불어 살아가는 기술...정말 너무나 필요한 자세죠.
    교육의 본질이 좋은 성적 받아서 대학가는것두 아니고, 좋은 곳에 취직하는 것두 아닌데...
    과정은 무시되고 보이는 결과만을 가지고 평가하는 요즘 세상이 정말 무서워요.
    태어나서 부터 시작되는 세상 모든 것으로 부터의 경쟁의 시작이 결국은 죽어서나 끝나는건아닌지. 좀 두렵기까지 하지만 본질을 지키며 더불어 살아가는 교육을 지향하는 미국의 교육
    너무나 부럽습니다.
    에궁~ 저 아무래두 이민가야 할까봐요^^

    저희들 어려서 엄청 뛰어노르라 밥먹는 시간두 잊고 그랬는데 요즘은 하두 뒤숭숭한 일들도 많고
    학원다니느라 밖에 나와 노는 아이들이 없어요. 정말 우리 아이들을 생각할때 이런 숨막히는
    교육을 받는게 벌써 부터 걱정이 되네요.(15개월된 아가이지만요^^)

  • 2. 델몬트
    '09.11.23 10:45 AM

    오늘은 글의 분위기가 참 가벼워서 좋네요. ㅎㅎㅎ.
    가장 자신있는 부분에 영재라는 표현을 해줘서 으쓱하게 해주는 선생님의 가르침이
    참 부럽게 느껴지네요.
    우리나라도 가능한 일인데 성적지상주의가 사회전체적인 분위기라서
    힘들겠지요.
    공부만 잘하면 모든것이 오케인 사회.
    어디서 부터 잘못된것인지.....
    아이가 좋아하고 자신있는 부분을 더 잘하게 해주고 인정받는 그런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동경미님 댁 참 분위기 좋네요.

  • 3. 또빈
    '09.11.23 11:25 AM

    많은 엄마들이 봤으면 합니다
    오늘도 좋은 글 올려주셔서 감사해요
    나를 돌아보고 아이들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되네요
    성적위주의 이 사회에서 아이들의 다양한 장점들을 어떻게 이끌어줘야할지.....

  • 4. 동경미
    '09.11.23 2:31 PM

    크롱^^님,
    미국 교육이 대체로 인성교육을 더 중요시하는 것만큼은 정말로 저도 좋게 생각하면서 아이들을 보냈어요. 그래도 모든 제도가 다 장단점이 있듯이 또 그 이면에 단점들도 있고요. 저희 아이들이 그래도 다행히 선생님 복이 많았어요.
    만나는 선생님들이 모두 다 원칙주의자들이어서 아이들의 기본 인성교육에 어긋나는 것을 지나치지 않으시는 고마운 분들이셨지요.
    공부만 다가 아니고 그 이상의 무언가가 게발되어야 세상 살아가기가 그래도 수워해질텐데 아이들의 인생에 꼭 필요한 것을 자칫 놓칠까봐 저도 늘 걱정이에요.
    15개월인 님의 아가가 학교 다닐 때쯤이면 좀 나아지면 좋겠네요^^

    델몬트님,
    저는 기질이 좀 심각하고 무거운 기질이었는데 남편을 만나고 많이 밝아졌어요^^
    저희 아이들도 아빠의 영향으로 모두 다 모이면 배꼽잡는 얘기들이 아주 많지요^^
    영재로 키우려고 너무 지나치게 애쓰는 엄마들을 보면 너무 안쓰러워요.
    사실 지능만 높은 영재들은 감정도 굉장히 불안정하고 사회성이 많이 결여되는 것이 특성이거든요.
    그래도 엄마들은 그런 부분은 다 무시하고 그저 성적에 우선순위를 주니 사실 똑똑한 아이들인데 엄마들의 불찰로 그런 부분이 미처 잘 메꿔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요.
    제 경험으로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는 사람은 정말로 못 따라가겠더라구요.
    일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부모 강요에 의해 선택한 전공들은 대체로 40대가 넘으면서 급격히 능률이 떨어지는 게 보여요.

    또빈님,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성적만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장점이 잘 계발되어야 사회에 나갔을 때 잘 적응을 하더군요.
    저도 한국식으로 공부하고 미국에 와서 일하면서 처음에 참 힘들었어요.요즘은 세계가 다 연결이 되는데 공부만 잘하는 것으로는 살아남기가 어려운 세상이 되어가거든요.

  • 5. sugar
    '09.11.23 3:58 PM

    저도 오늘날 NHS와 더불어 여러가지 문제로 말이 많은 영국의 교욱이지만 몇가지 인상깊었던 경험을 이야기 해 볼께요.
    점심 식사후 play time이 끝나면 선생님이 반 아이들에게 물어 봐요. 오늘 즐거웠냐고, 그러면 아이들 몇 명이 손을 들어요. 자기는 오늘 놀 친구들이 없어서 혼자 놀았다고 하면 선생님이 다시 묻지요. 이따가 휴식시간에 이 아이와 놀아줄 친구가 누구인지, 아이들은 서로서로 손들고 처음에 손을 들었던 아이의 표정은 환하게 피어나요.
    또 아이들이 뛰어 노는 시간에는 식사를 도와주는 dinner lady나 선생님들이 같이 있어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고 혹여,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때렸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주의를 주는 것은 물론이고 놀이가 끝난 후 그 반에 찾아가 다시 한번 그 담임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 사과를 받아내는 것도 인상깊었어요.
    학교에 지능이 약간 떨어진 아이가 있었는데 몇 명의 아이가 그 아이를 놀렸었나 봐요. 그 일로 일주일동안 교장 선생님과 다른 선생님에게 정기적으로 불려가 계속 훈육을 받는 것도 참 보기 좋았어요.
    한번은 하교 시간에 아이가 엄마를 보고 반가워서 자기 이름이 불리워지기 전에 나오니 선생님이 다시 자리에 앉으라고 하더군요. 차례를 기다리라고...
    저를 비롯 많은 엄마들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면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자라는 것을 제 일순위로 삼았다가 교육이 시작되면서 은근히 비교하고 비교당하고 줄을 세우며 그 마음도 변색이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 다시 한번 중심을 잡아 주는 소중한 글 감사해요.
    제 아이도 영재예요.
    미소의 영재, 뽀뽀의 영재, 까마귀 소리의 영재, 엉뚱함의 영재...^^

  • 6. sinavro
    '09.11.24 10:01 PM

    요즘 일이 바빠서 자주 못 들어왔네요.

    동경미님 의견처럼 공부가 모든 것이 아닌데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무조건 공부만을 지상 최고의과제로 삼으니 심각합니다. 저의 직장생활하느라 거의 아이들을 잘 돌봐주지 못해서 미안한 점도 많지만 아이들을 자유롭게 독립성 있게 키운 것은 직장생활 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일이 있다보니 아이들에게 공부하라고 강요안하고 알아서 하고 일찍 자라고 늘 요구했죠. 그래서 우리집 아이들이 이상한 엄마라고 하더라고요. 다른 집과는 달리 매번 일찍 자라고 하니까요. 제 속셈은 아침에 출근해야 되니까 늦게 일어나면 제가 힘드니까요.

    제가 천재가 아니고 제가 모든 것을 잘 하지 못했는데 아이에게 다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죠. 저의 큰 아이의 경우 그냥 그냥 키운 것 같은데 지금은 대학가서 잘 적응하고 학비 벌어서 보태겠다고 하네요. 미국 대학공부하기에도 날을 새야 되어서 공부나 하라고 했더니 그럴 수 없다고 해서 참으로 기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작은 아이와도 대화를 매일 합니다. 공부는 못해도 괜찮으니 네가 좋고 행복한 분야를 찾으라고 요구합니다. 운이 좋게도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고 정말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을 보면 참으로 복이 많은 녀석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회생활하면서 이상한 성격의 소유자를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는 생각을 합니다. 더 좋은 환경에서 성장했더라면 더 좋은 성격으로 인생을 즐길 수 있었을텐데 하고 말이죠. 본인의 잘못이기라보다는 사회의 문제인 것이죠.

    오늘도 108배 음악을 들으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하려고 합니다.

  • 7. 다현맘
    '09.11.24 11:46 PM

    내년에 5세유치원선정하면서도 많은고민을했습니다~
    각각 유치원마다에 특성이 있어서 인성교육을 위주로 하는 유치원이 있고 학습적인 위주로 가르치는 유치원이나 놀이학교 영어유치원 등등 이러저러한 특성들이 다 달라서 고민을 많이한 끝에 인성위주로 가야겠다하면서도 마음 한쪽에선 아쉬운점들이 마음속에 남아있었는데....
    조금은 답답한 마음이 시원하게 풀린거 같네요...
    이제 겨우 5세가 되어가는아이인데 이런고민들을 하게됩니다~
    요즘의 아이들은 10년정도를 앞서서 살아가는거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네요
    마음이 따뜻하고 배려할줄아는 겸손한 아이로 자랄수 있도록 부족하지만 열심히 노력해볼랍니다~
    언제나 좋은글들 마음속으로 깊이깊이 감사드려요~

  • 8. 동경미
    '09.11.25 1:02 AM

    sinavro님,
    바쁘셨군요. 와주셔서 반갑습니다^^
    저도 제가 일하는 엄마인 것이 아마도 아이들을 덜 닥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휴가 받아 일주일 쉬면 벌써 목소리가 일할 때보다 높아지더군요^^
    그런 걸 보면 참 모자라는 엄마다 싶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모자란 나로부터 나쁜 영향 안받도록 나의 환경이 일하도록 만들어졌나보다 하고 감사합니다.
    자녀분을 아주 잘 키우셨네요. 다 엄마가 바른 생각을 하시고 사셨으니 그걸 잘 따라갔나 봅니다.
    저도 이제 2년 있으면 대학 갈 10학년 아이가 집에 있는데 공부한다고 너무 바빠서 밤늦게 앉아있는 아이가 안쓰럽기도 하고 그러네요. 그만 하고 일찍 자라고 하면 버럭 하는 딸이 무서워서 제가 일찍 자줍니다^^
    공부보다 더 귀한 것들을 다 배우고 세상에 나가야 할텐데 걱정이 많습니다.

    다현맘님,
    5세가 아직 어린 나이이긴 한데 한국 어머니들은 벌써 많은 걱정들을 하실 나이이지요^^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만난 어떤 엄마는 26개월 딸 아이를 어떻게 시간표를 짜서 가르쳐야 하냐고 물어와서 황당했던 기억이 있어요.
    초등학교까지는 인성교육을 중심으로 가시는 게 좋아요. 그게 이루어지지 않고 그 나이를 넘어가면 사실 인성교육이란 게 먹히질 않아요. 요즘이 국제화 시대인데 제가 미국에서 일하면서 각 나라 출신들을 만나보면 공부 잘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아요. 한국 사람들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도
    아주 많고요.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실리콘 밸리라는 곳인데 정말 박사가 아닌 사람이 박사인 사람보다도 적다고 농담들을 합니다. 그런데 똑똑한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 결국에 마지막 승부는 인격이에요. 똑똑하고 능력있는 것만으로는 내세우기가 어려운 세상입니다. 한국계 아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도 이런 부분이고요. 플러스 알파가 있어야 하는데 인격이 잘 형성된 아이들이 결국에는 주목을 받지요.
    저희 아이들을 기르면서도 주위에 보면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그리고 남을 배려하고 도와주는 일에도 앞장서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과 공부만 잘하는 아이들과는 확연하게 구분이 되지요. 정말 어렵네요^^

  • 9. 동경미
    '09.11.25 1:02 AM

    sinavro님,
    바쁘셨군요. 와주셔서 반갑습니다^^
    저도 제가 일하는 엄마인 것이 아마도 아이들을 덜 닥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휴가 받아 일주일 쉬면 벌써 목소리가 일할 때보다 높아지더군요^^
    그런 걸 보면 참 모자라는 엄마다 싶지만 그래도 한편으로는 이런 모자란 나로부터 나쁜 영향 안받도록 나의 환경이 일하도록 만들어졌나보다 하고 감사합니다.
    자녀분을 아주 잘 키우셨네요. 다 엄마가 바른 생각을 하시고 사셨으니 그걸 잘 따라갔나 봅니다.
    저도 이제 2년 있으면 대학 갈 10학년 아이가 집에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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