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가정의 중심
얼마전 다시 펴본 제임스 답슨의 "고집센 아이(The Strong-Willed Child)"라는 책의 서문에서 그는 현대의 엄마들이 방향을 잃어버리고 헤매이는 이유의 대부분은 옛날처럼 집안의 어른들이 늘 주변 가까이에 있어서 손쉽게 조언과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 없는 데에서 온다고 한다. 핵가족이 너무나 당연시 여겨지는 미국에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니 더욱 흥미롭게 느껴지지만 요즘에는 미국의 많은 지식층들이 복고주의를 내세우는 형편이니 그런 맥락으로 보여진다.
한국도 옛날처럼 대가족체계가 형성되어 가족과 친척들이 지리적으로 가까이 살았던 때에는 아이가 아플 때면 갖가지 민간 요법도 배울 수 있었고 아이를 훈육하는 데에 관련된 경험에서 우러난 조언도 늘 들을 수가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핵가족이 되고 맞벌이 부부가 점점 늘어나면서 가까이 사는 가족이나 친척도 명절 때가 아니면 만날 기회가 많지 않고 시간에 쫓기다 보면 느긋한 마음으로 아이들 키우는 경험담을 귀동냥할 짬을 내기도 마땅치 않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교 또는 그 이상을 거쳐도 좋은 엄마가 되는 법, 좋은 아빠가 되는 법 그리고 아이를 잘 기르는 법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해서 직장에 다니다가 일정 시기가 되면 결혼을 하고 우리는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또는 아빠가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좋은 아내가 되는 법, 좋은 남편이 되는 법은 아마도 부모의 역할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언급이 되었겠지만 그 누구도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얼마만큼의 용기와 지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말해주지 않았다.
어떤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하나 둘 아이가 늘어나면서 때로는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때로는 한없이 좌절하면서 이마에 주름이 늘어가는 만큼 어렵사리 육아에 대해 배워가게 된다. 특히 아이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어가고 경제는 어려워지는 요즘에는 많은 엄마들이 하나 밖에 없는 내아이에 대한 집착과 기대때문에 더 많이 좌절하고 더 많이 넘어지는 암울한 현실이다.
하나 밖에 없는 내 아이가 너무 귀하다 보니 가정의 모든 계획과 예산은 아이 중심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부모가 다른 걸 희생하더라도 아이를 위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게 아깝다면 부모도 아니라는 식의 흑백 논리도 종종 보게 된다. 부부가 한 지붕 아래 살지 못해도 아이를 위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고 부모가 두가지, 세가지씩 일을 해서라도, 그러다 보니 하루종일 얼굴 볼 기회가 없다고 해도 귀한 내 아이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팽배해간다.
아이들은 분명 부모에게 주어진 보물이다. 하지만 그 보물에 너무 집착하면서 사랑하다 보면 우리에게 허락된 더 많은 다른 보물들을 잃게 된다. 아이의 교육 때문에 부부가 멀어지고 가정 경제가 파괴되고 갖가지 범죄까지 생겨난다면 그것은 가치가 잘못 매겨진 보물임에 틀림이 없다.
팽이가 돌듯이 가정에도 중심이 잘 잡혀 있어야 원만하게 돌아갈 수 있다. 핵가족인 요즘의 우리 가정에서 중심은 부부가 되어야 한다. 남편의 삶의 중심이 아내가 되어야 하고 아내의 삶의 중심은 남편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중심의 자리에 부부 외의 요소가 들어 오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겨난다. 아이가 중심이 되어도 안되고 돈이 중심이 되어도 안되고 골프가 중심이 되어도 안되고 일이 중심이 되어도 안된다. 부부가 중심이 되어 있는 가정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큰 선물은 없다고 한다. 내 아이를 가장 사랑하는 길은 내 아이의 엄마(혹은 아빠)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가정의 모든 것의 중심을 차지하게 될 때 부부에게도 위기가 오겠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많이 악영향을 받게 되는 장본인은 바로 아이들이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하늘과도 같은 부모가 스스로 하늘이 되기를 거부하고 아이들더러 하늘이 되어달라고 하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많은 문제아들의 가정을 살펴보면 극저소득가정이나 다른 결손 가정만큼이나 경제적으로는 넉넉해도 부부간의 문제가 심각한 가정의 아이들이 많이 포함된다. 이 아이들은 물질적으로 무언가 부족해서 가출 등을 시도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더 이상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에 잠재의식 속의 불안감을 못 이겨 집을 나오는 아이들이다.
가정 상담의 현장에서 늘 느끼는 것은 부부 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대화가 없는 부부일수록 아이들과도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대화보다는 물질적인 면으로 아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고자 하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 얼마간은 대화를 시도하겠지만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벽에 부딪치다 보면 물질적인 면으로 혹은 교육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그 공백을 메꾸고 싶어진다고 한다. 이럴 때에 물질까지 여유치 않으면 더욱 상황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우리 집에서는 매년 어머니 날이나 아버지 날(미국에는 이 두 날이 따로 분리가 되어 있다), 엄마 아빠의 생일, 엄마 아빠의 결혼 기념일(우리의 결혼으로 아이들이 생겨나게 된 거니까), 그리고 크리스마스가 되면 우리 부부가 각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엄마나 아빠의 선물을 사게 한다. 어린 아이들이라 용돈의 액수도 적고 많은 돈을 모으지도 못하지만 때로는 제 각각의 선물을 사오기도 하고 때로는 저희들끼리 의논해서 돈을 모아 선물을 사오기도 한다. 얼마짜리의 선물을 어떻게 사오느냐가 중요하기 보다는 이 가정의 중심이 늘 엄마 아빠에게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한 '이벤트'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희들끼리도 생일이 되면 엄마 아빠에게뿐만이 아니라 자매들끼리도 서로 작은 선물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가끔 한번씩 우리 부부가 아이들의 발을 하나 하나 씻어주는 '세족식'을 한다. 처음에는 우리가 아이들의 발을 씻어주는 것만 했는데 저희들도 돌아가며 엄마 아빠의 발과 자매들끼리의 발을 씻어주겠다고 해서 이제는 온 가족이 함께 발을 씻어주며 고맙다,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막내가 갓난 아기일 때부터 시작을 했는데 이제는 많이들 커서 '그 날'이 되면 저희들끼리 세족식에 쓸 대야도 준비하고 수건도 미리 가져다 놓고...참 이쁜 모습들이다. 우리 가정의 세족식은 거창한 종교적인 의식이 아니라 그저 날마다의 삶 속에서 힘들고 지친 서로의 발을 씻어주면서 서로에게의 섬김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의미이다.
올해는 뭐가 그리 바빴는지 세족식을 한 번도 못하고 지나갔기에 추수감사절 연휴에 우리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땀과 먼지에 뒤덮여 하루종일 일했던 서로의 발을 씻어줄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대가족(?)을 부양하느라 지치고 피곤한 남편의 발, 아이들에 남편에 일에 이리 뛰고 저리 뛰느라 분주한 나의 발, 사춘기를 지나면서 이제는 내 발만큼 커버린 큰 아이의 발, 중학교 마지막 학년에 최선을 다하겟다고 분주한 둘째의 발, 이제 중학교 일학년에 입학해서 너무 좋아 땅도 제대로 디디지 않고 날아갈 것만 같은 세째의 발, 그리고 아기 티를 많이 벗고 언니들 가는 곳마다 따라가느라고 피곤한 막내의 발...모두 모두 사랑으로 씻기고 어루 만질 시간이 되기를 미리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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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ugar
'09.11.19 7:24 AM저희 집 밥 솥이 작아 그곳에 누룽지를 눌려도 조금밖에 나오질 않아요.
매일 아침 편안한 속을 위해 누룽지를 끓이는데 제가 남편이나 아이나 같은 양을 푸고 있는것을 발견했어요. 마음속으로는 남편이야 배가 고프면 회사에서 알아서 챙겨 먹겠지라고 자위하면서요. 사실 아이는 학교에서 아침 milk time에 과일이나 야채를 먹는데도 불구하고요.
서열을 세우자하고(어머니 학교 참가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유치하게도 남편의 누룽지를 더 많이 그리고 아이의 누룽지에는 숭늉을 더 부은 것이었어요, 우습죠?
예쁘기도 하지만 물리적으로 더 작고 약한 존재에 대한 애잔함에다 남편에 대한 무력함이나 서운함이 겹쳐 아이를 중심에 놓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머리로는 아니다 싶으면서요.
'하극상'은 군대뿐 아니라 가정에서 역시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요...
이 밤에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2. 델몬트
'09.11.19 11:02 AM예전에 다니던 교회에서 목사님께서 저희들 발을 닦아주셨었어요.
그때 사모님은 우시더라고요.
분위기가 참 경건했었어요. 아직도 그때를 잊지 못해요.
가족들이 그런 의식을 가지고 세족식을 한다면
모두에게 좋은 경험도 되고 서로 함부로 하지 않을것 같아요.
저희도 한번 세족식을 거행해 보고 싶네요.
분명 가족의 중심이 부부가 되어야 안정되고 평안한 가정이 될것 같네요.
이론상으로 씌어진 글을 보니까
이해가 참 잘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3. 고냥이
'09.11.19 11:14 AM전 아직 9개월 첫아기를 키우는 초보엄마지만 동경미님의 글을 열심히 찾아 읽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저도 남편보다는 자식 oriented 성향인지라 제 자신이 좀 걱정되네요...자식은 무슨 일이 있어도 버릴 수 없지만 남편은 무슨 일이 있으면 버릴 수 있다(바람, 폭력 등등...) 는 생각하에 각잡고 살거든요. 남편이 말썽 부릴 일 없는 좋은 사람인데도 그러네요. 아기가 귀여우니까 더더욱 남편은 신경도 안쓰고 아빠 역할만을 요구하게 되구요.
반성하고 노력해야겠어요...4. 동경미
'09.11.19 1:10 PMsugar님,
남펴보다 아이를 더 챙기고 생각하는 게 요새는 참 보편적인 가정의 모습이 되어버렸지요.
남편들도 같은 모습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게 되면 아이가 그 가정의 우상이 되어버리는 아주 좋지 않은 형태가 되어서 결국은 내 아이를 힘들게 하는 거랍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내 배우자를 한껏 사랑해주는 거라고 하네요^^
델몬트님,
세족식이 누구와 해도 감동적인 건데, 가족끼리 하니까 더 좋았어요.
매번 가슴이 뭉클한 그런 감동이 있더라구요.
언젠가 남편과 서로 안좋은 기분이었는데 아이들에게 세족식을 하기로 약속한 날이라서 기다리는 아이들을 실망시킬 수가 없어서 마지 못해 남편과 서로 발을 씻어주다가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요...화해를 안할 수가 없었지요^^
고냥이님,
제 글을 사랑해주신다니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남편은 어른이고 아이는 어리고 약하니까 엄마의 마음이 아이에게 쏠리는 경향이 많지요.
그런데 남편의 권위를 잘 세워주고 위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결국은 남편 좋으라고 하는 것만이 아니라 내 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바탕이 되거든요.
요즘 아이들 버릇없고 말 안듣는 경유의 대부분 그 문제들을 파헤쳐보면 결국은 부부 사이가 멀어진 모습을 아이들에게 오랫동안 보여주면서 남편과 멀어진만큼 아이에게 쏟아붓는 데서 오는 게 많아요.
궤변같지만 아이를 잘 기르려면 남편을 사랑해야 하는 거지요^^5. 뚝섬 아줌마
'09.11.19 1:30 PM제가 서비스직에 있는데 손님중에 내년이면 팔순이 되시는 할아버지가 계세요....아이 키우면서 신신당부 하신 말씀이 가정의 중심은 부모여야 한다고 하시더라구여...아이들 생일만 챙기지 말고,,,본인 생일에도 꼭 케익 사고 선물 사서 엄마 생일이다 말하고 작은 파티 하라구여.이이가 .어릴적부터 엄마들이 스스로 챙겨야 아이가 커서도 부모님이 귀한줄 안다고,,,..본인 손녀들은 아직도 냉장고에 과일이 있어도 엄마 아빠가 먹어야 꺼내 먹는다고 하더라구요..과일 하나도 부모먼저...그게 맞는 이치인데 요즘은 너무 아이들 위주 인거 같아요..그래서 꼭 저녁 먹을때 아이에게 아빠 수저 먼저 놓으라고 단단히 교육 시키고 있답니다......맞아요 남편을 세워주고 위해주는게 결국은 내아이를 올바르게 키우는 바탕인거 같아요~언제나 좋은글 정말 감사합니다
6. 동경미
'09.11.20 4:01 AM뚝섬아줌마님,
그 할아버님 옛날 분이신데도 그런 말씀하시니 멋지네요.보통 우리의 요즘 풍속도는 부모가 그저 자식들을 위해서 모든 걸 다 희생하고 사는 게 미덕인 줄 알잖아요.
저도 그래서 간식이고 과일이고 꺼내면 온가족이 다같이 먹을 때가 아니면 아빠에게 먼저 한 접시 갖다 드리게 하고 그담에 아이들을 먹게 해줘요. 때론 남편이 미운짓하고 난 다음이라서 안챙겨주고 싶을 떄도 있는데 (^^)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서 꼭 그렇게 지키려고 하지요.
남편을 위해주는 게 꼭 남편만은 위한 게 아니고 바로 내 자식이 잘되는 길이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어요.7. 화창한 봄날
'09.11.20 9:39 AM좋은 말씀 새겨 듣고 갑니다.
저희 부부가 꼭 들어야 할 명언들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