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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때리는 부모 맞는 아이들

| 조회수 : 5,024 | 추천수 : 178
작성일 : 2009-11-08 10:30:48
내가 일하는 곳이 아동학대방지위원회이다 보니 늘 접하고 듣는 것이 아동학대 케이스들이다. 처음에는 며칠씩 후유증이 생길만큼 심각한 사건을 전해들으면 일이 손에 안 잡히고 그만 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면서 벌써 2년이 되어간다. 이제는 나름대로 요령이 생겨서 감정은 감정대로, 일은 일대로 정리가 되는 걸 보면서 이것도 하나의 기술이 되나보다 하고 내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다.  

미국은 각 주마다 법이 다른데, 캘리포니아의 경우는 훈육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때리는 것이 허용되긴 하지만 절대로 상처가 남으면 안되고 부위는 엉덩이만 허용이 된다. 어떠한 경우에도 아이의 머리를 때리거나 다른 부위를 때려서 멍이 보이면 부모는 심각한 처벌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를 뺏기게 된다, 이렇게 뺏긴 아이를 다시 찾아오려면 변호사 비용은 물론이고 최소한 2 년 정도를 투쟁을 해야한다. 죄질에 따라서는 친권 자체를 뺏길 수도 있어서 만 18세가 되기 전에는 아이를 절대로 만날 수도 없고 아이 주변에 접근해서도 안되게 되어있다.  

물론 선의의 희생자도 많이 나온다. 아무 생각 없이 아이를 한 대 쥐어박다가 남의 눈에 띄어서 신고가 들어가서 훈방조치를 받는 사람들의 수가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워낙 땅덩어리가 크고 따라서 이상한 사람들도 인구비례로 많다 보니 이렇게라도 법을 정해놓지 않으면 아이들을 보호하기가 어렵다.

아이들을 때리는 부모는 친부모뿐만 아니라 조부모와 계부, 계모들도 상당수이다. 몇 년 전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은 엄마의 남자 친구가 6살 짜리 남자 아이를 때려서 숨지게 한 사건이었다. 아이가 맞고 있을 때 엄마가 그 자리에 있었고, 아이가 숨지자 엄마와 남자친구가 시체를 실고 가서 같이 버리고 왔다는 것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공개재판에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서 비난을 퍼부었다. 피고측 변호사는 아이 엄마가 오랜 세월 동안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해와서 피학대자 증후군 (Battered Woman's Syndrome: 오랫동안 폭력에 희생된 여자들이 그 후유증으로 올바른 정신으로 올바른 결정이나 생각을 할 수 없는 질환) 으로 인해 아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었다고 변호했지만 그 얘기가 그다지 정상참작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아이를 뺏으려고 수 년간 애를 써온 아빠의 분노가 너무나 가슴아팠고, 많은 여론이 누구보다도 아이 엄마에 대한 비난으로 시끌벅적했었다.  

요즘 전세계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의 발생빈도수가 가정의 경제수준과 반비례했는데 요새는 상류층 가정이라 해도 종종 생겨나고 있는 것이 변화라면 변화이다. 오히려 어떤 학자의 주장에 의하면 저소득층은 나름대로 낮은 재정 수준에 적응이 되어 경기가 어려워진 것으로 인해 가정이 어려움을 겪을 일이 특별히 더 증가할 가능성이 많다고 할 수는 없고, 오히려 중상류층의 경우 생각지 않게 찾아온 자금 압박등을 견딜 내성 자체가 없어서 감정 조절이 더욱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그 결과로 중상류층의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의 발생이 늘고 있다는 얘기인데 나름 수긍되는 점도 있다.  

며칠 전 지인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일곱 살 아이의 아빠가 아이에게 맞을 거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서 눈여겨 보았더니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묻지도 않았는데 변명을 한다.
"얘는 말로는 절대 안되는 애에요. 맞아야 말을 듣지 말로 하면 멀뚱멀뚱 보기만 하지 정신을 못차려요."
문제가 되는 것은 아이가 밥을 제대로 안먹고 놀러 가려고 하는 것이었는데, 단순한 행동에 대한 아빠의 대처방법이 심하다 싶었다. 아이를 바로 앞에 놓고 그렇게 비하하는 말로 아이를 표현하는 것하며 아무 다른 방법에 대한 시도도 없이 무조건 매부터 들겠다는 기본 방침자체가 실패를 자초하는 훈육법이 아닐 수 없다. 말로 해서는 듣지 않는다는 그 아빠 역시 주변에서는 남의 말 안듣기로 소문이 난 사람이라서 더 씁쓸하게 느껴졌지만, 내 말이 먹힐 분위기가 아니어서 그냥 보고만 있었다.  

주위를 돌아보면 상당수의 부모들이 훈육의 방법의 다양성을 알려고도, 인정하려고도 하지 않고 말로 한 두 번 얘기해서 안되면 그 다음은 당연히 매를 때리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싶어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를 때리는 훈육방법을 잘 쓸 줄 아는 부모는 극히 드물다. 매는 잘 쓰면 물론 아이들에게 좋은 훈육 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만큼의 인격수양이 된 부모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나자신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 매를 들어본 일이 있었지만, 매를 드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무언가를 깨닫는 것은 하늘에서 별을 따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힘없고 반항할 수 없으니 맞고 있는 것이지 그 마음 속에서 불거지는 부모에 대한 불신과 분노는 아이의 일생동안 큰 장애물이 될 요소들이다.  

미국에서는 의사, 학교 교사, 학원 교사, 주일학교 교사, 어린이집 교사 등 아이들과 자주 접하는 직업에 있는 사람들에게 필수 신고자 (Mandated Reporter) 라는 의무를 부과했다. 이들이 일하는 중에 발견한 각종 아동 학대의 징후는 반드시 당국에 신고가 되어 조사를 받게한다는 것이다. 신고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아동에게 큰 문제가 생기면 당시 아이 주변에 있었던 필수 신고자들도 다 조사를 받고 심한 경우에는 자격증을 박탈당할 수도 있다. 학교에서도 절대로 교사가 아이들을 신체 체벌을 하는 일은 없다. 교권이 한국에 비해 강하고 학생이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은 절대 봐주는 일이 없는 미국이지만 신체 체벌은 교사 자격증을 한 순간에 뺏어가는 심각한 일이고 듣도 보도 못할 일이다.  

몇 해 전에는 어떤 한인 아버지가 아이를 야단친다고 골프채로 내리쳐서 아이의 어깨뼈가 골절이 되는 사건이 있었다. 머리에 맞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아이를 묶어 놓고 벨트로 때려 얼굴이 찢어진 아이도 있었다. 따귀를 맞아 얼굴에 손자국의 멍이 며칠씩 간 아이들도 숱하게 보았다. 어떤 아이는 초등학생인데도 시험을 보아 틀린 갯수만큼 따귀를 맞는다고 했다. 무엇이 부모들을 이토록 분노하게 하는 걸까. 야단맞아 당연한 일이라 해도 몸이 부러지고 찢어질 정도로 맞아야 할 아이들은 세상에 한 아이도 없다. 자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부모의 잔혹한 체벌 방식에 같은 한국 사람이면서도 몸서리가 쳐진다.  

얼마 전 우리 교회에서 필수신고자 교육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신고를 주저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아무래도 그 부모에게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한데 남의 집 일에 나서서 참견하다가 그 부모와 사이가 멀어질까 두렵다는 의견들이 태반이었다. 교육을 담당한 강사가 그 말에 혀를 끌끌 찼다. 내 체면을 지키고 아이의 부모와의 관계를 깨지 않으려고 하는 사이에 심신이 망가져가는 아이를 생각해보라고 촉구를 했다. 겉으로 보기에 너무나 화목해보이고 멀쩡해보이는 가정에서 아동학대가 심심치않게 행해지는 것을 숱하게 보아온 실무자들이 보기에는 이런 염려 자체가 너무나 안일하고 위험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우리 카운티의 어떤 사건에서는 세 살 먹은 여자 아이를 진료하던 소아과 의사에 의해 아이가 성병에 감염되었다는 것이 신고되었다. 아이 아빠가 유력한 용의자인데, 재력이 있는 사람이라서 일류 변호사를 써서 혐의를 벗고 아이의 친권도 뺏기지 않았다. 아이는 아빠의 손으로 다시 고스란히 돌아간 것이다. 누군가 또 한사람의 용감한 신고자가 없는 한 아이의 일생은 참으로 여러 번 얼룩질 것이 아프게 예상이 된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아무리 미혼모의 아이이고 버려진 아이라 할지라도 잉태되고 태어나는 모든 아이에게는 어른 못지 않은 고유한 인권이 있고 인격이 존중되어야 한다. 부모가 자기 삶의 골짜기에서 해결되지 못하는 분노를 아이에게 쏟아부으면서 그 이유를 훈육이라 한다면 언젠가는 부모도 아이에게 불량 부모로 낙인찍히고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날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다. 김혜자씨의 책 제목마냥 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려서는 안되는 고귀한 존재들이다. 문제아가 있다면 그것은 아이의 책임이라기 보다는 문제 부모가 그 배후에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때리는 부모가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는 그 날이 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다.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레카
    '09.11.8 9:31 PM

    그러게요. 저두 인터넷으로 뉴스 일고 얼마나 마음이 짠 했는지 모릅니다.
    잠자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다시한번 감사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네요.
    꿈많은 우리 아이들에게 더 행복한 세상이 왔으면 해요*^^*

  • 2. 윤쨩네
    '09.11.8 11:58 PM

    저는 도쿄에 사는데요,
    몇 달전에 딸이 온천에서 수도꼭지 쪽으로 넘어져서 이마에 멍이 들었거든요
    두돌 된 딸, 보내는 보육원의
    한 선생님이 멍을 유심히 보시고 왜 이랬는지 물으시더라구요.
    이렇게 질문을 받으니,약간 죄지은 느낌으로 설명을 드렸는데,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아이 상처에 관심 가져주시는 선생님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3. 윤쨩네
    '09.11.9 12:03 AM

    아,추가로
    올해는 여기서 딸하고 둘만 지내거든요.
    아기 재우고 인터넷 열고, 동경미씨 글 읽고 맘 따뜻해지곤 합니다.
    덕분에 딸 한번 더 꼭 안아주게 되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4. 동경미
    '09.11.9 1:17 AM

    greysnow님,
    저도 어려서 학교다닐 때 단체 기합 이런 것 많이 경험한 세대지요.
    한국에서 아이들의 인권이란 게 인식되기 시작한 게 사실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았어요.
    어린이날도...사실 어린이가 너무 무시당하는 것을 가슴아프게 생각해서 정했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사실은 일년 내내 어린이날이라야 하는데 말이에요.
    어린이와 임산부에 대한 배려가 아직도 많이 없는 것이 마음 아프고요.
    아는 사람부터라도 의식을 바꿔나가야 세상이 바뀌겠지요.

    아레카님,
    아이 먼저 보낸 아빠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요.
    저두 마음이 안좋네요 ㅠ.ㅠ
    이런 저런 걱정 있다지만 그래도 아이들 건강하게 있어주는 것처럼 감사한 일은 없습니다.

    윤짱네님,
    아마도 아동학대가 있었나 하는 우려때문에 그랬을 거에요.
    선생님들은 필수신고자거든요. 보고도 신고 안하고 지나가면 미국의 경우에는 자격증이 박탈되기도 합니다.
    일본도 미국 못지 않게 이런 법이 강해요.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에 들어간다지만 아동학대나 가정폭력, 성폭력 등등 약자를 보호하는 법에 있어서는 아직 선진국 수준의 강력한 제재가 없이 되어있어서 가슴 아픈 일들이 많지요.
    일본에 아이와 둘만 계시다구요. 외로우실 때도 있겠네요. 그래도 계시는 동안 아이와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을 참 좋아했어요. 지금도 다시 가보고 싶은 나라 중에 1위가 전 일본이거든요^^

  • 5. 그린비
    '09.11.9 4:31 AM

    아웅! 동경미님 글을 뵈오면서 오늘도 반성, 깨달음 담고 갑니다.

    두돌이 지나 점점 자기만의 세상이 넓어지는 고집쟁이 둘째 아이를 대하면서
    지금은 말로 다독이고 다독이지만 조만간 크게 맴매 할때가 한번 필요한걸까? 하는 생각을 하던 찰나 였답니다. 그렇게 저도 훈육 이라는 간판을 달아놓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세상 모든 아이들이 자라면서 가슴아픈 일이 없길. 혹여 있더라도 더 좋은 기억만 남길.
    그렇게 기도하는 하루입니다...

  • 6. 동경미
    '09.11.9 11:03 AM

    그린비님,
    두돌이라면 아직은 너무 너무 애기에요 ㅠ.ㅠ
    맴매부터 시작하면 더 말을 안들을 시기가 되면 할 것이 없어진답니다.
    맴매를 호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냉철한 분들은 거의 없어요.
    처음에 냉철하게 시작해도 때려주다 보면 감정이 주체할 수 없이 올라가고요.

    단호하게 아이 손이나 몸을 잘 잡고 눈을 쳐다보면서 말로 타이르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그 정도로는 아이가 확실하게 깨닫지 못할 것같아 성에 차지 않는다고 느끼는 부모는 그게 아이 문제때문이 아니고 본인의 기본적인 분노에서 시작된 것이에요.
    분노조절문제가 안되는 부모라면 절대로 아이를 때리는 훈육은 아예 시작도 하면 안됩니다.

    세상의 아이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 그 날이 올 때를 기다리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데...어떤 때는 그 사람들이 사실은 월급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아니고 아이들의 부모들이라야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 7. 그린비
    '09.11.9 11:36 AM

    ^^ 예~ 깊이 새기고 맴매라는 말은 입안에서도 맴돌지 않게 노력하겠습니다.

    장난감에 살짝 긁힌 발가락이 아프다는 놀라운 엄살에 연고도 발라주었고, 밴드도 붙여주었는데
    자고 나니 어디로 떨어져 버린것을 보고 둘째는 어제와 같은 대단한 엄살을 부립니다. ^^;;;
    그럼 약 바르러 가자는 말에, 약통이 있는 곳까지 걷지 않고, 몸을 굴려 데굴데굴 굴러갑니다.

    그 모습을 보며 또 한바탕 웃어버린 아침이에요.
    오늘도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 8. Do it now
    '09.11.9 8:10 PM

    전 두 돌된 아들내미 있는 아기엄마예요.
    요즘 들어 아이가 고집이 점점 더 쎄지고 자기주장이 강해져서..
    애먹고 있어요.

    어떨때는 엉덩이를 때려주기도 하는데..
    때리고 나서는 항상 후회합니다.

    정말 때릴만한 일이었나,
    순간 내 화를 주체 못 해서 화풀이로 때린 것은 아니었나
    심호흡하고서 잠깐 자리를 뜰 일이지...

    항상 이렇게 후회하면서도
    또 엉덩이를 때리는 일이 생기네요..

    소리지르는 것도 하지 말라고 하던데
    정말 힘들어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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