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서로 다른 빛깔의 사랑
예로부터 자식에 대한 편애로 인한 가정의 갈등은 동서양이 크게 차이가 없다. 성경에서도 야곱과 에서를 비롯해서 요셉과 다른 자식들간의 차별에 이르기까지 그 이후 갖가지 전래 동화들과 신화들까지 많은 이야기들이 편애에서 비롯되는 비극을 다루고 있다. 모두가 한결같이 부모로부터 차별대우를 받고 편애에 희생된 자식들이 그 상처로 인해 힘겨운 인생을 살아간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상에 태어나서 얼마 지난 후 동생이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아이들은 자기에게만 집중되었던 부모의 관심이 조금씩 나뉘어진다고 느낀다. 형제가 둘이면 2분의 1, 셋이면 3분의 1, 우리 집처럼 넷이면 4분의 1이라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다. 자기에게 할당되는 관심의 양의 대소에 관계없이 전부를 가지는 일에 실패한 아이들은 늘 목이 마른가 보다. 전부가 아니면 2분의 1이든 4분의 1이든 차이가 없는 것이다.
형제가 없이 자란 나는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서 그야말로 아무 곳에도 분산되지 않는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자라났다. 한참 뒤에 다 자라서 어머니께서 재혼을 하신 뒤에도 어머니는 늘 내게 공연히 미안한 마음만 있으셔서 차고도 넘치는 사랑을 부어주셨다. 편지도 많이 써 주셨고 학교에서 소풍을 갈 때면 한번도 빠지지 않으시고 함께 가 주셨다. 도시락의 찬밥이 애처로워서 때때로 점심시간에 맞추어 방금 지은 밥으로 도시락을 싸서 가져오시기도 했었다. 그때는 그런 엄마가 유난스럽다는 생각도 했고 친구들과 달리 엄마가 점심시간에 수위실로 불러서 따뜻한 도시락을 전해 주실 때에는 부끄럽기도 했던 철없는 기억들이 있다
반면에 4남매의 막내로 자란 남편은 형과 누나들과 터울도 많아서 사랑도 받았겠지만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일찍 혼자가 되신 시어머니께서는 남편 없이 네 아이를 키우랴 생활을 책임지랴 벅찼던 시어머니께서는 밤늦게에야 집에 돌아 오실 수 있었고 일하는 누나가 집에 있긴 했어도 온종일 엄마 얼굴을 못보고 애가 탄 막내는 늘 엄마 사랑에 목이 말라서 애를 먹었다. 한창 학교에 다니느라고 정신 없었던 손윗 형제들에게 아무래도 더 많은 관심이 가는 게 불가피한 현실이다 보니 막내는 아무래도 뒷전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결혼 초 남편의 얘기를 들을 때에는 남편의 입장에서만 들으려니 때로는 시어머니가 너무하셨다 싶기도 했다. 혼자 자란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더 많았다. 세월이 흘러 나도 시어머니와 꼭같이 네 아이를 키우다 보니 이제는 어렴풋이나마 그분의 심정이 헤아려진다. 혼자서 고만고만한 아이들 학교 따라 다니시면서 밖에서 일도 하시면서 일인 이역도 넘어서서 수십가지의 역할을 다 도맡아야 했던 지친 삶의 한 엄마의 모습이 그려지는 것이다. 나와 특별히 더 다른 것도 아니고 특별히 더 못한 것도 아닌 꼭같이 네 아이를 데리고 동분서주하는 여자의 자리에서 바라 본 시어머니의 모습은 함부로 원망을 할 수가 없는 불가항력의 범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남편이 있는데도 쩔쩔 매며 살아가는 나를 보면서 더욱 절실히 깨달을 수 밖에 없다.
형제가 많은 속에서 나름대로 이것저것 겪으며 자라난 남편은 혼자 자란 나에 비해 훨씬 더 세상과 사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다. 엄마의 기대가 한곳에 집중되어 자란 내가 늘 안달을 하며 융통성없이 딱 부러지게 사느라 주변 사람들을 고달프게 하는 반면에 그는 낙천적이고 참을성도 더 많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무엇이든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일하고 움직이며 그 계획의 한 부분이라도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때에는 못견뎌하는 답답한 사람이지만 남편은 언제든지 아우트라인만으로도 일을 잘 할 수 있다. 어려서는 엄마 사랑을 다 독차지하지 못해 억울했겠지만 성인이 되어 보니 엄마 사랑의 홍수(?) 속에서 자란 나보다 몇배 더 험한 세상에 대처할 준비가 잘 된 사람이 되어 있는 아이러니칼한 결과가 생겼다.
우리집 아이들은 잠자리에 들기 전 엄마와 아빠가 돌아가며 축복기도를 해주는 시간을 좋아한다. 기도를 받기 때문이기 보다는 하루를 마감하면서 엄마 아빠와 개별적인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은가 보다. 그 시간이면 하루도 변함없이 아이들이 우리 부부에게 물어오는 질문이 있다.
"엄마, 아빠, 우리 집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해요?"
"너희들 넷 다 사랑하지!"
"그래도 한 사람만 고르면 누구에요?"
이럴 때마다 10여년을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해준다.
"엄마 아빠는 너희들 넷 다 꼭 같이 사랑하는데 사랑하는 색깔이 각각 다르단다. 선영이한테는 보라색 사랑, 은선이에게는 초록색 사랑, 영은이에게는 핑크색 사랑, 은영이에게는 노란색 사랑이야. 보라색 사랑 중에서는 선영이가 제일이고 초록색에서는 은선이가 제일이고 핑크색에서는 영은이가 최고야. 그리고 노란색에서는 은영이가 일등이야."
아이들은 그 말이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대답이 되는지 그 변함없는 대답을 들을 때마다 환하게 웃으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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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쁜솔
'09.10.27 12:59 AM늘 많이 배웁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2. 해밀처럼
'09.10.27 9:39 AM좋은 글 감사드려요..
저에게 꼭 필요한 글이네요..
전 부모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컸어요..
일찍 돌아가신 엄마와 무관심한 아빠..
그래서인지 우리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준다고 주는데도
막내는 항상 언니랑 비교를 한답니다.
저도 아이들이 엄마는 누구를 가장 좋아하냐고 하면
이렇게 답해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3. 동경미
'09.10.27 11:10 AM예쁜솔님,
감사합니다.
해밀처럼님,
형제가 있는 아이들은 누구나 다 부모의 사랑을 비교하나 봅니다.
저희 아이들도 늘 엄마가 누굴 제일 좋아하느야가 큰 관심거리였는데, 색깔을 써서 대답하니까 서로 비교할 구실 하나가 없어지는 듯했어요^^4. 델몬트
'09.10.27 11:38 AM좋은글 감사합니다.
큰아이와 13살 터울 늦둥이 때문에
큰아이는 늘 불만투성이랍니다.
자기가 받을 사랑을 모두 빼앗겼다고요.
그게 아니고 다만 색깔이 다를 뿐인데 말이죠.
오늘도 배웁니다.5. 또빈
'09.10.27 3:48 PM딸둘맘입니다 항상 동경미님 글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되네요
꾸준히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6. 보리
'09.10.27 9:01 PM저도 고맙게 글 잘 읽고 있다는 말씀 드리려고 답글 답니다.
집중적인 사랑을 받진 않았지만 늘 여유가 있으시다는 남편분 얘기에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그럴수도 있겠다는...
제 아이들도 셋 중 누굴 젤 사랑하느냐고 자주 묻곤 하는데 동경미님의 방식대로 답해 주어야할까봐요.7. 사람
'09.10.27 9:22 PM애들이 물을대마다 똑같이 사랑해~라고 대답하면 만족하지않는얼굴표정이던데 배운데로 대답해줘야겠습니다. 항상 좋은 글들에 감사드립니다. 내년이면 애넷맘..
8. 동경미
'09.10.27 9:39 PM델몬트님,
아무리 나이 차가 나도 아이들끼리는 엄마 사랑을 갖고 질투를 하지요.
저희 집도 큰 아이와 막내가 여섯살 차이인데도 고등학교 2학년 큰 아이가 4학년인 막내를 질투해요^^
또빈님
읽어주시고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리님,
형제가 많으면 아무래도 엄마 사랑이 분산되긴 하지만 그 속에서도 또 나름대로 정점이 있나 봐요. 아이가 셋이시군요. 아이마다 색깔을 한번 정해보세요.
사람님,
색깔로 대답하는 것이 저희 아이들에게는 괜찮았어요. 그래도 잊을만하면 또 묻고 합니다^^9. 사과쨈
'09.10.30 12:34 PM글을 참 잘 쓰시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