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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홀로서기

| 조회수 : 2,132 | 추천수 : 230
작성일 : 2009-10-02 22:30:22
미국에서 큰 아이가 다니던 유치원의 선생님은 남편이 꽤 높은 수입을 올리는 일류 엔지니어였는데 자신의 수입이 남편의 오분의 일밖에 안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서 일을 한다고 했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 교사의 월급은 비교적 낮은 편이고 그 중 유치원 교사의 경우는 일반 초중고 교사보다도 훨씬 낮았다.

처음엔 남편 수입으로만으로도 생활이 다 되니까 취미 생활 정도로 나오나 보다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지나 친해지다 보니 그녀의 삶에서 배울 부분이 참 많았다. 특별히 아이들을 키우는 데에 있어서 자립심을 길러 주기 위해 부부가 함께 애를 쓰는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그녀가 살던 집은 부촌이었던 그 동네에서도 꽤 넓고 보기좋은 집이었는데 뒷마당만도 2 에이커가 넘었다. 그 넓은 뒷마당을 정원사 한번 쓰지 않고 고3 짜리 아들을 시켜 잔디를 깍게 했고 일정액수를 수고비로 주었다.

미국에서 보통 고 2 정도 되면 운전 면허를 따고 자기 차로 등 하교를 하는 게 보통인데 가정교육이 엄격한 집일수록 아이들이 대학에 가기 전에는 차를 사 주지 않는다. 일단 자기 차가 있게 되면 아이들의 행방을 일일히 다 체크하기가 어렵고 자연히 사고발생률이 높아 지기 때문이다.

이 가정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들에게 차를 사 주지 않았고 대학에 입학할 때 차를 사기 위해서 아들은 매일 방과 후 자기 집 잔디 깍는 일부터 시작해서 3가지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아침마다 부부가 돌아가며 키가 2미터에 가까운 다 큰 아들을 학교까지 데려다 주는 모습은 정겹기도 하고 우스꽝스럽기도 했다. 하도 키가 커서 엄마 아빠 차에 타고 내릴 때마다 몸을 거의 접다시피 하면서도 한번도 왜 다른 집처럼 부모님이 돈을 다 내서 차를 사 줄 수 없냐고 반항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 부부는 아이들이 아주 어려서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항상 친구들을 데려 올 수 있도록 대문을 열어 놓아 주었는데 이성 친구, 동성 친구 할 것 없이 마음편히 놀러 오게 하였다. 한참 반항심이 강해서 부모와 잦은 충돌이 있던 사춘기에도 집에 늘 친구들이 한가득씩 놀러 오다 보니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갔다고 한다.

대학에 들어 간 뒤에는 아들과 딸의 이성 친구들을 몇번씩 초대해서 집에 와서 묵고 가게 했다는데 밖에서 따로 만나 사고(?)를 칠 가능성을 낮춰 보려는 마음에서였다고 한다. 다행히 아이들은 부모의 치밀한 교육에 힘입어 큰 사고 없이 자라 주었고 이 선생님의 가정은 많은 학부모들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다.

언젠가 손가락이 한쪽에 두 개씩밖에 없는 희아라는 장애아의 이야기를 접하고 참 많이 울면서 공감하였다. 장애아이지만 부모가 언제까지나 보살펴 주고 지켜 줄 수 없기에 혼자서도 자신을 받아들이고 잘 보살필 수 있도록 가르쳤고 그로 인해 희아는 장애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밝고 활기 찬 여학생이었다.

양쪽 손을 합해도 네 개에 불과한 한없는 부족함으로도 아름답게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 아이를 보면서 부모가 아이를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것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꼈다. 장애아이든 아니든 아이를 둔 부모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딜레마이다. 도대체 어디까지 하는 것이 아이를 위한 것이고 어디서부터는 내 이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 되는지...

처음으로 한국에서 학교에 보내면서 가장 가슴을 졸였던 부분이 등 하교시 혼자 다니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혼자 다니게 하는 것이 불법이므로 아침마다 차로 데려다 주고 오후에 데리러 가고 했었는데 한국에서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였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혼자 등하교를 했다.

나도 어려서 충분히 혼자 잘 다녔는데 내 아이들에게는 왜 그리도 마음이 놓이지 않던지 처음 2,3주는 학교 근처까지 살짝 따라가며 신호등은 잘 건너는지 길은 잘 찾아가는지 등을 살폈다. 자기들 말로는 문제없다고 하지만 어린이 납치나 교통사고 등을 생각하면 집에서 아이들만 내 보내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하지만 나의 우려와 달리 너무나도 길을 잘 찾아서 씩씩하게 학교를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큰 아이가 처음 유아원에 가던 날이 떠올랐다.
전날 밤 잠을 못 이루며 아이가 학교에 잘 적응할까, 엄마와 잘 떨어질까 등을 걱정을 하였는데 너무나 수월하게 엄마에게 손을 흔들고 친구들 속에 사라지는 아이를 보며 눈물이 핑 돌았었다.

아이가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와 남편과 의사가 번갈아 탯줄을 자르던 일, 모유를 떼고 우유로 바꿀 때의 이상야릇하게 섭섭하던 마음, 처음으로 걸음을 내 디디며 엄마에게 벗어나 저만치 가던 모습... 조금씩 조금씩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하며 내 곁에서 벗어나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나는 날마다 조금씩 작아져야 하는 것이다.

아이가 자라서 혼자서도 설 수 있는 어른이 될 수 있도록 하려면 손을 내밀어 도와 주고 싶어 가슴이 아파도 아이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에는 손을 내밀 수가 없다. 넘어지고 또 넘어져서 시퍼렇게 멍이 든 아이의 무릎을 보면서도 얼른 달려가 일으켜 주지 않는 엄마의 마음이 바로 "tough love"이기에...



출처: The Indescribable Dong's Garden / 꽃밭에서 / http://blog.naver.com/kmchoi84/90019425016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메이플우드
    '09.10.6 5:39 PM

    도와줄 때와 지켜봐 줘야 할 때를 아는게 참 어려운것 같아요..

    현명한 엄마가 되는 길은 멀고 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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