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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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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이야기

| 조회수 : 1,769 | 추천수 : 192
작성일 : 2009-09-14 11:04:24
딸만 셋을 낳고 또 다시 임신을 했을 때 사람들은 내가 아들을 낳지 못해 끝까지 시도를 하나 보라고 수군거렸다. 아들이 무슨 소용이 있냐며 말리는 사람들에게 일일히 내 심정을 설명하는 것은 일찌감치 포기를 했고 나는 열 달 동안 참으로 무성한 소문과 오해 속에서 지냈던 것같다. 정작 나와 남편은 덜 떨어진 사람들처럼 아들 욕심과 동떨어진 기쁜 마음으로 네 번째 아이를 맞이하였는데 사람들의 눈에는 우리가 참으로 계산에 어둡고 비현실적인 사람들로 보였을 게다.

세째가 막 아장아장 걸음마를 시작하고 아이 셋을 가질 때마다 한번도 준비된 마음으로 아이를 환영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슬그머니 머리를 들 무렵 나는 아무도 믿지 못하겠지만 네째 아이를 낳고 싶다는 소망을 키우기 시작했다. 첫 아이 때에는 결혼하자 마자 생긴지라 철없이 엉겁결에 엄마가 되었고 둘째 때에는 내 몸에 생긴 병 때문에 걱정하느라 제대로 웃어보지도 못하면서 임신기간을 보냈고 세째 때에도 임신을 기뻐하기 보다는 내 꿈을 펼칠 수 없게 되었다고 군시렁대며 지나갔다. 물론 아이들이 태어난 뒤에는 모두 다 한없이 예뻐했지만 엄마로서 아이를 만날 날을 손꼽으며 태교에 열중해보지 못했다는 것이 늘 마음에 남았다.

어느 날 부터인가 나는 네째 아이를 낳고 싶다는 기도를 하기 시작했고 이번에 아이가 생기면 정말로 새 생명을 감사하고 태교도 열심히 하며 지내리라고 마음을 먹었다. 마침내 아이가 생긴 것을 확인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누구보다도 남편과 아이들은 한껏 기뻐해주었기에 위로가 되었다. 늘 그랬듯이 입덧도 심했고 세 아이를 키우며 임신기간을 보내자니 어려운 점도 많았지만 내가 마음 먹었던 대로 나름대로 아기를 위한 음악도 듣고 날마다 아빠와 언니들의 목소리도 들려 주며 만남을 준비했다.

노산(설흔 여섯)이었던 탓인지 아기는 한달 일찍 태어나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제대로 울지도 못하고 젖도 빨지 못해서 곧바로 인큐베이터에 옮겨서 입에 긴 튜브를 집어 넣어 우유를 먹이기 시작했다. 이박 삼일 동안의 입원기간이 끝나고 나서 인큐베이터에 아이를 남겨 두고 나만 먼저 퇴원해 집으로 돌아와서 텅 빈 아기 침대를 보니 눈물이 핑 돌았다. 아가야, 미안해. 우리가 진작 만나지 못하고 엄마가 이렇게 나이가 들은 다음에 너를 낳느라고 네가 이렇게 고생을 하게 되어 정말로 미안해, 라고 하염없이 혼잣말을 하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기를 며칠 하고서야 아기를 집에 데려가도 좋다는 의사의 허락을 받을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집에 돌아 온 아기를 위해 우리 집 세 딸들은 저희들끼리 성대한 파티를 열었고 눈도 제대로 못 뜨는 미숙아 아기는 언니들의 환영식의 소란함에도 아랑곳없이 엄마 뱃속에서 미처 다 못잔 잠을 자기에 바빴다. 아기라기 보다는 살아있는 인형이라고 생각이 되었는지 서로가 한번이라도 더 안아보려는 언니들에게 이 아기는 미숙아이기 때문에 적어도 한 두 달은 조심하며 돌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일은 수월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아기가 독차지하는 관심에 질투 한번 하지 않고 아기를 사랑해 주었다.

이렇게 모두의 가슴을 졸이며 태어난 막내 아기는 작년 여름으로 만 세살이 되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태어나 자란 언니들보다 훨씬 유창한 한국말 실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준다. 태교랍시고 음악을 많이 들었던 때문인지 유난히 음악을 좋아하고 음감도 꽤 있어보이는데 작년 한 해 동안 동네 놀이방에서 배운 한국 동요를 제법 잘 불러서 언니들이 막내에게 동요를 배워야 하는 실정이다.

남편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제 이름 대신 '애기'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제 한국 나이로 다섯 살이 되어 3월이면 유치원에 가야하는 지금도 '은영'이라고 부르기 보다는 '애기'라고 부르기를 즐겨 한다. 그때마다 막내는 심히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한 표정으로 자기는 이제 '애기'가 아니라 '언니'라고 말하고 남편은 아무리 그래도 막내는 늘 우리집 애기라고 한다.

내리 사랑이라는 말처럼, 막내가 울면 저승길을 가다가도 뒤를 돌아본다는 옛말처럼 우리 부부는 막내가 날마다 조금씩 자라는 게 아쉽기만 하고 언니들보다 늦게 세상에 나왔다는 이유로 언니들보다 짧은 시간 동안 엄마 아빠를 보게 될 막내에게 늘 미안한 마음이다. 하지만 엄마 아빠만큼이나 자기를 애지중지하며 사랑해주는 세 언니들 속에서 환하게 피어나는 아이의 해맑은 웃음을 보며 그 모든 염려와 미진함 속에서도 잘 자라주는 아이가 고맙기만 하고, 평생토록소중하게 곁에 있어 줄 언니들이 이 아이에게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르겠다.


[출처] 꽃밭에서 (24) 막내이야기:http://blog.naver.com/kmchoi84/90019426762

----- 이렇게 사연 많게 태어난 우리 막내가 올해 4학년 언니가 되었답니다. 물론 남편은 아직도 애기라고 부르고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그렇게 유창한 한국말로 우리를 기쁘게 해주었는데 그 말을 다 잊어버리고 간단한 말만 하네요. 너무 애석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지요. 미국으로 돌아올 때에는 한국말은 잘 해도 영어를 제대로 못해서 걱정이었는데 반대가 되었어요. 십대가 된 세 언니들이 가끔씩 순서대로 엄마 속을 썩일 때에 슬그머니 품 안으로 들어와 안기면서 마음을 풀어주는 보물 단지입니다. 남편과 늘 입을 모아 말합니다. 얘가 없었으면 어쩔 뻔 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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