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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 아이는 아빠가 키운다

| 조회수 : 1,838 | 추천수 : 125
작성일 : 2009-09-03 01:00:19
미국 주립 교도소에서 어느 해 어머니날, 남자 죄수들에게 어머니에게 보낼 카드를 무료 로 제공했다. 중죄인부터 초범들까지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보내는 걸 보고 한 달 뒤 아버지날에도 무료카드를 나눠 주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 사람도 아버지에게는 카드를 보내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90%는 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아버지를 증오하기 때문이라 했고 나머지 10%는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본 적도 없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실험으로 많은 교육학자들은 아버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되었다. 아이의 교육은 대부분 엄마들이 떠맡게 되지만 여자 아이를 여자로, 남자 아이를 남자로 키우기 위해서는 아버지와의 건강한 관계가 필수인 것이다.

심리학자 제임스 답슨은 "내 아들을 남자로 키우는 법 (Bringing Up Boys)" 이라는 저서에서 특별히 남자 아이는 절대로 엄마 혼자서는 남자 어른을 만들어 낼 수 없다고 말한다. 부득이하게 아버지가 함께 할 수 없을 때에는 역할 모델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주변의 남자 어른과 정기적인 관계를 형성해주어야 한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힘든 남자는 사회 생활에서도 관계 장애를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아버지를 통해 상징되는 사회의 권위체계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어느 회사에서는 남자 사원들을 채용할 때 반드시 아버지와의 관계에 관하여 에세이를 쓰게 하여 참고한다고 한다. 입사 후 teamwork 에 장애가 될 요소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처럼 남자 아이는 아버지를 통해 남자를 보고 자기가 자라나게 될 미래의 틀을 만들어가는 반면, 여자 아이는 아버지를 통해 배우자를 배우고 결혼을 배운다. 무절제한 남녀관계의 주인공 여자들의 많은 수가 아버지로부터 건강한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했다는 조사결과들도 제법 많이 있다. 비슷한 사례로 여죄수들을 대상으로도 조사를 했더니 대다수가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거나 아버지에게 심하게 학대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결국 아버지로부터 올바른 모습의 남자를 보고 배우지 못하면 아들도 딸도 모두들 연애에서도 결혼에서도 여러가지 장애물에 부딪치게 되나 보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은 가장이 되고 아버지의 모습대로 사회에 나가 일을 할 것이고, 딸도 아버지를 닮은 남자를 배우자로 맞이해서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을 요구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아버지의 학대를 경험했다면 아버지와 반대의 모습을 추구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실제로 건강한 아버지의 모습을 경험하지 못했음으로 인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게 되니 마찬가지의 불행이 시작된다.

낳아서 먹이고 입히고 육체적 필요를 채워 주는 데에는 엄마가 탁월한 공급자일 수 있지만 아이의 정신을 알뜰히 채워 주는 것은 아버지의 몫이 크다는 말에 공감하면서도 정작 아버지를 아이의 삶의 중심에 끌어오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일과에 시달리는 아빠와 평일에는 얼굴 보기도 힘들 때가 많고 주말에도 어찌어찌 하다보면 아빠와의 시간은 참으로 갖기 어려운 귀한 시간이다.

딸만 넷이다 보니 저마다 하나밖에(?) 없는 아빠를 서로 독차지하려고 아둥바둥하는 것이 안쓰러워서 주말마다 아빠와 단 둘이 데이트하는 시간을 정했다. 넷이서 제비뽑기로 순서를 정해 해당 주말에 아빠와 둘이서만 나가서 밥을 먹으러 가거나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가기도 하고 영화를 볼 때도 있고...아빠도 아이도 대충 집에서 있던 대로 후줄근하게 내보내지 않고 정말로 데이트하러 가는 것처럼 제일 맘에 드는 옷으로 입고 가게 했다.

아빠도 신경써서 아이와 함께 실내에 들어갈 때에는 문도 잘 열어주고 의자도 빼내어 주고 코트도 받아주고...기사도를 잘 발휘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남들도 많이 하는 거라 괜찮았는데 서울에서는 혹시 홀아비인 줄 알까봐 걱정도 되었다.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한국에서도 미국에 돌아온 뒤에까지도 아이들이 참 좋아했다. 사춘기에 들어서면서는 꺼려하지 않을까 했는데 고등학생인 큰 아이와 중학생인 둘째와 세째 모두 좋아라고 아빠 손 잡고 나가준다.

남편도 처음에는 쑥스러워 하기도 했고 귀찮아하며 마지못해 나가기도 했지만 지금은 매주 바뀌는 데이트 상대와의 시간을 즐기는 눈치이다. 금요일 밤이면 순서가 된 아이와 저 모르게 수군대며 어딜 갈 건지 정하느라고 법석이지요. 간간이 토요일이 다섯번 있는 달에는 나의 순서도 온다. 남편이 여자들 속에서 정말 분주하게 사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교육학자들은 어려서부터 이성관계의 철칙들이 잘 교육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남자 아이들은 여자를 어떻게 대해주어야 하는지, 남자들에게 쓰는 말과 여자들에게 쓰는 말은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를 배워야 하고 여자 아이들은 남자에게 어떤 대우를 받아야 하는지, 여자라고 무조건 요구하기만 하면 안된다는 것, 어떤 것이 부당한 대우인지...등등을 배워야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부모로부터 가장 먼저 배우게 되는 것이다. 그 조그마한 머릿 속에 무슨 생각이 들어있을까, 하면서도 늘 나와 남편의 일거수 일투족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생각하면 무심코 내뱉는 한마디도 조심스러워진다.

하지만 실수 없이 배워지는 것은 하나도 없고 수많은 시행착오 속에서도 사랑하는 마음만은 그 자리에 있는 것이기에, 열 번에 열 번 다 넘어지기만 하던 내가  어느 한 날이라도 열 번에 한 번만 덜 넘어지는 날이 있다면 그것이 축복이고 발전이라고 믿어본다.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mulan
    '09.9.3 4:24 AM

    너무 너무너무... 많이 공감합니다. 저는 우리 딸들이 정말 좋은 사람 만나기를 바라는데... 걱정이랍니다. 아빠가 너무 ... 불규칙적인 생활을 해서 함께 지낼 시간이 너무 없어서여. 에휴...

  • 2. 동경미
    '09.9.3 7:33 AM

    mulan 님, 아빠들이 많이 바쁘시죠. 더구나 요새처럼 경기가 안 좋을 때는 더 그럴 거에요. 따로 정기적으로 시간을 내기 어려우시면 주말이나 시간이 되는대로 아이들과 특별한 활동을 같이 해보세요. 특별하다는 것이 꼭 특별한 곳을 가는 것만이 아니고요. 예를 들어 아빠가 한 아이만 데리고 집 앞에 산책을 간다든지, 마트를 따로 데리고 간다든지, 아니면 아빠가 따로 혼자만 데리고 책을 읽어준다든지, 동네 아이스크림 가게에 따로 데리고 간다든지...등등 아주 간단한 것도 아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된답니다. 형제들과 같이 있으면서 혹은 양쪽 부모를 같이 대하는 것과 일 대 일로 시간을 갖는 것이 큰 차이가 있다고 하네요.

  • 3. 82cook
    '09.10.19 7:52 PM

    82cook 관리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글이라서 글 제목에 ★표 붙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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