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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 내 아이의 배우자

| 조회수 : 1,946 | 추천수 : 152
작성일 : 2009-08-11 08:38:47
자라나는 과정의 일부처럼 우리 아이들은 하나같이 유치원에 갈 즈음만 되면 모두 이다음에 크면 아빠랑 결혼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고 남편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했었다. 그러던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를 가서부터는 이성에 눈을 뜨고 자매들끼리 깔깔거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내가 다가가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입을 다물어버리는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마도 자기들끼리 마음에 드는 남자아이들 얘기를 하던 것이려니 짐작은 하면서도 아이들이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실감을 하게 된다. 힘겹게 걸음마를 떼던 아이들이 어느새 이렇게 커서 어른이 될 준비에 바빠진 것이다.  

올해 10학년 (한국의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큰 아이를 짝사랑하는 아이가 교회에 있다기에 나도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를 유심히 관찰(?)해보고 혼자서 흐믓해하며 아이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선영아, XX가 너 좋아한다던데? 걔 엄마가 지난 번에 그러더라. 너두 XX 좋으니?"
워낙 내성적인 성향이 있기도 한 아이라 조심스러웠지만 궁금등을 참지 못해 심중을 떠봤다.
"너두 좋으면 우리 집에 놀러오라구 해. 엄마 아빠는 괜찮으니까."
"싫어요!"
부끄러워서 그러는 것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완강한 저항이었다.
"왜? 그거 창피한 거 아니야."
"아니야. 창피해서가 아니에요. 교회 식당에서 밥 먹을 때 몇번 봤는데 걔네 집에서는 엄마 아빠가 밥을 같이 먹고 나서 엄마가 아빠 식판까지 다 가져가서 뒷처리를 해 놓고 아빠는 아무 것도 안 하세요. 그게 너무 낯설고 이상해보여서 XX도 이다음에 크면 그럴 거라구 생각했어요."
제 딴에 심각하게 얘기하는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이젠 어린 아이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묘하고 아이가 다 커버린 것같이 느껴졌다.

일찍 혼자 되신 시어머니는 딸 둘 아들 둘을 키우시면서도 옛날 분 답지 않게 남녀 차별 없이 키우셨다. 아들도 부엌 일을 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고 딸들만 부엌에 들여보내시지도 않으셨다. 제사를 지내실 때에도 딸 아들을 꼭같이 절을 시키셨다고 한다. 당신께서 딸이라고 차별받으신 것에 한이 있으셨을까. 시집을 와서도 아들이 며느리의 부엌 일을 도와주는 것에 아무 간섭도 없으셨고 오히려 밪벌이하는 며느리 편에서 감싸주시곤 하셨다. 그 덕에 남편은 다른 한국 남자들에 비해 집안 일을 정말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아이가 많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투정을 부리지만 사실 그토록 살뜰하게 가사을 분담해 준 남편이 없었다면 아이들 넷을 키우는 일은 물론이고 바깥 일은 어림도 없었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아빠가 부엌에서 밥하고 설겆이하고 신생아 동생들 목욕, 기저귀 갈기, 빨래, 다림질...무엇이든 엄마와 나눠 해오는 것을 보고 자란 큰 아이는 제 아빠와 전혀 다른 모습의 다른 아빠를 보고는 이질감을 느꼈나 보다.
"엄마, 걔네 엄마가 혼자서 식판 두개에 국그릇 두 개를 들고 뒷처리하느라고 힘든데 걔네 아빠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오는 길에 커피 가져오라고 시키더라구요. 너무 이상했어요. XX도 아빠 옆에서 앉아서 엄마 안 도와주고 있어요."

저녁에 들어오는 남편에게 "당신 이제 나 조금 덜 도와줘야 되나봐" 했더니 어리둥절해 한다.
"당신이 많이 도와주는 걸 보고 자라서 혹시라도 우리 선영이 신랑감 고르기 힘들어지는 거 아닌가 몰라" 남편에게 아이의 말을 전해주니 박장대소를 한다.
"그럼 그렇지. 우리 딸 눈썰미 좋구만!" 고슴도치 부모처럼 남편은 오히려 흐믓해한다.

수많은 심리학자들이 이런 저런 학설과 이론으로 내린 결론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아이들은 나를 닮은 아내가 될 것이고 엄마가 될 것이며 남편을 닮은 남편을 골라올 것이라는 것이다. 무엇을 빨아들였는지 꼭 짜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스폰지처럼 아이들은 부모의 삶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다가 어른이 되면 그간 빨아들인 것들을 조금씩 뿜어낸다고 한다. 내 딸이 남편과 아이들을 조종하고 한 손에 휘두르는 인생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면 내가 당장 그 모습을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이고, 내 아이들이 아내에게 휘둘려 숨도 못 쉬는 결혼 생활을 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남편을 대하는 모습이 바뀌어야 할 것이다.

가정 폭력이 있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60~70% 가 부모들의 결혼 생활을 그대로 답습하는 비극을 겪는다고 한다. 매 맞는 엄마를 보고 자라면서 절대로 엄마와 같이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딸들은 연애 초기에 나타나는 여러가지 요주의 사항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결혼해서 또다시 매 맞고 살게 되고,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를 보며 절대로 닮지 않겠다고 결심했던 아들도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폭력 남편의 길을 걷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의 이유는 아이들이 성장기를 지나면서 싫어하고 피하고 싶어했던 삶의 유형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재화되어 그 길을 가게 되기 때문이다.

매 맞는 엄마를 보고 자란 딸들의 대부분은 낮은 자존감으로 고통받는다고 한다. 그 상태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무댓보로 강하게 밀어부치면 '나같은 게 뭐가 대단하다고 저 사람을 저렇게 힘들게 하나, 나 좋다는 사람 받아주는 게 좋은 게 아닐까, 부모도 나를 저렇게까지 사랑해주지 못햇는데' 하며 무너지게 마련이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억지를 부리며 밀어부치는 남자들의 많은 숫자가 폭력 성향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하고 사랑이라는 환상 속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폭력적인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들도 나는 이 다음에 결혼하면 절대로 저러지 않겠다고 생각하지만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스트레스 해결법이 폭력이었기 때문에 그 패턴에서 벗어나기가 매우 힘들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몇 번이고 폭력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거나 분노 폭발로 관계의 문제점을 해결하다보면 그대로 굳어지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과 결혼 생활이 별개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위험한 생각이다. 우리의 자녀교육 스타일이나 결혼 생활의 방식처럼 부모를 그대로 닮는 것은 없을 것같다. 나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가 단순한 정서교육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의 배우자 고르는 눈, 결혼 생활, 그리고 자녀 양육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니 낮말도 밤말도 다 조심 또 조심일 뿐이다.  

하나만 있어도 힘이 든다는 틴에이저 딸을 셋이나 키우면서 남편을 대하는 나의 모습이 나날이 조심스럽다. 내가 남편을 대하는 말투와 모습 그대로 이 아이들도 자신들의 배우자를 대할 거라는 생각에 옷깃을 다시 여미어 본다. 왜 안하던 애교를 부리느냐며 어색해하는 남편에게 남몰래 눈을 흘기지만 우리 아이들이 잘 살 수 있는 길이라면 무엇이든 해 볼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커피홀릭
    '09.8.27 2:21 AM

    정말 맞아요. 부모인 내가 제대로 살아야 아이에게도 제대로된 삶을 보여주고 살수 있게 해주는 것이겠찌요. 오늘에서야 동경미님 글 읽어보았는데요. 좋은글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드려요.

  • 2. 82cook
    '09.10.19 7:49 PM

    82cook 관리자입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읽어보시면 좋을 글이라서 글 제목에 ★표 붙여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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