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육아&교육

내 아이를 더 밝고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정보교환과 질문의 장

한쪽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입니다.

| 조회수 : 3,156 | 추천수 : 160
작성일 : 2008-11-03 01:26:57
초등 수학 단원 중에 ‘쌓기 나무’ 라는 단원이 있습니다.

정육면체를 쌓아놓고 앞에서 보았을 때의 모습과 위에서 보았을 때의 모습, 등을 관찰하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거대한 건물의 앞에 섰을 때 건물의 옆면과 윗면, 뒤가 보이지 않는 것처럼 쌓기 나무가 쌓인 모양에 따라 여러 방향에서 보았을 때 보이는 부분만을 알아내야 합니다.

이 단원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많이 어려워합니다.

특히 이해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한 방향에서 보이는 모양’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쌓기 나무를 쌓아서 앞에서 관찰하도록 해 주어도 답을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아무리 정면에서 관찰한다고 해도, 옆면이나 윗면이 아주 약간씩 보이게 되므로 아이들에게는  정말 이상한 문제로 보여 지는 것입니다.

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까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알게 된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한쪽 눈을 감아라.’ 입니다.

한쪽 눈을 감으면 완벽하게 한 방향에서 보이는 면만 보이게 됩니다.

그래서 어려워 하던 아이들도 쉽게 이해 합니다.

한 쪽 눈으로 보는 것이 ‘더 잘’ 보일 때가 있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가끔 거짓말을 합니다.

저희 학원의 아이들도 물론 거짓말을 많이 합니다.

책을 학교에 두고 왔다, 어제 할머니 집에 가서 숙제를 못했다... 등등 어떤 거짓말은 정말 속이 빤히 보이는, 거짓말 이라는 게 너무 티가 나는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경력이 짧을 때, 의욕이 이성을 앞서는 시기에 저는 아이들의 이런 거짓말을 들으면 그 자리에서 끝장을 보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거짓말은 무조건 나쁜 짓이고, 그러므로 어린 시절의 거짓말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이라는, 나는 교사로서 이런 불의(?)를 보고 그냥 지나쳐서는 안되며, 아이의 장래와 나를 믿고 맡겨준 부모님들을 위해서 ...라는 과한 정의감과 책임감으로 설쳐댔던 적이 있었습니다.

우선 아이를 혼내고 다그쳐서 진실을 말하게 하고, 아이가 끝까지 잡아떼면 아이의 말이 거짓말일 수밖에 없는 과학적, 논리적인 근거를 대서 아이의 사과와 다시는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 내고, 그래도 안되면 엄마와 통화를 해서 사실 확인을 하고 아이가 이러 저러한 거짓말을 했으니 가정에서 지도 바란다는 .... 상대 아이의 엄마는 죄송하다는, 아이를 잘 가르쳐서 보내겠다는... 뭐 이정도의 결과가 나와야만 일을 잘 매듭지었다는 식의 결론을 내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마무리는 결국 아이에게도, 저에게도, 엄마에게도 커다란 상처만을 남기게 되더군요.

저는 어른답지 못하게 아이와 기 싸움을 한 꼴이 되어 버리고 엄마는 엄마대로 저에게 미안한 마음 한 구석에 자존심의 상처를 받게 되어 아이를 과도하게 혼내게 되고 어린 마음에 거짓말을 한 아이는 왜 거짓말을 했는지 헤아려 주지 않는 어른들에 대한 불신만 키우게 되는 것 같았습니다. 혹시라도 또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겪게 된다면 그 상처는 훨씬 크고 깊게 됩니다.

제가 일을 크게 벌임으로 해서 아이의 마음속에는 상대에 대한 미안함보다, 수치심과 모멸감, 부끄러움과 함께 자존심에 커다란 흉터가 남게 된 것 입니다.

(제발 저에게 돌을 던지지 말아주세요. 저도 이때는 경험과 나이도 일천했던 시기라서 모든것이 부족하고 어리석었다는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그 때 저에게 호되게 당했던 아이들에게 정말 많이 미안해하고 있답니다. ㅠ ㅠ )

하지만 저도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고, 또 더 많은 아이들을 대하게 되면서 엄마나 선생님이 때로는 ‘한쪽 눈을 감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아이들은 여전히 거짓말을 합니다.

저희 아이도 거짓말을 합니다. 학원의 아이들도 거짓말을 합니다.

저는 이제는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면 ‘한쪽 눈을 감습니다.’

두 눈을 뜨고 있으면 아이의 잘못 만이 보이지만 한쪽 눈을 감으면 거짓말을  하는 아이의 불안함과 두려움이,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는 아이의 마음이 보입니다.

그래서 알고도 속아 줍니다. 그리고 그냥 넘어가 줍니다. 투명인간 처럼  속이 너무너무 잘 보이지만 깜박 속아 줍니다.

저를 멋지게 속여 넘긴 아이들의 모습은 어떨까요?

오히려 돌아서는 아이들의 눈에는 성공했다는 승리감 보다 자신의 거짓말에 속는 저에게 대한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며칠의 시간이 흐른 뒤 아이에게  저는 그 때의 거짓말을 알고 있었다고, 그러나 거짓말을 한 너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얼마나 불안했냐고,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잘못이 없는 것은 다르므로 한 번만 너와나의 비밀로 묻어 두겠다고, 다시는 그러지 말아 달라고, 내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 작은 쪽지를 건냅니다.

이 쪽지는 기밀 사항이므로 다 읽은 후에는 반드시 폐기하라는 '미션 임파서블' 식의 마무리와 함께... ㅋㅋ

다음 시간에 다시 만난 아이와 저는 다른 아이들은 모르는 동지의식을 담은 비밀 눈짓을 교환합니다.

그리고는 다음부터는 저에게 사실을 말해서 혼이 나거나 하기 싫은 보충 수업을 하더라도  거짓말은 하지 않게 됩니다.

집에서 거짓말이 습관처럼 된 아이라고 해도 이런 일을 두, 세 번 겪고 나면 저에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할 때는 혼나는 것이 무섭거나 당시의 상황을 빨리 모면하고 싶어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즉 어른들의 거짓말처럼 계산되어지거나 계획되어지지 않은 정말 단순한 거짓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진실을 파헤치지 않아도 ‘대세’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때로는 한쪽 눈을 감아야 더 잘 보입니다.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양초
    '08.11.3 10:25 AM

    ㅠㅠ
    급 반성...

  • 2. 김영중
    '08.11.3 11:18 AM

    제 얘기인 줄 알았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대요
    예전에 처녀때 의욕이 너무 앞서 정말 아이들 여럿 잡았습니다
    그게 잘하는 건줄 알았고 엄마들한테도 난 너무 열심히 여서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다라고 변명아닌 변명을 했죠
    근데 결혼을 하고 아이 둘을 낳고 보니 잘 가르쳐야 한다는 의욕보다는 아이들 한명한명이 정말 소중하고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물론 지금도 그놈의 의욕이 앞설때도 있지만요...^^
    아이를 가르친다는게 정말 너무 어렵더라구요
    정말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못하면 안될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매일 저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려고 노력해야 할것 같아요
    매일매일 도 닦으면서 말이예요^^

  • 3. 코스모스길
    '08.11.3 6:42 PM

    미션 임파서블..꼭 수행해봐야겠어요..문제는 아이가 한글을 모르는 나이랍니다..말씀 감사합니다.

  • 4. 코스모스길
    '08.11.3 6:42 PM

    전 처음에 저 도형들이 꼭 도토리묵 같아서..군침삼켰습니다..미안합니다.

  • 5. 퓨어
    '08.11.3 8:43 PM

    다들,,어니면 몇몇은 국민학교때 자신을 과도하게 야단치고 벌세우고
    아이들 앞에서 심하게 자존심을 상하게 하고 더불어 부모님까지 욕되게 만든
    선생님을 똑독히 기억하실 거예요...
    지우고 싶어도 절대 지워지지 않는 몇몇 선생님들..아직도 길에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선생님들..
    지금 교직에 계시는 님들,,원글님처럼만 하시면
    저 같이 안좋은 기억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633 그만 두시는 과외선생님 선물은 뭐가 좋을까요? 3 포인세티아 2008.11.05 2,008 81
1632 다시 직장다니게 되어서...궁금합니다... 2008.11.05 1,254 108
1631 디지털 피아노로도 레슨받아도 될까요? 5 가로수 2008.11.05 2,212 95
1630 평촌 근처 산후조리원이여~~^^ 3 테랑이엄마 2008.11.05 2,239 88
1629 아이한테 자꾸 공포심을 조장해요. 2 루니투 2008.11.05 1,597 97
1628 엄마표 교육하시는 분들 2 배쏠리니 2008.11.05 2,049 85
1627 책 구입 도와주세요.. 2 초록색 2008.11.05 1,462 112
1626 초등 여아 1학년... 넘 뚱뚱하네요. 6 돌담틈제비꽃 2008.11.05 2,582 110
1625 아이챌린지 해보신분.. 5 하음이네 2008.11.05 2,061 96
1624 20개월 감기걸렸어요..바깥바람 쐬지 말아야 하나요? 1 염소자리 2008.11.04 1,933 120
1623 25개월 어떤책 보여주세요? 2 왕초보 2008.11.04 1,723 112
1622 31개월된 여아 잠잘때 이불을 머리까지 덥고자는데... 좋은님 2008.11.03 1,306 102
1621 쵸코우유라도 먹여야할까요? 12 루피나 2008.11.03 2,658 108
1620 거북한 청소년 거룩한 청소년 1 그릇 2008.11.03 1,351 141
1619 베이비시터(산후도우미), 또는 업체 소개해주실분 (일산지역) 2 애기여우 2008.11.03 1,432 131
1618 교구 만들기 도와주세여...^^ (시계만들기) 2 샬롯 2008.11.03 1,821 130
1617 아기내복 6000원이면 싼거죠? 1 사랑사랑 2008.11.03 1,588 138
1616 8개월된 조카의 분유 3 옥수수 2008.11.03 1,446 135
1615 가정에 유치원용 가구 놓고 쓰시는 분 안계세요? 5 잘될꺼야 2008.11.03 1,656 100
1614 해외교육 2년째.. 돌아오라고 해야할지.. 9 삶은여행 2008.11.03 2,449 113
1613 한쪽 눈을 감으면 더 잘 보입니다. 5 지니큐 2008.11.03 3,156 160
1612 27개월 아기(조카) 책선물 추천해 주세요. 미도리 2008.11.02 1,581 158
1611 출산준비중 궁금한것 몇가지 여쭤요...(모르는게 너무 많네요) 7 daniella 2008.11.02 1,637 82
1610 25개월된 여아 기저귀 떼기 질문요~ 1 명사랑 2008.11.01 2,494 123
1609 국제중 검색하다가... eatout 2008.11.01 1,379 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