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는 과연 서울대학교에 입학 하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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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이 되고나서 1학기 초.
대학에 입학하는 그 많고 많은 방법(수시 1차, 2차, 정시, 특별, 성적우수 등등)중에
어느 것에 집중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 했습니다.
대학마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수 십 가지의 전형방법이 있으니 전체적으로 알아야 할
전형방법은 최소한 수백 가지가 넘는 것 같더군요.
진이의 그때까지의 내신은 괜찮은 편이었지만 수시를 위한 논술과 정시의 수능을
모두 대비 한다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시전형으로 모집하는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기에 논술을 무시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진이에겐 정시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기로 했지요.
그리고 정시(수능)에만 올인 했습니다.
학교에선 지원 안하겠다는 수시를 일단 지원을 하라고 성화(?)를 해서 마지못해 두 군대
지원을 하긴 했습니다만, 덜컥~ 합격해 버릴까봐 내심 걱정을 했지요. (농담... ^^;;)
(참고로, 지금 와서 생각하니 대입 전형 방법을 3학년 학기 초에 결정한 것이 조금
늦었다는 생각입니다. 좀 더 빨리, 고1 2학기 즈음에 결정하면 좋았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대는 시험과목에 국사를 필수로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놈에(?) 국사가 진이와는 궁합이 잘 안 맞는 것 같았습니다.
인강도 많이 듣고, 수학 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성적은 그다지 오르지
않았습니다. 공부를 하나 안하나 늘 비슷한 성적이었지요.
공부에도 궁합이 있나봅니다.
드디어 11월 둘째 주 수요일, 드디어 수능을 치른 날.
시험이 끝나고 어두워진 교문 밖에서 기다리다 만난 기진맥진한 진이의 첫 마디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최선을 다 했어......'
그 다음날 맞춰 본 예상 성적은 수리 만점에 언어와 외국어도 1등급은 받을 듯 했습니다.
그러나 국사 과목이 염려했던 대로 성적이 낮았고 그 때문에 전체 표준점수가 진이의
목표인 서울대에는 2% 부족하였습니다.
당시 저의 욕심에 내심 재수도 은근히 생각하였지만 진이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생각을
바꾸었지요.
"압빠, 난 이게 최선을 다한 거야, 후회 없어."
"그래, 맞아……. 최선을 다했으면 된 거지. 그리고 후회 없다면 된 거야. 잘했어,
정말 잘했어."
생각해 보면 근 1년을 힘든 것 참아내며 거의 초인적으로 버텨온 진이에게 또 다시
그 일을 하라고 하는 것은 잔인한 일이지요.
그럼 이제 어디를 갈까, 고민의 시간입니다.
학교를 선택하면 학과가 맘에 안 들고, 학과를 선택하면 학교가 조금 불만입니다.
학교와 학과 사이에 짧은 망설임이 있었지만, 역시 학과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답이지요.
진이의 적성이 문과지만 수리 분야의 능력이 남보다 뛰어난 점과 장래 희망을 고려하여
지원학과는 '경영학'으로 정하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C대 경영학과'로 최종 결정하였습니다.
사실은 C대의 파격적인 제안에 혹 하였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입니다.
4년 전액 장학금에 더하여 일정액의 학비 보조금을 매 학기 지급해 준다는 말에,
안 그래도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선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던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진이 덕에 같은 C대를 다니고 있던 언니 주이가 형제자매 장학금 수여 대상이
되는 바람에 두 아이를 대학에 보내면서도 학비 걱정이 일거에 해결되는 쾌거(?)를
이루었지요. ^^
아무튼, 결론만 말 하면,
진서추(진이 서울대학교 입학 추진 위원회)는 실패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실패는 아니지요.
진서추 때문에 C대 경영학과에 매우 훌륭한 조건으로 입학한 것입니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에 입학하기도 애매한 성적을 가지고 처음부터 목표를 C대로 했다면
과연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까요?
보통 아이들에게 목표 대학을 물어보면 많은 아이들이 인서울이 목표라고 하더군요.
겸손하게 말 하느라 그런 경우도 있고, 정말 실력이 많이 모자라 그렇게 말 하는 아이도
있겠지요.
물론 수능을 치르고 원서를 써야 할 즈음엔 현실적인 목표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제 고1-2 정도인 아이들이 인서울이 목표라고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물론 서울 소재 대학에 입학 한다는 것이 만만한 일이 아니고 힘든 일이지만 그래도
너무 일찍 현실에 무릎을 꿇는 것 같습니다.
그런 아이들을 볼 때면 유리벽이 생각납니다.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지 못하고 스스로 머리 위에 유리벽을 이고 사는 듯 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저의 친한 친구의 조카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올해 고3으로 수능을 얼마 남겨두고 있지 않은 그 아이는
평범한 일반고에서 평범한, 아니 평균 이하의 성적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부모 밑에서 공부에 흥미도 없고 자신도 없는,
어쩌면 이 땅의 수많은 대부분의 아이들 중 한 명입니다.
그 아이를 직접 만나 대화 해 본적은 없지만 친구의 말로 미루어 짐작을 했지요.
그리고 안타까운 마음에 지난여름 그 아이에게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제가 뭐라고 그 편지에 썼을까요?
- to bo continu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