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들이 올리신 이번달의 이벤트 사연들을 보면서 많이 감동받았습니다.
나는 그동안 뭘하고 살았단 말인고...
40여년 살면서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물건들이 뭐가 없을까 베란다부터 이구석 저구석
뒤적여보니 저도 주제를 정할만한 물건들이 있더라구요.
일부러 사러다닌 것들도 아니고 그저 좋아서 30년 동안 하나씩 하나씩 모으다 보니
한 살림이 되었네요.
제가 좋아하는 중국 물건들이예요.
이 비단지갑이 저를 홀렸지 뭡니까...
30여 년 전 중학생 때 명동 한복판에 중국대사관과 화교소학교가 있었는데
그 담을 끼고 옥팔찌를 낀 중국할머니들이 난전에서 희한한 중국물건들을
팔곤 했어요. 향나무로 만든 부채, 옥 장신구들, 비단으로 만든 지갑, 신발,
호랑이연고, 중국차...
중국서점에 들리는 날이면 그 앞에 아예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하곤했는데
학생이 돈이 없잖아요...어쩌다어쩌다 돈이 모아져서 처음으로 이 옥색 비단지갑을
샀는데 그 기분이란...아주 신비한 이국의 물건을 나 혼자만 간직한 그런 내밀한
기쁨이었죠...^^*
지갑이었지만 너무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고 장식만 했는데 아직도 저의 집 거실
장식장에서 세월이 비켜간 듯 고고한 자태를 빛내고 있습니다.
제 손은 이제 주글주글해져 가는데 말이죠.
이 장식품들은 그동안 홍콩을 여러번 여행하면서 모아 놓았던 것들인데요,
하나 하나 살 때마다 추억들이 다 떠오릅니다.
홍콩에 가면 백화점들이 많은데 저는 일부러 중국백화점을 찾아 다녔어요.
그곳에 가면 중국토산품들을 파는데 정말 손이 많이 간 수공예품들 보면서
감탄하곤 했어요. 홍콩의 뒷골목이나 야시장에서 산 것들, 친구가 너네집에나
어울린다고 준 것들도 있고...
한번은 알록달록한 중국자기에 넋이 나가서 여러가지를 샀는데 (가격도 무척 저렴했거든요)
깨질까봐 포장에 포장을 해서 무슨 보물딴지마냥 조심스럽게 들고 왔던 기억도 납니다.
우리 친정엄마가 써먹지도 못할 이런 그릇들을 사왔냐고 핀잔을 했는데 그래도 중국 다기에 자스민차도
따라 마시면서 혼자 흡족해했는데...베란다 박스에 넣어 두었던 것들 꺼내보니 사진에는
안나왔지만 뭔 커다란 찜기도 있고 -.-
이 그릇들도 한 20년 되어가는 것 같아요.
나중에 며느리한테 물려주어야 하는데 정신산란하다고 중국물건 싫다고 하면 우짜나...
장식품, 그릇을 거쳐 중국옷도 샀다는거 아닙니까...
맨처음 홍콩갔을 때 가자마자 비단으로 된 중국옷을 하나 사입고 시내를 활보하면서
사진 찍고 그랬는데, 그런 옷 입고 다니는 사람은 관광객이라는 말이 관광가이드북에
있었는데 제가 딱 그짝 나더라구요...정신이 나가서리 -.-
구슬이 엄청시리 붙어있는 중국전통쉐타도 몇 벌 사서 입곤 했는데 당시엔 너무나
화려하고 튀어서 모셔두었는데, 요즘 유행하는 패션들 보니 이젠 괜찮겠더라구요.
옷에 웬만하면 다 번쩍번쩍 구슬이 붙어있잖아요...^^
내년에 왕관만 유행하면 딱 여왕, 공주 천하가 될 판이예요...-.-
이 옷은 예뻐서 사놓고 가끔 거실에 장식으로 걸어놓기도 하고 그랬어요.
마지막 작년 상해 여행갔다가 산 인형이예요.
1만5천원 정도 주었는데 이젠 우리집에서 고향생각하며 비파를 뜯고 있어요.
제가 중국적인걸 좋아하지만 이렇게 30여 년 동안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모아보니 제 개인적으로도 많은 생각이 드네요.
가을이 맞나봅니다.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슬 슬 생기고
40대 중반이 되니 몇 십년 된 녹슬고 먼지 낀 물건이 있다는 것이 소중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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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응모] 내가 아끼는 것들
프로방스 |
조회수 : 4,667 |
추천수 : 48
작성일 : 2006-09-30 00:2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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