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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물려받은 양식기 세트

| 조회수 : 3,596 | 추천수 : 32
작성일 : 2005-02-15 13:31:00
제가 기억하는 아버진 언제나 타지에 계셨습니다. 어릴땐 그런 아버지와 함께 나가있기도 했지만 학교갈 나이가 된후론 엄마 혼자서 저와 제동생을 돌보고 아버진 1년에 2번 집에 오셨지요.그래서 제 고등학교 때까진 졸업, 입학 사진에 아버진 안 계셨습니다.(대학때 마침내 국내 근무를 시작하셨읍니다)

그렇게 일년에 두번밖에 식구들을 못봤던 아버진 이것저것 선물을 모아두시면서 휴가를 기다리시는게 큰 재미셨었는지 한번 오실때 물감에,머리끈에...  이런거도 사시나 하실정도로 챙겨 오셨는데 이 양식기는 엄말 위해 미안한 맘을 담아  큰맘먹고 장만하신거였습니다. 하지만 요릴 별로 즐기지 않던 엄만 항상 이 선물만 보시면 돈으로 주지 이런건 뭐하나 하셨죠...그리곤 언제부터인가 너 시집갈때 이거 줄께라고 하셨죠...그래서 전 10살무렵부터 혼자 다락에 올라가 먼지쌓인 이상자를 열어보곤 했습니다.

제가 이곳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하고 저희 보러 오신 엄만 정말로 이걸 들고 오셨었죠..
하지만 저도 그동안 한곳에 있지 못하고 계속 옮겨다니느라  2~3번 쓴후엔 다른 안 쓰는 짐들에 묻혀 3년동안 창고에 보관되있었습니다.

오늘 드뎌 그동안 창고에 묻어놨던 짐들을 새로 들어갈 집에 먼저 옮겨서 이 상자부터 찿았습니다.
이젠 엄마의 선물도 제자리를 찿고 식기장 한쪽에 넣여져서 자주자주 써줘야죠.
부모님이 오실때도 꺼내고요..엄마가 그많은 이사에도 꼬박 챙겨 다니셨죠.
이 상자를 보시면 얼마나 험하고 긴 여정을 걸었는지 보이실 꺼예요.
이제와보니 이물건엔 10살난 딸 혼수품으로 20년 가까이 고이 보관하신 엄마의 맘이 그대로 담겨있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항상 하나밖에 없는 딸 주신다고 사은품으로 받는 액자 하나까지 챙겨서 이곳까지 들고 오시는 엄마....
갑자기 제가 엄마에게 얼마나 못된 딸인지...새삼 엄마 생각이 나는 하루였습니다.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민석마미
    '05.2.15 1:38 PM

    오홋~
    보물이네요~
    잘 쓰시고 간직하셨다가 딸 물려주세요
    부러워요~

  • 2. 쫑이랑
    '05.2.15 1:41 PM

    네..저도 딸이 주고 싶은데...아쉽게도 아들밖에 없네요...며느리에게 줘야겠죠?
    근데 혹시 며느린 고물이라고 서운해 하지 않을까..조심스러워서....

  • 3. 민석마미
    '05.2.15 1:51 PM

    며느리에게 물려주면 되겠네요 ^^
    저두 아들있으니 며느리 물려주어야 할 것들 모아야 할레나?ㅋ
    앞으로 25년 정도는 기회가 있네요 ㅎ
    고물이 아니죠 어머니의 마음과 님의 정성이 깃든 물건 명품이쟎아요

  • 4. 또리
    '05.2.15 2:02 PM

    우아 정말로 보물이에요..저도 너무 부러워요...T-T

  • 5. yuni
    '05.2.15 2:31 PM

    가슴이 뭉클해져요.
    명품 WMF이기도 하지만 어머님의 그 정성덕에
    가치가 수십배 더 높아 보여요.

  • 6. 능단
    '05.2.15 2:45 PM

    오오 정말 감동 ..

  • 7. 경이맘
    '05.2.15 2:54 PM

    관리도 정말 잘하신거 같아요..벌써 20년전 물건인데..반짝반짝..^^
    부모님 마음은 정말 다 같으신가봐요.. 뭉클하구.. 보기 좋습니다..

  • 8. 체리티
    '05.2.15 3:03 PM

    쫑이님 딸하구 시포여...ㅋㅋㅋ
    너무 멋있네여...

  • 9. 모카치노
    '05.2.15 3:41 PM

    아버님 어머님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낡은 상자가 뭉클해집니다^^

  • 10. IamChris
    '05.2.15 4:09 PM

    상자의 낡음이 왜 이리 귀하게 보이나요. ^^

  • 11. 애살덩이
    '05.2.15 6:39 PM

    너무나도 귀하고 멋진 선물이십니다...
    쓸때마다 어머니 생각이 그득하시겠어요...
    귀중하게 다루시고 잘~ 쓰세요...^^

  • 12. 쵸콜릿
    '05.2.15 7:38 PM

    지금이라도 딸을 낳으셔야 할듯...^^

  • 13. 김혜경
    '05.2.15 9:54 PM

    너무 멋져요..두고두고 가보로 물려주세요...

  • 14. huhoo
    '05.2.15 11:34 PM

    정말 멋지고 부럽네요. 오래오래 간직하세요.

  • 15. champlain
    '05.2.16 1:21 AM

    세월이 그리 지났는데도 참 좋아 보이네요.
    두고 두고 잘 쓰셨다가 또 물려 주셔요..^^

  • 16. 정기은
    '05.2.16 10:49 AM

    너무 이쁘네요..
    저도 엄마가 너무 보고싶네요.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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