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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손님상 우아하게 차리기 2

| 조회수 : 4,301 | 추천수 : 22
작성일 : 2004-12-22 16:18:58
며칠 전에 연말 파뤼를 집에서 했답니다. 이번엔 부담없는 부부동반 모임이라 부페식으로 했답니다. 기본적으로 부페식으로 하면 코스식보다 면 호스티스가 이리저리 땀 삐질거리며 뛰어다닐 일이 줄어들어요.

일전에 썼던 대로, 대원칙은
"주인장인 나도 우아하게 손님들과 함께 파뤼를 즐기고 싶다."입니다.

이를 위한 세부 원칙으로.
1) 시간/메뉴 계획을 꼼꼼하게 세워두고,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둔다.

미리 할 수 있는 일들을 목욕/화장 이전으로 최대한 미리 해둡니다. 몇 번 손님을 치르다 보면, 나름대로 시간 순서가 정해집니다. 메뉴는 무엇 무엇. 무슨 무슨 음식 재료 밑손질하고, 재워두고, 거실 청소하고, 소스 만들어 두고, 테이블 세팅하고, 조리하고, 휴식하고... 그런 식으로요. 소스 하나도 빼놓지 않고 아주 세세히 적어서 냉장고에 딱 붙여 놓습니다. 요 체크 리스트 가지고 장도 보고, 준비도 하고, 점검도 합니다.


2) 나를 위해 쉬는 시간을 반드시 둔다.

저는 손님 오기 전, 간단한 욕탕 목욕 (간단 반신욕)과 화장을 느긋하게 합니다.
요리하고 청소하는 데 에너지가 들고, 또 사람들 만나 노는 것도 에너지가 쓰이니, 반드시 이 둘 간에 휴식이 있어야 됩니다. 음식/세팅 준비를 거의 마치고 손님 오기 한시간 반전쯤, 욕실 구석구석에 욕실청소용 스프레이를 뿌려두고, 15분 정도 반신욕을 합니다. 반신욕 덮개를 하고 볼펜과 냉장고에 붙여둔 체크리스트를 들고 하나 하나 빼먹은 것도 체크하고, 이제 부터 해야할 것도 순서를 미리 구상해둡니다.
간단한 목욕을 하는 건, 휴식의 의미도 있구요. 또 화장을 뽀샤시하게 잘 먹도록 하는 역할도 있답니다. 그리고 욕탕의 때를 불려 청소를 간단하게 해주기도 하지요. 반신욕 너무 오래 하면 얼굴이 너무 불타오르므로, 15분 정도로 해줍니다. 반신욕 하고 머리를 감은 뒤, 샤워기로 욕실 청소를 하지요. 스프레이 뿌려놓은 곳에 김으로 불려놔서 청소가 간단합니다. 창문 열어두고, 몸 닦고, 몸 닦은 수건으로 욕실의 물기를 닦아 준 후 세탁기에 넣어버리고, 집에서 가장 품나는 새 수건들을 걸어놓습니다.

손님 오기전 시간이 없으면, 거실과 부엌, 그리고 화장실만 집중적으로 청소합니다. 손님들을 주로 이 공간을 쓰니까요.

3) 꼭 마지막에 조리를 해야하는 건 가능한 지양하고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 요리에 집중합니다. 그리고 소전가전들을 동원해서 일을 덥니다.
그리고 오븐에 넣어 조리하는 건, 아예 오븐 사용 가능한 접시나 용기(파이렉스 투명 용기나 이와츄 판, 파이접시 등)에 넣어서 조리합니다. 그러면 곧장 상에 낼 수 있지요. 접시에 옮겨 담는 것도 일이라서요.

제 메뉴는 이랬습니다.

코스트코 초밥
유자청 샐러드
슬로우 쿠커에 냉이 된장국  (각자 떠먹을 수 있도록 국자와 그릇 옆에 준비)
오븐에 흰색/붉은색 홍합구이 (김샘 버젼, 코스트코 냉동 홍합으로)
오븐에 매운 닭구이를 이와츄 판에 (코스트코 뼈없는 닭갈비에 파인애플만 첨가)
딤섬 (찜기에서 해서-접시로)
훈제연어 무말이 (냉장고에)

치즈케잌과 과일 디저트, 티워머에 올린 주전자 안의 홍차

4) 설겆이 미리 해두고, 싱크대는 깨끗하게 정리해둡니다.
미리 할 수 있는 메뉴로 소형가전들을 최대한 활용하면, 가스렌지 위까지 완전히 정리 할 수 있어요. 음식들이 모두 숨어있거든요. 찜기에, 튀김기에, 슬로우쿠커에, 냉장고에, 오븐에요.
식기 세척기도 비워놓습니다.
이렇게 하면 싱크대 위가 보기도 깔끔하고, 나중에 상치우기가 훨씬 간단해진답니다.

이번에 부페해보니까 테이블 세팅을 멋있게 해놓을 수 있어서 분위기가 있더라구요.
한식은 테이블 자리가 모자라서 위에 초니 꽃이니 제대로 놓을 수가 없는데,
부페식으로 하니 초를 가운데에 나란히 쭉 꽂아 놓을 수 있어서 좋데요.

우아하게 상차리기의 핵심은 맛보다는 멋이고, 손이 많이 가는 음식보다는 간단한 음식으로 승부하는 겁니다. 특히 손님 수가 많을 때, 아이들이 섞일 때, 준비시간이 많지 않을 때, 무엇보다도 나도 우아하게 즐기고 싶을 때 이렇게 해요.

좀 드레시한 옷에 폼나는 악세서리를 해도 좋답니다. 부엌일을 하는 호스티스로서가 아니라, 손님과 함께 즐기는 파티 주관자로서요.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문희
    '04.12.22 4:21 PM

    사진 찍으신건 없나요? 궁금하네요~

  • 2. 디아즈
    '04.12.22 5:05 PM

    "반신욕 너무 오래 하면 얼굴이 너무 불타오르므로" ㅋㅋㅋ

  • 3. 커피와케익
    '04.12.22 7:47 PM

    숲님 시리즈 잘 읽고 있습니다.
    정말 꼼꼼하고 주도면밀하세요~
    저도 재투성이 신데렐라를 좀 탈출해 보렵니다~^^

  • 4. 몽쥬
    '04.12.22 8:21 PM

    코스트코닭갈비맛있던데 여기에 파인애플즙을 더 첨가하셨다는 말씀인가요?
    궁금해요..갈켜주세요^^

  • 5.
    '04.12.22 9:04 PM

    김문희님, 사진은 없답니다. 담에 기회되면 한번 찍어볼께요.

    디아즈님, 한번은 욕탕에서 너무 느긋하다가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 화장도 안먹고... 제가 원하는 우아한 마님이 아니라, 방금 아궁이에서 불 때다 나온 것처럼 손님을 맞이한 적도 있었답니다.

    커피와 케잌님, 저도 목욕/화장 직전까진, 몸은 재투성이에다 손꼽도 달려있는 상태랍니다. ㅎㅎㅎ 목욕하면서 신데렐라로 변신하는 거지요. 울 신랑, 항상 놀랍니다. 향단에서 춘향으로 변신하는 저를 보며...

    몽쥬님, 파인애플은 그냥 통조림을 파인애플 과육만 썰어서 닭갈비 양념 중간중간에 넣고 오븐에 넣어 두어요. 이와츄 불판 하나에 파인애플 링 1개 혹은 1개반 정도요. 그러면 과즙이 은은히 배서 풍미가 산답니다. 저도 요리책에서 보고 해봤는데, 괜찮아서 계속 그렇게 해요.

    반신욕 15분 동안, 요리 체크도 하고, 남은 일들 동선도 정하는 것 말고,
    맛사지도 하는 것도 좋아요. 화장하면 정말 뽀샤시해져요.
    또 옷에 맞는 액세서리도 정하고, 잠시 눈을 감고 그냥 쉬기도 한답니다.

  • 6. 미리미리
    '04.12.23 11:17 AM

    내공이 상당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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