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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의 손님상 우아하게 차리기 노하우 (소형가전 총동원령)

| 조회수 : 4,826 | 추천수 : 15
작성일 : 2004-11-12 14:43:29
저는 손님상 메뉴 짤 때, 김 샘처럼

(1) 여러 미감이 고루 섞여있는가 (크리미한게 있으면 칼칼한 것도 하나, 새콤달콤한 거 하나에, 간장에 졸인 요리도 하나, 매운 것도, 단백한 것도 하나...)

(2) 여러 온도의 요리 (뜨듯한 게 있으면, 차가운 것도..)

(3) 여러 재료의 요리 (고기류, 해산물, 채소...)

(4) 어울릴만한 요리인가를...

보려 합니다만......


위의 여러가지 조건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건^^,

"나도 손님상에서 즐길 수 있는 번잡스럽지 않은 요리인가"입니다.

손님들 오면, 우왕좌왕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 왔다갔다 하느라 애쓰지 않아도 되는 메뉴로 선정합니다.^^

우아하게 손님 받고 저도 즐기고 싶거든요.

부페식으로 차리냐구요? 우리집 사람들이 부페식 싫어해서 그렇게 못합니다.

저의 노하우는 마지막에 조리해야만 맛이 나는 메뉴는 아예 메뉴에서 빼버리고 (낙지볶음 등),
시간배분을 잘 해놓고,
집안의 소형가전을 총동원하는 데 있습니다.
불조절 하고 옆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거죠. 손님 맞을 때 쯤에는 렌지 위 후라이팬이니~는 싹 치워져 있습니다. 손님이 처음 오면 아무 것도 안한 줄 압니다. ^^ 모든 요리가 냉장고에 소형가전들에 숨어있거든요. 나중에 씻을 거리가 엄청 나옵니다.


냉장고에는 냉채류, 샐러드 미리 만들어 서빙할 접시에 놓아둡니다. 소스만 빼고 준비 완료. 후식으로 쓸 케잌도 냉장고에.

슬로우쿠커에 전체로 낼 죽이나 스프 미리 끓여 보온시킵니다. 옆에 미리 그릇과 고명 대기시키고.  

전자찜기에 찜요리 합니다.

오븐요리 2가지 정도는 꼭 합니다. 요리를 다 해놓은 후 오븐에 넣어도 괜찮은 용기에 (oven-proof) 혹은 이와츄 판에 고명만 빼고 예쁘게 담아 오븐 낮은 온도에 넣어둡니다.(160도 정도, 혹시나 너무 오래 될수 있으니, 타이머를 15분 정도로 맞춥니다.)

닭매운 볶음 같은 것은 후라이팬에 겉만 익혀서 파인애플 통조림을 조금 썰어서 오븐에 넣어두면 고기는 부드럽고 과즙이 적당히 어울린 요리가 만들어집니다.

갈비찜도 슬로우쿠커에 넣거나 오븐에 넣어두면 더 맛나요.

튀김기 준비해두었다가 손님 오기 직전에 튀김재료 넣고 뚜껑 닫습니다. 이때, 앞치마 주머니에 타이머 하나 넣어놓으면 좋아요. 타이머 세팅해놓습니다. 저는 튀김하고 곧장 내놓을 수 있는 요리만 합니다. 다시 꺼내서 볶는 건 손님상에는 안합니다. "우아한 준비"의 원칙에 따라.



음식 접시에 놓는 마지막만 처리만 남겨둔 채 우아와는 거리가 멀게 미친듯이 마구마구 음식준비를 하고
미리 테이블 세팅 해두고, (손님오기 80분전)

목욕탕에 물받아서 쉬면서 목욕하고 화장하고 (손님 오기 30분전)

옷 갈아입고 (손님 오기 20분전)

예쁜 앞치마 두르고, 마지막 작업을 합니다. 볶아서 오븐에 넣고, 튀김기 온도 올리고, 찜기 타이머 돌리고...
여기저기서 땡~땡 ~ 소리가 나면 (오븐에서 시간 됐다고 땡~, 찜기 땡~, 앞치마 주머니에서 땡~)
하나씩 옆에 놓아둔 접시에 담아 준비해둔 고명 올려 내갑니다.

손님이 오기 시작해도 부엌에 붙어있을 필요 없어요. 현관에서 맞고 거실에서 이야기 하다가 땡소리 나면 가보면 됩니다.

어떻게 손님이 와도 우아하게 이야기하면서 손님상을 준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나름대로는 몸에 적응이 된 저만의 노하우랍니다. 손님오기전 목욕하면서 잠깐 쉬는 거, 음식 냄새배지 않은 깔끔한 옷 입고 손님 맞는 거, 새로 깨끗이 한 화장에 저도 손님과 같은 우아함을 갖출 수 있어서 좋아요.


단, 주의점, 아기 엄마가 아기 데리고 혼자 하기에는 복병이 너무 많아요. 마지막 20분에 똥을 질러버릴 수고 있으니...
느긋하게 샤워하고 있는 데 일찍 와서 도와준다며 벨을 눌러서 깜짝 놀랐던 적이 있더랬죠. 미리 어디쯤 오는 지 얘기해달라고 하세요.

소형가전들이 애물단지기도 하지만 잘만 쓰면 도움이 많이 되서요.



2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비에나
    '04.11.12 2:49 PM

    와!~ 대단하세요

    전 손님초대 한번 하면 손님마저 불안할정도로 우왕좌왕하거든요
    혼자 마음만 급해가지고 치르고 난후 항상 후회하죠 소심한 A형 티내면서요

    배우고 싶은데 있는 소형가전이 작년에 친구가 준 슬로우쿠커 하나라는 슬픈사실이...

  • 2. J
    '04.11.12 2:53 PM

    어머나... 바로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바로 그런 호스티스의 모습입니다. 숲님.
    양념냄새 쩐 옷에 부시시한 모습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거... 정말 싫죠. ^^
    왜 서양사람들 파티 보면 주인장도 우아하게 같이 앉아서 담소나누고 하듯이요.

    저도 얼마 전에 사무실에 손님초대하느라 음식 했는데 숲님과 똑같은 생각을 했었기에 정말 공감이 됩니다. 맛있고 보기에도 좋되 주인인 내가 바쁘지 않고 여유있어야 한다는 거... 그래서 혼자 준비할 땐 거의 광녀의 모습이라는 점도 똑같아서 읽고 웃었습니다.

    전기료 부담이 되어서 그렇지 전기제품사용하는 거 시간 맞추기에는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전기렌지랑 전지전골팬 이용했었거든요.
    언젠가 숲님처럼 집에서도 제대로 된 요리로 그런 완벽한! 상차림 해 보고 싶어요^^

  • 3. 짱여사
    '04.11.12 2:57 PM

    사비에나님 찌찌뽕!!

    숲님 존경 들어갑니다..^^

  • 4. 열쩡
    '04.11.12 3:01 PM

    음식 하나하나 하는 것도 어렵지만
    상차릴 때 노하우도 매우매우 중요한거 같아요
    메뉴를 적절히 배치하지 않으면
    상차리기 직전에 지지고 볶느라 포기해야하는 음식도 생기고
    음식들도 후다닥 하느라 폼도 안나고...
    암튼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주세요

  • 5. 글로리아
    '04.11.12 3:03 PM

    오호호~~
    숲님, 인쇄하는 프린터 소리 들리시나요? 감사.

  • 6. 쮸미
    '04.11.12 3:27 PM

    우와아아아!!!!
    저도 인쇄들어갑니다...!!!!!

  • 7. igloo
    '04.11.12 3:32 PM

    오븐도 없고 슬로우쿠커도 없고 찜기도 없고 그나마 하나 있는 튀김기는 창고 어딘가에.. 흑흑.
    오븐 갖고 싶어요..

  • 8. 헤스티아
    '04.11.12 3:34 PM

    저 첫 집들이할때, 가스레인지 앞에서 노가다 하느라, 손님들 얼굴도 잘 몰랐다는 -,-;;;;;

    요번에는, 찜기에 뭐 올려놓고, 오븐에 올려놓고, 룰루~ 놀다가, 땡떙거리니, 담아내서,, 정말 간편하게 되었어요....숲님 노하우.. 더 배워갑니다.

  • 9.
    '04.11.12 3:50 PM

    감사합니다.^^ 으쓱으쓱.
    소형가전 모두 갖추실 필요는 없구요. 소형가전 있어도 손님상 차릴 때는 꼭 가스렌지만 사용하게 되더라구요. 나중에 렌지위에 자리도 없고...
    그럴때, 쓰지 않는 소형가전 녀석들 한 둘이라도 미리 꺼내서 준비해놓으면, 개네들이 알아서 요리해주고, 불 조절 해주고, 꺼주니까 개네들에게 한 두가지라도 맡기세요.
    우리가 밥은 밥통에 맡기고 잊어버리듯이, 노는 녀석들 어떤 일을 맡길까 궁리를 해보세요. 한 두가지만 신경 안써도 얼마나 편해지는데요.

    그리고 접시를 미리 준비해두어야 당황할 일이 없어요. 소형가전 옆에 상에 놓을 접시와 도구를(국자 등) 딱 놔두세요.

    개수대가 복잡해지면 나중에 정리할 때도 정신이 없으니까, 다용도실이나 부엌 한켠에 김치 절일 때 쓰는 통 (저는 하기스 기저귀 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장난감통)같은 큰통에 설겆이 할 그릇들을 차곡차곡 포개놓으세요. 그 옆에는 음식물 쓰레기통 하나 준비해서, 음식물은 쓰레기통에 써억 밀어넣고, 그릇들만 차곡차곡 놓습니다.

  • 10. 글로리아
    '04.11.12 3:52 PM

    숲님, 이거 도둑넘 심보이지만
    말 나온김에
    숲님이 그런 가전제품들을 총동원해 즐겨 하시는
    요리의 종류까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레시피 말고, 요리의 종류이죠.
    그러면 기냥 저희집 손님초대 메뉴로 굳히겠습니다.

  • 11. 왕비-꽈
    '04.11.12 3:58 PM

    글로리아님 감사.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 대신 해주셨네요.
    결혼 12년 살림꽝인 울 언니 겁없이 이사집들이 30인분 준비한다고하는데 제가 다 걱정입니다. 저라도 도와주고픈 맘 굴뚝같지만 휴가엄두안나는 직장에 다니다보니(웬 남의 집들이에 휴가주는 직장 어디에 있겠습니까만은..)
    82집들이 메뉴 검색하여 메뉴짜고있는 중인데..
    님의 노하우가 심히 부러워집니다.
    저도 살림에는 젬병입니다요.

  • 12. 열쩡
    '04.11.12 4:15 PM

    오호 글로리아님 심보에 제 심보도 얹어서..
    알려주세요~

  • 13.
    '04.11.12 4:22 PM

    말씀드린대로, 김샘처럼 여러가지 미각적 측면을 고려하려 하나...
    저는 우아와 여유에 방점을 두는지라,^^
    그리고 저희집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 중심으로 차려요.

    지난번 상차림에서는요.
    오븐에 갈비찜과 82의 두반장 홍합구이가 들어가 있었고,
    슬로우쿠커에는 애피타이저로 쓸 단호박죽,
    전자렌지에는 호박전과 버섯전이 대기
    튀김기에는 춘권이 대기
    냉장고에는 샐러드와 해파리냉채,(소스 따로) 광어회와 초고추장이 대기,
    김치냉장고에는 다 썰어서 담아놓은 배추김치가 대기

    후식으로 케잌이 냉장고에 대기
    홍차는 전기포트에 물 담아서 끓일 준비 끝내고, 쟁반에 찻잔 주루루 올려놓고 대기
    과일은 저농약 사과 사서 씻어놨다가, 후식 낼 때, 애플슬라이서로 한번 눌러 껍질채로 접시에 동그라니 놔주었죠. 통조림 체리로 데코.

    키친토크에서 소형가전별로 만들 수 있는 메뉴를 주루룩 적어놓으셨다가 상황에 맞게 취사선택하세요. 저도 요리는 아직 초보라 잘 못합니다. 그래서 당장당장 해야하는 건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여유 갖고 레시피에 따라 미리 해놓고, 마지막에 요리하지 않아도 되는 실패 가능성이 적은 걸로 고릅니다.

    다음에 업그레이드 된 버전으로 손님상 우아하게 차리기 시리즈를 써보겠습니다.

  • 14. 빈수레
    '04.11.12 4:41 PM

    추가하자면 전기후라이팬에 전 내지는 조림 종류가 들어 앉아있어도 편해요.

    또, 저 같은 경우에는 바로 그런 이유때문에 오븐과 그릴요리를 손님접대시 애용하는 편이지요.

    전기바베큐가 있으면 재료만 준비해두고 손님사에 옆에 바베큐기계 놓고 직접 얘기하면서,
    호.스.트가 열~~~씸히 구우면 되니까. 홍홍~.

  • 15. amelia
    '04.11.12 4:48 PM

    음....
    저... 사야할께 또 하나 늘었습니다...
    애플 슬라이서.까지........정말...미치겠습니다........
    운틴가마,불고기판.스테이크판. 찜기등은 잘 쓰고 입니다만.......
    다음달 카드값이 걱정 될 따름입니다......흑......

  • 16. 헤스티아
    '04.11.12 4:59 PM

    헉 전기후라이팬.. 암짝에도 쓸모없다고 옥션에 내다 팔았는데... (창립기념일 선물)
    이리 요긴할수도 있는것을....--;;;;;

  • 17. 샘이
    '04.11.12 5:12 PM

    넘 멋지세요.. 저 배워갑니다.. 왜 저두 저런거 다 있는데 못하는건지..

  • 18. 깜찌기 펭
    '04.11.12 6:32 PM

    화려한 주부생활도 잔머리바탕이 있어야 가능하단걸 또 배웁니다. ^^

  • 19. 마농
    '04.11.12 6:41 PM

    와우....... 와우~~ 감탄만 나옵니다.

  • 20. 생강과자
    '04.11.12 6:49 PM

    손님 초대할 일 없는데 일부러 만들어서 초대하고 싶어져요.
    (이러면 안돼...이러면 안돼....스스로 다독이는 중.)
    저도 이런 내공이 쌓일 날이 오기를...

  • 21. 행복이가득한집
    '04.11.12 7:35 PM

    손님 초대 자주하면 음식솜씨늘고 테이블세팅도 눈에띄게 달라집니다
    하다보면 요령이 생기고 레시피에 실수한거나 양이많아져거나 할때
    메모해두시면 다음번에 실수가 없답니다

  • 22. 지윤마미..
    '04.11.13 1:08 AM

    마져요..
    저희 엄마가 손님을 하두 많이 불러대서 엄마 디치닥거리 해주다 보니 저도 보는 눈이 있어서리...숲님처럼은 못 하지만.. 손님들 오시면 쓸 수 있는 따뜻한 물수건은 꼭 준비합니다..ㅎㅎㅎ

  • 23. 선화공주
    '04.11.13 10:59 AM

    우와!~~대단합니다..
    저도 집들이할때....손님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부억에서 동동거리면서 뛰어다녔다는..^^
    진짜 배우고 싶은 우아함입니당..^^

  • 24. 김혜경
    '04.11.13 11:48 AM

    진작 좀 올려주시징..저도 좀 배우게...흑흑...별표 붙입니다...

  • 25. 호야맘
    '04.11.13 2:39 PM

    사비에나님 찌찌뽕!!
    소심한 A형 감히 엄두도 못내오나 너무나 유용한 정보네요.
    언젠가 실력 발휘할 날이 오겠지요??

  • 26. Ellie
    '04.11.14 5:58 PM

    오홋... 초대 받아 갈때는 한 5분에서 10분정도 늦게 가는게 좋겠네요. ^^;; (향후 한 5년 정도는 호스티스 할일 없겠죠.. ㅡ.ㅡㅡ;; 너무 얌체 같나욤?)

  • 27. 무쇠소녀
    '05.6.9 12:51 AM

    숲님...이글 보실라나? 퍼갈께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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