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집이 방 두 개짜리 작은 아파트였거든요.
조금이라도 넓게 살려고..가구도 최소한으로 갖추고, 웬만한 각자의 짐은 본가에서 가져오질 않았답니다.
특히..책! 그러다보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책장이 필요하게 되었어요.
하지만 부부가 서로 취향이 독특?해서...아무거나, 그냥, 싸면서, 책장처럼 생기면..되는 것을 사지 못했답니다.
물론 여기엔 '절대적인' 전제가 붙습니다. 저얼~~~~~~~~~~대로 비싸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 ^^
아! 이런 부작용은 있습니다. 늘 조금이라도 특이한 것, 이상한 것, 새로운 것으로만 사고, 만들고해서 집안을 채우다보니...
집이!집이! 멋있어지는 것이 아니라...늘 화면 오른쪽 상단에 060 사랑의 성금 번호가 붙을 비주얼에 가까워집니다.ㅠㅠ
(060 비쥬얼이란 표현..비하발언 아니오니 그저 예능으로 받아주세요. ^^;;)
이 이야기는 재주는 있으나 감각을 가지지 못했던...그러나,
귀차니즘을 몸소 실천하며 살았던 착한 게으름니스트 부부 한 쌍의 슬픈 전설이라오....OTL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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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궁리를 하고, 검색을 하고, 아이쇼핑을 하던 차에.
일본의 어느 작은 회사. 북유럽 어딘가의 작은 회사에서..만든다는 '골판지' 가구를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앗! 이거다. 재밌겠다. 만들어보자!!..................................라고, 제가요? 아니.. 남편이 결심을 했습니다.ㅋㅋㅋ
그 후 일이 되려고 그랬는지...남편 일터 가까운 곳에 골판지 공장이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사실 전엔 있는 줄 몰랐고요. 골판지 생각을 하고나니..그 후에 보이더랍니다.
무작정 들어가...이것 좀 살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니..사장님이 '앤 뭥미?'하는 눈빛으로 보시더래요.......☞☜
얼마나 필요한가 물어오시길래...아니,뭐,그냥,조금.....한 두 장 쯤? 하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을 했더랍니다.
그랬더니...'얘..장난하나?'는 표정으로??가져갈 수 있겠어? 하시더니...................
너무너무 친절하게~ 그냥 한 판에 만 원... 두 판?을 흔쾌히 주셨습니다. 거저.
크기가 건축자재 스트로폼...크기 아시죠? 그거랑 거의 똑같았는데요.
이걸..한 장이라고 해야할지, 한 판 이라고 해야할지..^^;;
(자세히 보시면 재단할때 그은 샤프연필 선 자국이 그대로...지우지도 않고 썼어요.)
여튼 그렇게 단 돈 2만원에!! 득템한 골판지에 재단을 하고 잘라서...걍 끼워 맞춘겁니다. ^^
어때요? 조명이나, 벽지나 바닥재..까지 빈티지하게 갖춰졌다면 훨씬 근사해 보였겠지만...
좀 리얼한 극사실주의? 방에 덩그러니 놓아두니 애매...하긴 하죠? ^^;;;
처음엔 '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좀 불안했고요. 책을 놓을때도..무게 균형을 생각해서 꽂고 했는데,
이게 생각보다, 정말 생각보다...매우 튼튼해서!!
제일 아랫단에 무거운 예술서적 놓아두는 정도를 제외하곤 마구 썼다는!!
압정 가지고 여기저기 메모지,사진 꽂아두고, 이런 저런 메모도 마구 휘갈겨 써놓고는 했었답니다.
그렇게 마구마구 함부로 써 줄수록 더 멋지게 보였다고.................감히 한 번 우겨봅니다. ^^;;;;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오면서 가구도 새로 사고, 짐도 늘어나고 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다가
누굴 주기도 그렇고, 남편도 딱히 애정을 안 보이고, 처리가 애매해서리.............이걸 어쩌나...어쩌나..하다가...
시원~~~~~~~~~~하게 격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연애 10년, 결혼 8년차의 스트레스를 한 방에!!ㅋㅋ)
퍽퍽!!! 파바파바파바파파팍팍팍~~~!!! 후우훅!! 확! 확! 표오옥! 꽉! 꽉! 피~~이 욕! 찌익!! 주욱주욱주주죽.폭퍽폭
옥당지 남편 : (불안한 눈빛이다)...좀 도와줄까?
옥당지 :(비장하다.남편을 보지도 않고) ...아니, 됐어. 나 혼자 충분해.
그러고는 우리 동네 폐지 줍고, 모으시는 할머니 댁에 한 뚝배기? No~No~한 리어커..가져다 드렸어요.ㅋㅋ
".....할머니요! 한 리어커 하실래예?"
가득 쌓인 폐지더미를 보시고..할머니 얼굴이 어찌나 환해지시던지...어둑어둑...해지는 밤 골목이었건만...
보름달이라도 뜬 냥인지..밤하늘을 아니 올려다 볼 수 없었다는!! ^^
남편과 함께 골판지 책장을 만들었던 추억도, 잘 썼던 애정도, 시원한 격파의 시간도..종이를 반기던 할머니 표정도...
모두 모두 아까워~~이리..살돋에 기념 포스팅 하나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