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며칠 전에 자유게시판에서 외국(미국)에서 사 오면 좋을 양념류를 묻는 어느 분 글을 읽었는데요, 그때 생각났던 겁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서양 양념류를 써 봤습니다. 소스류, 가루들, 허브 종류와 각종 기름까지 다양하게요. 평범한 부엌에서 잔치나 파티 벌일 일 많지 않은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살면서, 요리할 때 언제나 쓰고, 그때마다 즐겁게 쓰고, 없으면 사서 꼭 챙겨두고, 누구에게든 추천하고 싶은 오지랖이 두렵지 않은^^ 양념 몇 가지가 있습니다. 오늘 하나를 소개해 보려고요.

무엇이냐 하면, 요리하는 그 당장, 그 자리에서 갈아서 쓸 수 있는 분쇄기가 달린 레몬 후추인데요, 사진에 나온 게 제가 쓰는 레몬 후추입니다.
이 물건^^에는 몇 가지 장점이 있습니다. 먼저, 레몬향이 가미된 후추라서 양념 역할을 좀 더 잘합니다. 레몬 후추는 고기나 생선 특유의 냄새를 가시게 할 때에 특히 효과적이에요. 연어와 닭고기 요리할 때 탁월하고요, 토마토 위주의 진한 소스 파스타 말고 오일이나 크림을 기본으로 해서 만드는 파스타에도 제 효과를 냅니다. 감자 삶아서 샐러드 할 때도 정말 잘 어울리고, 두부나 가지를 약간 서양식으로 굽거나 찔 때도 색다른 맛을 줍니다. 약간 과장하면, 세상 양념이 하는 일 거의 다를 합니다(과장이 좀 심하기는 하네요..^^).
(외국)시중에 레몬 후추는 여럿이지만, 이렇게 분쇄기가 달려 있는 것이라야 좋았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름난 맥코믹이 파는 레몬 후추도 있는데, 비교해 보면 확실히 바로 갈아 쓰는 레몬 후추가 좋았습니다. 미리 섞여 있으면 아무래도 레몬의 맛과 향이 후추에 묻혀서 살아나지 않으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애용한 레몬후추는 남아프리카 산 레몬과 후추로 만든 거라던데, 산지 차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갈 수 있는 기계 달린 것들 중에서도 특히 향이 좋았습니다.
예상에 비하면 그리 비싸지 않다는 것도 무시하면 아니 되는 장점입니다. 정확하게 기억은 못 합니다만, 10불을 넘지 않는 것은 확실하고 4~5불대 아니면 6~7불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간장이나 소금처럼 많이 쓰는 양념이 아니어서 그런지, 한 병 사면 몇 달 넘게 쓰니까 다 좋은데 값이 비싸다, 그런 생각은 안 해 본 것 같습니다.
이사 올 때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레몬 후추는 여러 개 사 오고 싶었는데, 레몬 후추에만 신경을 쓴 남편이 이미 섞여 있는 레몬 후추만 너덧 개 사 오고 말아서 몹시 섭섭했습니다. 지금 쓰고 있는 병을 비우고 나면 금단 증상 날지도 모를 일입니다(이어지는 과장입니다). ^^
단점이라면, 고운 후추를 좋아하시는 분께는 그다지 좋은 양념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직접 갈아 뿌리다 보면 입자가 곱게 나오기 어려울 테니까요. 사진에 나온 레몬 후추는 특정한 마켓에서만 팝니다. 하지만 반드시 같은 곳 제품이 아니어도, 갈아주는 기계가 달린 레몬 후추라면 모양이나 맛 모두 흡사하리라 생각합니다.
외국 나갔다고 오는 길에 사 오면 좋을 물건이야 수도 없겠지만, 닥쳐 보니까 꼭 그런 것만도 아니었습니다. 우선 가격부터 받을 분 취향까지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마땅한 걸 찾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그럴 때 고려해 보실만 할 것 같아서 적어 봤습니다. 아래 사진에 레몬 후추 옆에 다른 양념이 하나 더 있는데, 그건 시간 날 때 새로 소개하겠습니다. 이 양념도 쓰임 많고, 가격에 비해 질이 좋아서요.

* 아직 코스코나 백화점 식료품 코너, 그 밖의 서양 양념류 취급 가게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서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걸 살 수 있는지, 있다면 우리나라 부엌에서 "써보니“ 어떻더란 평이 나왔는지 등등에 관해서는 말씀 드릴 것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아래는 순서대로 레몬 후추 뿌린 연어와 닭고기 두부 요리, 그리고 파스타 사진입니다.
(저는 위법자입니다. 가운데 하나 빼고는 모두 다 업어온 사진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