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살림돋보기 최근 많이 읽은 글

살림돋보기

알짜배기 살림정보가 가득!

이제는 초라하고 낡은 나의 그릇

| 조회수 : 8,171 | 추천수 : 2
작성일 : 2012-03-05 13:36:17





오늘 이벤트 공지를 보고 그놈의 물욕때문에
찬장을 뒤져보면서 어떻게 감동을 유발하지
이 생각 저 생각 이 잔머리 저 잔머리 굴려보다가
그걸 떠나서 내 마음의 그릇을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있는 그대로.

그리하여 이 그릇들에 담긴 요리 사진들을 몇년전 것 부터 열심히 찾았는데
몇개가 없어요.

편하게 시장갈 때 신는 뒤축이 낡은 편안한 신발처럼
구멍이 나서 비가 오면 발이 금새 젖을 것 같은 그런 신발인데
버리지 못하는 그런 심정으로 이가 군데 군데 나갔는데도
이렇게 제 손에, 눈에, 쓰임에 맞춤한 듯 딱 맞고 가볍고 편안한 이런 그릇은 다시는 없을 것 같아서요.
10년 전 쯤 어느 대학 앞에서 도예과 대학원생이 팔았던 하나 밖에 없는 그릇이었어요. 

그래도 너무 낡아서 제가 자랑하듯 찍어두는 사진에는 늘 가려져 있었지요.
중국에서는 이 나간 그릇도 잘 쓴다라고 변명하면서 거의 매일 매일을 같이 한 그릇입니다.
그런데 참 뭐랄까요?
요리 사진 올리고 자랑하면서도 이 나간 그릇에 담는 센스를 들킬까봐
사진 찍을 땐 뒤에 빼놓거나 각도를 돌려놓거나 그랬지요.
출세한 남자가 마치 뒷바라지 하느라 꾸미지도 않고 낮이야 밤이야 고생하고 이제는 초라한 조강지처 대하듯
그리 숨겼네요.

매일 매일 방울 토마토도 담아놓고 각종 면요리, 고봉밥, 찌게, 불고기, 김치, 차 마실 때 퇴수기로 잘 사용하는
소중한 그릇입니다.

대청소 할 때마다 버려야지 했는데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부서져서 가루가 될 때까지 가지고 있겠다는 생각이 더 듭니다. 
 

이 그릇이 쓰인 사진을 찾으면서 예전의 추억도 찾게 되고
덕분에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 하루입니다.

저도 이 그릇처럼 이제는 세월과 함께 이가 나가고 늙어버렸네요.
이 그릇을 사고 요리를 했던 지난 10년의 모습들도 차차 잃어가고 있지요.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그릇처럼 이제는 익숙하고 정들고 내보기에는 부끄러울지언정
소중한 그런 존재가 되고 싶네요.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페스토
    '12.3.5 2:17 PM

    맥으로 올리니 사진이 자꾸 중복이 되는데 수정을 하면 글까지 다 지워지네요. 중복되는 사진 죄송합니다.

  • 2. shally
    '12.3.5 3:24 PM

    예전에 중국영화를 보니 깨진그릇 붙여주는 사람도 있더군요.^^
    장이모감독의 영화였는데....... 아 건망증,, ㅡ.ㅡ;;

    절대로 버리지마시고 평생 함께하시길요.
    페스토님의 따사로운 마음이 전해져옵니다.

  • 3. 고독은 나의 힘
    '12.3.5 10:27 PM

    그런데 이가 나가도 귀엽게 나간것 같아요

    밑에서 두번째 사진 오른쪽 그릇은 마치 원래 그랬던것같은데요 뭘!!

  • 4. 멜라
    '12.3.6 5:32 PM

    맨 처음 그릇은 꽃이 핀거네요 사실 그런 꽃피는게 쉽지 않거든요 사발이네요

  • 5. 페스토
    '12.3.6 5:53 PM

    같은 그릇이예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추천
15840 맘에 안드집 구조 3 사과 2024.11.07 1,276 0
15839 마루 쪽갈이 이후ᆢ 123123 2024.07.17 1,860 0
15838 7월부터 바뀐 비닐류 분리수거 3 ㅇㅇㅇ 2024.07.14 1,862 0
15837 비행기 좌석 여쭤봅니다 123123 2024.07.03 1,346 0
15836 자게에 햇양파 ..이렇게 생긴거 맞나요? 4 잘될꺼야! 2024.03.23 2,929 0
15835 사진속 냄비 뭐라고 검색해야 될까요? 2 산내들 2024.03.07 3,048 0
15834 여쭙세븐에이드 AS 지미 2023.07.14 2,626 0
15833 창문형 에어컨 설치한거 올려봅니다 6 Mate_Real 2023.07.12 5,849 0
15832 곰솥 구매하려구합니다. 추천 부탁드려봅니다 7 chris 2022.11.01 6,146 0
15831 기포기 4 방실방실 2022.03.17 13,023 0
15830 후라이팬 4 아줌마 2022.02.12 15,478 1
15829 궁금해요)대학병원 가면 진료실 앞에 있는 간호사 27 엘리제 2021.10.13 27,652 0
15828 (사진 첨부 후 재업로드) 무쇠팬 이거 망한 건가요? 9 가릉빈가 2021.01.05 23,313 0
15827 중학생 핸드폰 어떻게 해야할가요? 7 오늘을열심히 2020.12.12 17,250 0
15826 건조기 직렬 설치시 버튼이 넘 높아요 6 두바퀴 2020.10.28 18,683 0
15825 빌보 프렌치 가든- 밥그릇 국그릇 문의 4 알뜰 2020.02.26 25,236 0
15824 에어컨 실외기 설치 사례 6 abcd 2019.08.08 28,909 0
15823 싱크대 배수망 10 철이댁 2019.06.24 28,583 0
15822 싱글 침대 5 빗줄기 2019.03.04 22,515 0
15821 하수구 냄새 8 철이댁 2018.11.06 28,854 1
15820 동대문에서 커텐 하신 다나님 ( 해* 하우스에서 솔파 2018.11.04 21,305 0
15819 김을 잘라 김가루 만들기 23 쯩호엄마 2017.12.17 50,637 2
15818 에어프라이어 코팅벗겨졌을때 해결방법 대박 18 arbor 2017.12.11 62,482 4
15817 다이슨 청소기 구입계획 있으신 분들 확인하고 구입하셔요~ 35 투동스맘 2017.11.06 52,918 0
15816 무선청소기 7 옹기종기 2017.10.20 27,891 0
15815 면생리대 직접 만들어봤어요. 5 옷만드는들꽃 2017.09.13 29,119 2
15814 31평 싱크대 리모델 했어요... 27 적폐청산 2017.08.21 63,814 0
1 2 3 4 5 6 7 8 9 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