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결혼기념일이었어요.

15주년 조회수 : 1,555
작성일 : 2024-04-21 22:19:44

주말에도 일하는 남편이라 저녁에 홍대앞에서 만났어요. 

 

평소 손잡고 걷고 싶어하는데 비바람이 있어서 각자 우산쓰고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걸었습니다.

 

남편이 평소 꼭 같이 가보고 싶었다던 중식당에 가서 향라, 어향 소스로 요리한 음식에 고량주 작은병을 마셨어요. 일하다 갔던 곳이라는데 제가 좋아할 거 같아서 꼭 같이 오고 싶었대요.

 

그전날 친구들 만나 과음했던 저는 술은 몇잔 못했지만 음식들을 정말 맛있게 먹었어요.

 

애들 얘기, 부모님 친구들 동료들 얘기, 곧 떠날 저 혼자만의 여행 얘기, 여름 휴가 얘기등등 나누다 계산을 하고 나오니 마땅히 갈곳이 없더라구요.

 

무작정 걷다가 보이는 방탈출 게임가게에 전화를 걸어 바로 가능한 테마가 있는지 물어보니 있대요.

 

얼결에 시작한 게임은 중간중간 어려웠지만 둘이 주거니 받거니 힌트 떠올려가며 탈출했어요. 아리송하던 문제를 풀어 상자를 열었을때 환호성을 질렀어요.아쉽게 시간은 초과해서 실패라지만 뭐어때 재밌었어! 하고 기념촬영을 했고요.

 

비는 계속 오고 더 갈데도 없고 집에나 갈까 하는데 5분 후에 시작하는 재즈공연 클럽을 발견했어요. 호기심에 들어갔는데 딱 2인석 테이블 하나 남았더라구요.

 

칵테일을 마셔보고싶다는 남편에게 모히토 마시라 하고 서빙됐는데, 남편은 칵테일을 처음 마셔본대요. 아닌데 16년전 나랑 연애할때 마셨던거 같은데, 싶지만 내 기억이 틀렸거나 딴놈과 헷갈렸을 수 있으니 입다물고 연주를 들어요.

 

그러다 둘다 말이 없어지고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가자, 하고 일어나 택시를 타고 집에 왔어요. 택시 안에서 잠깐 잡았던 손이 이날 스킨십의 전부였던 거 같아요.

 

15년이 지났네요 세상에. 근 30년을 알고 지낸 남편인데 그는 그대로이면서 또 다른 사람인 듯, 나처럼 나이를 먹었더군요. 내년에도 이정도면 딱 좋겠어요.

IP : 118.37.xxx.95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ㅈㅇㅈ
    '24.4.21 10:27 PM (211.234.xxx.82)

    뭥미 .. 아내만 감상에 빠졌네요.

  • 2. Lzzz
    '24.4.21 10:39 PM (121.183.xxx.63)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다음엔 그게 아닌데 ㅋㅋㅋ

  • 3. 그래도
    '24.4.22 12:36 AM (61.76.xxx.186)

    이런 소소하면서 감상적인 글 좋네요.
    마음이 편안해져요.

  • 4. ...
    '24.4.22 1:27 AM (108.20.xxx.186)

    이렇게 자연스럽고 평화로운 글 정말 좋아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려요.

    원글님 글 안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이어서 저도 덩덜아 즐거웠습니다.
    감사해요.
    그리고 마지막 문장 참 좋습니다.
    그는 그대로이면서 또 다른 사람인 듯

  • 5. 어머
    '24.4.22 7:58 AM (182.221.xxx.29)

    결혼 23년차인데 밥먹으면서 할말이 없던데요 남편이 입이 말이 없어요
    너무 부러운데요

  • 6. ㅎㅎ
    '24.4.22 10:41 AM (211.234.xxx.201) - 삭제된댓글

    저희 부부는 애들 얘기만 해도 하루종일 재밌어요...
    그래도 소소하니 편안하고 좋은 기념일이셨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92300 미용사들은 뭐 사다주면 좋을까요? 1 ........ 13:30:53 67
1692299 자라 반품 배송비요. 2 .. 13:20:42 168
1692298 홈플 일리캡슐 1+1 끝났네요. ㅠ 5 홈플 13:16:05 470
1692297 그렇게 가 버리면 내 마음은 6 ........ 13:13:32 615
1692296 교육부가 너무 싫은게 뭐냐면.... 8 ........ 13:10:56 421
1692295 레드불 (정정)먹어도 잘때 지장 없을까요? 10 13:07:34 244
1692294 부부관계가 꼭 있어야 13 행복 13:06:44 1,399
1692293 중국 연태 가보신 분 호텔 어디가 좋으셨나요 ... 13:04:00 82
1692292 눈다래끼가 자꾸 생겨요.. 3 그리미 12:56:45 289
1692291 이런 경우 우리를 무시하면서 모임에 나온걸까요? 40 .... 12:54:10 1,298
1692290 요즘 알바하는데 남편 고맙네요 8 감사 12:53:54 1,131
1692289 토론토에서 삼일절 기념 윤석열 파면 촉구 시국대회 열려 1 light7.. 12:53:27 98
1692288 무기한 단식 박수영 5일 만에 중단 10 ........ 12:50:48 1,181
1692287 고1딸이 반적응을 못해요. 2 000 12:49:47 665
1692286 페미니스트들 분노 안해요? 10 분노 12:49:01 406
1692285 이정도 남자 조건좀 봐주세요 9 ㅡㅡ 12:48:21 436
1692284 (글 지움) 2 ㅇㅇ 12:48:15 260
1692283 수플레 정도 할 휘핑기 추천 부탁드려요. 1 ..... 12:46:53 89
1692282 저소득층 성적우수 장학금;; 4 읭? 12:46:05 417
1692281 이경우 증여세는 언제내나요? 10 ... 12:40:53 463
1692280 트럼프가 폭주하는 이유 생각해봤어요 8 ooo 12:38:05 1,155
1692279 우울증의 끝은 어디인가요 7 답답 12:37:43 911
1692278 눈썹 거상, 상안검 1 50중반 12:37:24 248
1692277 엉덩이 주사 맞고 엉덩이 계속 아픈데 1 00 12:36:16 172
1692276 아이가 집을 사려는데 세대주가 되어야하나요? 6 세대주 12:34:11 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