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갔다왔거든요.
근데 마치 누구에게 감시 당하는 사람처럼
누구에게 쫓기는 사람처럼 주눅 들어서 다녔어요.
나만큼 작은 남자들도 많았지만 99%는 나보다 컸고
다들 여친이랑 오고 나만 혼자서 터벅터벅 다녔어요.
내 키가 5cm만 더 컸다면
내 연봉이 지금 받는 거에 딱 세 배만 됐다면
당당하게 겁 먹지 않고 이런 곳 왔을 텐데
태생적 한계를 나는 극복하지도 못했고
가난도 이겨내지 못했어요. 나보다 못생긴 남자들도
예쁜 여친 데리고 다니던데 나보다 못생겼을 뿐
직업 좋고 막 메이저 공기업, 세무사 회계사 의사 약사
대기업 그런 사람이겠죠? 누구도 만나지 않았지만
마치 회사 회식 가서 거짓 웃음 300만원어치 팔고온
느낌이에요. 너무피로하네요.